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것질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막둥 넷째가 도넛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도넛 하면 흔히 떠올리는 기름에 튀기는 방식과 오븐에서 굽는 방식 중에서 선택하라고 막둥이가 내게 부탁한다. 난 기름에 튀긴 것보다 담백한 오븐 베이킹 방식이 좋아서 오븐에서 굽는 것으로 선택했다. 막둥이는 엄마의 주문에 맞춰 열심히 반죽을 만들고, 발효시키고, 모양을 잡아 도넛을 구워 줬다. 1차로 오븐에서 구워진 도넛 6개다. 도넛 가운데 구멍에서 나온 자투리도 함께 구웠다. 오븐에서 구웠는데도 전혀 퍽퍽하지 않다. 부드럽고 한 입 물었을 때 입에 퍼지는 버터맛이 아주 훌륭하다. 프레첼과 기름에 튀긴 도넛을 둘 다 떠올리게 하는 식감과 맛이다. 너무 맛있다. 글레이즈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둘째와 셋째는 글레이즈를 하고..
이상하게 "한일가왕전"을 계속 보게 된다. 두 나라의 경쟁이 시작되길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능력 있는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게 좋아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일본 노래들을 접하게 되는 것도 너무 좋다. 70~90년대 일본 가요를 잘 몰랐는데, 요즘 다양한 루트를 알게 된 그 당시의 일본 가요 중에는 주옥 같은 게 너무나 많다. 한국에서 방영된 후 유튜브에 노래들이 올라오면 듣고 있다. 한국팀도 일본팀도 다들 실력파이고 무대도 멋있는데, 내 취향의 한계상 한국팀의 정통 트롯 스타일은 거의 안 듣게 된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한국의 트롯을 세계에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안다. 그런데 나처럼 취향을 타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다. 올해 한일가왕전에서는 한국팀에서 ..
남들보다 몇 달 늦게 타케나카 유다이 (竹中雄大)가 부른 "Pretender"에 완전히 빠져 뒷북을 치고 있다. 유다이가 작년 한일가왕전 2에서 경연곡으로 부른 노래다. 유다이의 노래를 듣고 오피셜히게단디즘이 부른 원곡도 찾아들었는데 서로 다른 분위기다. 내게 이 노래는 유다이 버전이 최고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미쳤다!"란 탄성이 계속 절로 터져 나온다. 특히 유다이의 고음이 상당히 좋다. 쥐어짜서 듣는 사람의 귀를 불편하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는 그런 고음이 아니다. 듣기 편하면서도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유다이의 고음에는 대단한 매력과 힘이 있다. 보통은 다른 출연자의 목소리나 관객의 반응이 필터되어 노래만 들을 수 있는 클린버전을 좋아하는데, 이 노래는 관객의 반응을 보는 게 즐겁다. 현장에서 ..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아침 걷기가 나는 너무 좋다. 사물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느낌, 삶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느낌, 정열적인 뜨거움을 숨기고 잔잔하게 퍼지는 아침 해. 아침에는 이 모든 걸 걸으면서 느낄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공원을 관리하는 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생동감이 느껴진다. 오늘은 공원을 관리하는 분들이 잔디를 열심히 깎고 정리하고 계셨다. 쫙 퍼지는 갓 깎은 잔디의 신선한 냄새가 좋다. 산책로에 흐트러져 있는 잔디 조각을 밟으면서 돌아다니는 것은 내게 약간의 재미를 준다. 지저분하게 남아 있는 이 잔디 조각은 관리하는 분들이 나중에 다 치워 주신다. 치워지기 전에 이걸 밟고 걸어 다니면 시골에 온 듯한 기분이 살짝 생긴다. 오늘 아침도 하늘은 푸르고 나무는 힘차다. 아주 ..
영화 두 편을 봤다. 의도한 건 아닌데 둘 다 시간여행 영화다. 한 영화는 연쇄살인을 예방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는 거고, 다른 하나는 크게 후회했던 과거의 일을 어쩌다가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수정하는 거다. 두 영화 모두 과거로 돌아가 정말 열심히 움직인다. "Totally Killer" (한국어: 토탈리 킬러)* 미국 스트리밍: Amazon Prime 1987년으로 돌아가 3건의 연쇄살인을 막으려고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심각하거나 무섭지 않고 코믹하다. 연쇄살인이 나오다 보니 유혈이 낭자한 편이다. 2023년 현재 작은 도시 Vernon에서는 할로윈이 한창이다. 이 도시에서는 1987년 할로윈 기간에 3명의 16세 소녀들이 잔인하게 연쇄살인당했다. 살인범은 검거되지 않았다. 작은 도시..
