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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보자/맛있다

쌀쌀한 날 얼큰하게 속풀어주는 육개장

난 육개장을 좋아한다. 한국에서 어릴 때 잔칫집 가면 육개장을 식사로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당히 맛있었다. 찢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육개장에 고사리, 숙주나물, 파 등과 함께 들어있는 찢은 소고기는 맛있게 잘 먹었다.

 

육개장은 고사리가 없으면 못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파만 가지고도 육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유튜브에서 찾은 후 가끔 만들어 먹는다. 내가 따른 레시피는 심방골주부님의 대파 육개장이다.

 

 

재료 중 집에 없는 것은 과감히 생략했다. 국간장과 고은 고춧가루는 집에 없는 재료다. 국간장은 그냥 소금으로 대체하고, 고은 고춧가루는 일반 고춧가루로 넣었다. 대파도 미국에서는 흔한 채소가 아니다. Green onion (그린 어니언)이라 부르는 파는 미국에서도 아주 흔한 채소라서 이걸로 만들었다. 그린 어니언은 대파와 비교해 덜 질기고 맛은 대파와 거의 비슷하다. 미국에서 김치 포함 한국 음식 만들 때 대파 들어가는 것은 대부분 이 그린 어니언을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일부 없는 재료는 생략하고 대파 대신 그린 어니언으로 만들었지만, 맛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맛있다. 처음 대파 육개장을 만들었을 때는 없는 재료를 생략하더라도 100% 레시피를 따라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몇 번 만들어 보다 보니까 요령이 생겨서 요즘은 살짝 수정해서 만들고 있다.

 

Green onion (그린 어니언)

 

소고기는 보통 부들부들 해질 때까지 삶는데 오늘은 오후에 장보고 돌아오자 마자 갑자기 육개장이 먹고 싶어서 시작한 거라 저녁식사 시간을 고려해 평소보다 짧게 삶았다. 그리고 식구들이 좀 덜 맵게 해달라고 해서 고춧가루를 보통 때보다 1 스푼 적게 넣었다. 그래서 덜 붉다. 난 강렬하게 더 붉은색이 좋은데 (그리고 더 맵고 ^^) 식구들의 의사를 따라줬다.

 

식구들 중 육개장과 밥을 따로 먹는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은 그 요청에 따라 밥과 육개장을 따로 줬다.

 

 

식구 중 일부는 밥을 육개장에 미리 말아 먹는 국밥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럼 또 그 취향에 맞춰 줬다.

 

 

난 육개장에 달걀 푼 걸 좋아한다. 내가 예전에 먹었던 육개장에는 모두 달걀이 풀어져 있었다. 그런데 울 식구들은 그게 싫단다. 그래서 작은 냄비에 육개장을 일부 덜어 내고 달걀을 후루룩 풀어 나만 먹게 따로 준비했다. 밥은 육개장에 말지 않고 먹었다.

 

이거 다 내꺼다. 행복하다.

 

소고기, 파, 양파, 달걀... 모두 모두 함께 모여 맛. 있. 다.

 

 

달걀 풀려고 따로 끓인 작은 냄비에 솔직히 처음엔 좀 많이 덜은 게 아닌가 했었다. 내가 먹을 거니까 욕심이 생겼던 거다. 그런데 그걸 다 혼자 먹었다. 거기에 밥도 함께 먹었으니 양이 상당히 많다. 뜨거운 육개장과 함께 하니 추위도 달아나고 속이 시원하게 풀린다.

 

이렇게 말하니 오늘 피닉스가 꽤 추웠을 것 같지만, 반전은 바로 이것. 오늘 피닉스의 최고기온은 화씨 71도 (섭씨 22도)였다. 하하하.


<다음날>

어제 먹고 남은 육개장을 데워서 오늘 점심으로 해결했다. 아이들 셋이 모두 다른 걸로 벌써 점심을 먹어서 이미 배가 부르다고 하니까 남편과 둘만 육개장을 먹으면 된다. 그래서 달걀도 내 맘대로 다 풀었다. (내가 짱이다!) 큰 그릇에 밥을 깔고 그 위에 육개장을 부어서 육개장 국밥 스타일로 먹었다.

 

남편 육개장 국밥
내 육개장 국밥

 

밥을 국물에 잘 말아서 한 숟가락~ 좋다!

 

 

먹다가 스스로 놀란 건데 고기가 꽤 많이 들어 있다. 흐흐흐~ 보통 점심을 이렇게 많이 안 먹는데 오늘은 아주 든든하게 먹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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