두어 달 즈음 전에 셋째가 찐빵에 도전한 적이 있다. 먹어 본 적도 없는 찐빵을 나름 잘 만들어서 많이 대견했었다. 그때는 캔에 들어 있는 단팥소를 사다가 만들었는데 이 시중 단팥이 너무 달았다.
셋째가 팥소도 직접 만들고 싶어 해서 팥을 사 왔는데 별로 만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날이 선선해지면 만들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팥을 꺼내 오더니 anpan을 만든다고 한다. Anpan이 뭔가 물어봤다. 셋째가 팥소를 넣은 일본 빵이라고 설명하니까 알겠더라. '아~ 단팥빵이구나.' 미국에서도 단팥빵을 만드는 법을 올린 사람들이 있어서 셋째가 그걸 보고 만들기 시작했다.
셋째가 만든 팥소다. 아주 그럴듯하게 잘 만들었다. 맛은 아직 모른다. 이따 빵과 함께 즐기려고 뒤로 미뤄뒀다.
빵이 구워지면서 집안 가득 고소한 빵 냄새가 퍼진다. 아주 기대되는 순간이다.
드디어 한판씩 오븐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난 아이들이 베이킹할 때 하나도 관여하지 않는다. 가서 먹어주는 것이 내 일이다.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븐에서 갓 나온 빵을 보는 것이 매번 놀랍기도 하고 아주 즐겁다.
모양은 단팥빵이라고 하긴 동글하고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그리고 반이 터져서 팥소가 삐져나온다. 셋째 말이 자기가 따른 만드는 법에서는 일반 단팥빵과 달리 빵을 납작하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빵 표면에도 일반 단팥빵과 달리 윤기가 없다. 만드는 법에 녹인 버터 또는 달걀물 바르라는 말이 없었냐고 물어봤다. 셋째의 답은... 그건 만드는 법에 있었는데 까먹었다고 한다. 귀여운 녀석.
어쨌든 중요한 건 맛이다. 하나 가져다 먹었다.
아주 맛있다!!!
특히나 팥소가 아주 맛있게 잘 나왔다. 진짜 너무 맛있게 잘 만들었다. 셋째는 단팥빵을 먹어 본 적이 없다. 내가 단팥빵을 산 적이 거의 (아마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먹어 본 적이 없는 빵을 이렇게 잘 만든 걸 보니 엄청 대견스럽다.
기특한 셋째가 단팥빵을 많이 구워서 다음날에도 먹었는데 다음날에는 더 맛있어졌다. 신기하다. 녀석은 황금손을 가진 것임에 틀림없다.
셋째 덕분에 이틀 연속 맛있는 단팥빵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음에는 모양에도 신경을 쓸 거다. 그럼 상당히 맛있고 예쁜 단팥빵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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