40분 아침 걷기는 이제 두 달을 넘겼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아침마다 걸었다. 엄청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내가 사는 피닉스가 사막이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비 때문에 걷기를 못하는 일은 없었다. 지난 두 달간 비가 한번 오긴 했는데 오후에 소나기처럼 내려서 아침 걷기에는 전혀 영향을 주진 않았다. 피닉스의 아침 하늘은 대부분 맑다. 가끔 구름이 약간 끼긴 해도 대체로 맑은 편이다. 매일의 하늘이 맑고 푸르다. 구름 한 점 없는 이 푸른 하늘을 보며 걷고, 옅은 구름이 끼여있을 때도 걷고, 어쩌다 하루이틀이지만 가끔 하늘이 구름으로 완전히 뒤덮여서 어둑해지는데, 이때도 예외 없이 걸었다. 지난주에도 하루 정도 이렇게 구름으로 덮였었다. 일부 구름이 동그란 모습으로 형태를 내고 있어서 ..
오랜만에 사막 피닉스에 비가 내렸다. 꽤 괜찮은 양의 비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컴컴해도 비를 만나니 기분은 좋다. 비가 내려서 그런가 셋째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한다. 울집에서 짜장면은 스파게티 면으로 사용하는데 이 스파게티는 자기가 삶겠다고 먼저 제안한다. 셋째의 눈빛이 뭔가 호기심이 담겨있는 느낌이다. 내게 생각이 하나 스친다.너 혹시 유튜브에 나오는베이킹 소다와 스파게티 면의 만남,그걸 적용해 보려고 하니?씩 웃더니 맞다고 한다. 지난달인가 뜬금없이 유튜브에 베이킹 소다를 푼 물에 스파게티 면을 불린 후 삶으면 짜장의 면처럼 변한다는 비디오가 몇 가지 올라왔었다. 난 한 단계 뭘 더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게 있나 보다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셋째가 비슷한 비디오를 본 거다. 그래서 한..
한동안 이른 더위가 찾아와 아침에 산책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일주일 만에 다시 아이들이랑 동네 산책을 나갔습니다. 이번에 보니 보라색 꽃이 화사하게 주렁주렁 피는 jacaranda mimosifolia가 더 이뻐졌더군요. 꽃이 훨씬 많아졌고 또 더 많이 만개를 했습니다. 2주 전 5월 초 현재 LA 근교 지역에서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나 봐요. 보라색 꽃이 만개한 도로를 보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들 jacaranda mimosifolia 가로수를 좋아하는데, 한편으로는 떨어진 꽃잎이 너무 많아 지저분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나 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jacaranda mimosifolia의 주렁주렁 탐스런 보라색 꽃이 너무 이뻐서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가끔 보는 사람이 느끼는..
미국 마트에서 식료품 장보기를 하다보면 고구마(sweet potato)와 얨(yam)을 함께 또는 따로 구분해 파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얨을 얌이라고도 발음하는데 미국에 사는 저는 생활에서 사용하는 미국 발음 얨을 따랐습니다.) 보통 껍질이 연한 갈색이고 (거의 노란 감자와 비슷해 보이는 껍질색) 속은 연한 노란색인 것을 고구마라고 하고, 껍질이 자색이고 속은 주황색인 종류를 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또 어떤 때는 보통 얨이라고 부르는 것을 고구마라고 표기해 둬요. 똑같이 생긴 걸 고구마라고도 표기하고, 어떤 때는 얨이라고도 표기하니까 이때부터는 헷갈리게 되죠. 언젠가 얨 같이 생겼는데 고구마라고 써 있길래 어떻게 맛이 다른가 호기심이 생겨 사서 먹었더니만 그 모든 것이 얨과 완전히 똑같더라는... ..
