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에게 아시아의 환상과 아름다움의 도시라고 하면 아마도 Shangri-La(샹그릴라)와 Xanadu(재너두)를 떠올릴 거예요. 샹그릴라는 가상의 장소로 외부와 단절된 히말라야의 유토피아이고, 재너두는 실제 존재했던 원나라의 도시 상도(上都)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재너두(상도)는 원나라가 베이징으로 천도하기 전 수도였고 베이징 천도 후에는 여름 수도가 되죠.
샹그릴라(Shangri-La)는 제임스 힐튼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1933)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가공의 장소이다. 쿤룬산맥(Kunlun Mountains)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숨겨진 장소에 소재하는 신비롭고 평화로운 계곡,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외부로부터 단절된 히말라야의 유토피아로 묘사되었다. 소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말은 지상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천국을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샹그릴라 사람들은 평균적인 수명을 훨씬 뛰어넘어 거의 불사(不死)의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상상에서 우러난 동양(Orient)에 대한 이국적 호기심(Exoticism)을 담고 있다. 샹그릴라 이야기는 티베트 불교에 전승되는 신비의 도시 샹바라(Shambhala, 香巴拉)에 기초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 발췌
유럽에 알려진 원나라의 재너두. 이러니까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있습니다. 바로 마르코 폴로. 재너두를 유럽에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마르코 폴로에 의한 "동방견문록"이에요. 마르코 폴로는 1275년 즈음에 재너두에 방문했다고 믿어지는데 쿠빌라이 칸의 당시 원나라는 아주 강력하고 풍성한 부를 자랑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니 유럽인들에게 재너두란 풍부한 부가 넘치며 아름다운 곳으로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은 그런 도시가 되는 거죠.
이런 재너두의 배경적 이미지에 힘입어 영화명까지 "Xanadu"인 Olivia Newton-John(올리비아 뉴튼-존), Michael Beck(마이클 벡), 그리고 Gene Kelly(진 켈리)가 출연한 1980년 영화가 있어요. 여기서 재너두는 나이트클럽으로 핫한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곳이었어요. 올리비아 뉴튼-존은 제우스의 딸이자 올림퍼스의 9 뮤즈 중 하나로 출연합니다.
영화 자체는 그다지 잘 만든 것 같진 않아요. 몇 년 전 처음부터 보려고 했다가 스토리도 많이 유치하고, 특히나 남주인공 마이클 벡의 발연기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중간에 그만뒀어요. 올리비아 뉴튼-존도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노래가 있으니 용서는 됩니다.
진 켈리는 짧은 부분만 봤어도 확실히 다른 연기를 보여주세요. 이 영화 찍었을 때 연세가 68세 정도였는데 롤러스케이트도 얼마나 멋지게 타시는지 대단해요. 진짜 연기, 공연 이 모든 것에 타고난 만능 엔터네이너입니다. 그런데 진 켈리 이분이 누군지는 아시죠? 그 유명한 Singing in the Rain을 부른 분입니다. 영화 "Xanadu"를 보고 있자면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 때문에 진 켈리에게 미안해집니다.
그런데 이 별로인 영화 "Xanadu"가 애리놀다에게는 다른 면에서 감성을 떠오르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노래가 좋거든요. 주제가 Xanadu 이걸 들으면 진짜 유럽인들이 상상했던 재너두 같이 풍족하고 맘 편하고 즐거운 그런 느낌이 퍼집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아주 좋아합니다.
원래 이 노래는 남편이 소개해 줬어요. 1981년 남편이 어릴 때 미국으로 가족 모두 이민 왔을 때 미동북부 도시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 분위기가 이 노래 Xanadu 같았대요. (히야~ 한달 쯤 지나면 남편이 미국에 이민 온 지 40년입니다!) 그때 마침 여기저기서 이 노래가 들리기도 했고요. 남편에게도 Xanadu는 평온, 활기, 다 잘될 것 같은 희망 등을 느껴지게 하는 노래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은 냉전시대였던 1980년대만 못한 듯합니다. 정치 및 사회 성숙도가 그래요. 예전에 상상도 못 할 수준까지 일을 저지르고, 여기에 양심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두꺼운 얼굴로 언론 및 빅 테크와 함께 대중들에게 주입시키면서 우기면 된다고 믿는 시기예요. 냉전시대가 사라지면 평화가 올 줄 알았더니 냉전이 종식된 후 30년 동안 이상하게도 외부의 적은 여전히 계속 만들어지고, 내부의 적들은 브레이크 없이 날뛰는 듯합니다.
돌아가는 정치상황으로 스트레스받을 때에 Xanadu를 들으면 기분이 좀 나아져요. 노스탤지어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예전처럼 어느 정도 룰을 지킬 건 지키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Xanadu를 부르던 저 시기에는 적어도 이 정도까지는 뻔뻔하지 않았으니까요.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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