기특하고 장하게도 나는 40분 아침 걷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이제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운동 부족 상태에서 처음 걷기를 시작했을 땐 힘들기도 하고 다리가 살짝 부어서 이게 괜찮은 건가 하고 생각했다. 다행히 2주쯤 지나니까 붓기도 사라지고 걷기가 아주 편해졌다. 남편은 내 다리에 근육이 보기 좋게 붙어서 훨씬 더 건강해 보인다고 칭찬해 준다. 처음 걷기를 시작했을 때 아침 걷기를 하는 다른 이웃을 한두 명 봤는데 어쩐 일인지 지금은 내가 유일하다. 강아지 산책을 위해 정기적으로 나오는 이웃들도 있지만, 다들 강아지랑 잠깐 걷는 정도다. 아침에 30분 이상 정기적으로 걷는 사람은 이제 나 하나라고 판단된다. 이게 특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이 난 너무 자랑스럽다. 아침 걷기를 시..
셋째의 권유로 아침 40분 동네 공원을 걷고 있다. 처음엔 30분으로 시작했는데 40분으로 늘렸다. 간단한 운동이지만 아침 걷기를 습관화시키는 게 내 목적이라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 이제 꽉 찬 3주째다. 내가 사는 피닉스는 사막이라서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특히나 요즘 기온이 산책하기에 딱 좋다. 피닉스는 더위가 빨리, 그리고 상당히 강한 임팩트로 몰려오는 곳이라서 아마 두어 달 지나면 벌써 아침에도 걷기에 좀 덥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암튼 지간 지금의 이 기온을 즐겨야 한다. 걷다가 느끼게 된 점인데, 예전에 비해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인이 있어도 집안팎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자유냥이가 꽤 있었는데 요즘은 집에서만 키우나 보다. 이 치즈냥이는 두어 번 산책..
올 추수감사절에는 막둥 넷째가 디저트를 다 준비하겠다고 내게 일주일 전부터 말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치즈케이크와 대학 기숙사에서 돌아오는 셋째를 위해 애플 머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막둥이가 원하는 재료를 제대로 준비하도록 추수감사절 장보기에 함께 나갔다. 치즈케이크에 들어갈 재료들 준비하고, 애플 머핀에 들어갈 사과도 잊지 않았다. 막둥이가 그래니 스미스를 원한다고 해서 구입했다. 추수감사절 전날인 수요일부터 막둥 넷째는 바쁘다. 치즈케이크는 하루 전에 만들어서 식혀 냉장 보관한 후 먹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인 목요일 전날부터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잘 만들어서 수요일 저녁때부터 냉장보관을 시작했다. 추수감사절 오전. 막둥 넷째가 애플 머핀을 만들겠다고 아침 8시에 깨워달라고 한다. 깨우러..
지난 4월, 막둥 넷째가 만들어준 치즈케이크를 한번 먹은 후 나는 치즈케이크 팬이 되었다. 아이가 정말 맛있게 잘 만든다. 이후로 크림치즈가 할인이고 아이도 바쁘지 않을 때면 재료를 사다가 막둥이에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꽤 여러번 먹었다. 이번에도 보니까 Lucerne의 유제품 할인 중이다. Lucerne은 미국 슈퍼마켓 체인 Albertsons와 Safeway의 자체 브랜드인데 다른 슈퍼마켓 자체 브랜드 유제품과 비교해 품질이 좋다. 막둥 넷째에게 전화를 해서 치즈케이크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먼저 물어본 후, 재료를 샀다. 집에 있는 기본 재료 외에 필요한 것은 크림치즈, 사우어 크림, 그램 크래커다. 치즈케이크에는 크림치즈가 많이 들어가서 8 oz (227g)로 4개가 필요하다. 치즈케이크는 ..
"할로우 나이트 (Hollow Knight)" 게임은 첫째가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우리집 아이들 넷 모두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였다. 게임을 즐기니까 할로우 나이트 그림도 즐겨 그리고. 할로우 나이트 팬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와 마찬가지로 둘째도, 셋째도, 막둥 넷째도 할로우 나이트 게임을 즐겨 플레이한다. 몇 년 전에 아이들 중 하나가 (누가 내게 말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할로우 나이트 후속작이 2019년에 티저가 공개되고 2023년에 출시될 걸로 기대했는데 연기되었다며 아쉽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언제 출시될지 감감무소식이라고 내게 전하길래 아이들이 진짜 좋아하나 다시 한번 느꼈었다. 2주 즈음 전이였나? 내 유튜브에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Hollow Knight: Silksong)" 비..
시험 기간이라 바빴던 막둥 넷째가 시험을 끝냈다.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팬다 익스프레스에서 음식을 사서 집에 가서 먹을까, 아님 참치를 사서 집에서 참치회무침을 만들어 줄까 물었다. 막둥이는 참치회무침이라고 한다. 우리 집 식구들은 참치회를 정말 좋아한다. 냉동참치는 동네 마켓 중 Sprouts에서 파는 게 제일 좋다. Sprouts의 정육/어류 코너에서는 냉동 참치 덩어리를 잘라서 스테이크 형태로 파는데, 우린 참치 스테이크 그런 것 필요 없다. 정육/어류 코너에 가서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자르지 않은 냉동 참치 덩어리 있나요?4 파운드 (1.8kg) 정도면 좋겠고요. 담당 직원이 냉동고를 확인해 보더니 5 파운드 (2.3kg) 정도의 냉동 참치가 있다고 답한다. 딱 원하는 크기다. 오케..
오레건 주의 틸라묵 아이스크림 (Tillamook Ice Cream)은 미국 북서부 오레건 주와 워싱턴 주에서 꽤 유명한 아이스크림이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 근교의 슈퍼마켓에서 아마 약 10년 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Tillamook은 피닉스 지역에서도 완전히 자리를 잡은 듯 보인다. Tillamook Ice Cream에 이어, 몇 년 전부터는 또 다른 오레건의 유명 아이스크림인 Umpqua Ice Cream이 피닉스 지역에 등장했다. Umpqua Ice Cream은 1931년 오레건 주 로즈버그에서 설립된 회사다. Umpqua는 Tillamook과 더불어 오레건의 양대 아이스크림 브랜드라고 생각할 수 있다. Tillamook과 마찬가지로 Umpqua도 오레건의 원주민 부족명에..
간식거리로 소고기 육포와 소고기 소시지 스틱을 아마존에서 샀다. 소고기 육포는 틸라묵 컨트리 스모커 소고기 육포 (Tillamook County Smoker Beef Jerky) 제품으로 내가 심심하면 주문해서 사 먹는 단골 간식이다. 자주 사 먹는 제품이라 이전에 여러 번 소개했다. 이번에 소고기 소시지 스틱 Old Wisconsin Beef Sausage Sticks도 한 팩 사 봤다. 소고기로 스틱 형태로 만든 소시지인데 미국에서는 산행, 캠핑, 낚시하러 갈 때 싸가지고 가서 즐겨 먹는 간식 중 하나다. 산행, 캠핑, 낚시하기에 너무 좋은 자연환경을 가진 오레건에서 자란 남편도 어릴 때 친구들과 돌아다닐 때 소고기 소시지 스틱을 꼭 챙겨 갔다. 내가 소고기 육포 주문을 하려고 하니까 남편이 자..
마켓에서 돼지 등갈비를 할인행사하고 있었다. 등갈비 종류는 Pork Loin Back Ribs, St. Louis Style Ribs, Spareribs 3가지 종류였다. 내가 요즘 돼지고기를 잘 안 먹는데 남편이 돼지 등갈비로 바베큐 폭립을 먹고 싶어하는 눈치다. 내 입맛이 걱정돼서 돼지 등갈비를 살까 말까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에고~ 짠해랴. 남편이 갈등을 느끼지 않게 내가 먼저 등갈비 2짝을 사자고 말했다. 남편이 신나서 열심히 고른다. Pork Loin Back Ribs, St. Louis Style Ribs, Spareribs 3가지 종류 중에서 Pork Loin Back Ribs로 2짝 골랐다. 등갈비 1짝의 중량이 각각 약 2.7파운드 (1.22kg)라서 2짝은 총 5.4파운드 (2...
지금 미국 중동부는 금요일부터 몰려온 겨울 폭풍으로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다. 대학에 다니느라 테네시 주 내쉬빌 (Nashvill, TN)에 지내는 둘째가 걱정되어 통화했는데 눈이 내리긴 하지만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눈과 어는비 (freezing rain)*가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내린다고 했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었지만 그나마 다행인가 생각하고 잠에 들었다.* 어는비 (freezing rain)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내가 이해하는 한에서 간단하게 설명해 본다.찬 공기의 층이 얇을 때 물방울은 0°C 이하에서도 얼지 않은 과냉각 상태로 땅에 비로 떨어진다. 이 비가 영하의 온도를 가진 추운 물체 (지면 포함)에 닿으면 순식간에 얼어버린다. 그래서 비가 닿은 모든 것이 얼음으로 코팅이 된다.어는비로 ..
미국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는 겨울이 온화해서 눈이 안 내리는 지역이다. 겨울에 얼음 어는 것도 피닉스로 이사 온 후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주 가끔 (몇 년에 한 번) 겨울에 기온이 섭씨 0도 가까이 내려가는데 눈은 안 내리지만 이때는 다들 수도관이 파열될까 봐 걱정은 좀 한다. 섭씨 0도 가까이 내려가는 것이 피닉스 기준으로는 한파다. 섭씨 0도로 가까이 내려가는 한파도 피닉스에서 지금껏 15년 살면서 다섯 손가락을 다 채우지 않을 정도만 경험한 듯하다. 피닉스 근교라도 북부는 고도가 좀 높아지는데 그쪽은 한파가 오면 고도 때문에 섭씨 0 또는 살짝 그 이하로 내려가서 얼음이 언다. 눈도 얼음도 본 적 없이 겨울왕국 반대편에서 사는 피닉스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눈은 신기한 존재다. 우리 ..
셋째가 애리조나 주립대 (Arizona State University, ASU) 홈커밍 축제에서 대추야자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고 칭찬일색이다. 셋째가 먹은 대추야자는 ASU 폴리테크닉과 템피 캠퍼스의 대추야자나무에서 수확한 거다. 무료로 나눠줘서 먹어봤는데 너무너무 달고 맛있다고 내게 전한다. 같이 시식하던 사람들도 맛있다는 칭찬의 연속이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대추야자와 한국의 대추는 이름에 둘 다 대추지만 전혀 속성이 다르다. 대추 비슷하게 생겨서 이 과일을 대추야자라고 부르는 거다. 한국에서 살 때도 말린 대추를 거의 안 먹어서 대추야자도 아직까지 안 먹어봤다. 게다가 난 말린 과일을 원래 그다지 안 좋아한다. 그런데 셋째가 대추야자가 아주 맛있다고 하니 먹고 싶어 졌다. 난 정말 쉽게 설득..
11월 9-15일 이번 주 애리조나 주립대 (Arizona State University, ASU)에서는 홈커밍 이벤트가 있어서 들썩들썩했다고 셋째가 전한다. 주요 이벤트는 15일 토요일에 있는 ASU와 웨스트 버지니아 (West Virginia)와의 풋볼 경기다. 홈커밍이 시작된 9일부터 농구 등 다른 경기도 있고 퍼레이드와 파티 등으로 캠퍼스가 동문과 재학생들로 흥이 난 한 주다. 한국으로 보면 대학 축제기간 비슷하지 않나 싶다. 지난 목요일에 갑자기 셋째에게서 텍스트가 왔다.엄마, 제가 지금 어디에 있게요? 엉뚱한 녀석. 나는 당연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 텍스트 바로 후에 보낸 사진이다. 사진을 보니 ASU 템피 캠퍼스에 위치한 Desert Financial Arena겠고, 선수들을 보니까 여자배..
"Doctor-X: Surgeon Michiko Daimon"은 요즘 막둥 넷째, 남편, 그리고 나 이렇게 저녁식사 후 2-3 에피소드씩 보고 있는 일본 의학 드라마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스트리밍 하는 것이라서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2012년부터 2024년까지 8 시즌이 이미 다 나와 완결된 시리즈라서 볼 것도 많다. 현재 우리 가족은 시즌 3까지 시청했다. "Doctor-X: Surgeon Michiko Daimon"의 일본 원제목은 "ドクターX〜外科医・大門未知子〜"이고 한국어판 제목은 "닥터-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다. 다이몬 미치코는 프리랜서 외과의로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다. 진짜 천재 외과의다. 병원의 어느 파벌에도 관심이 없고 오히려 반감을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미치코의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