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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오늘 하루

마켓에서 만난 온화한 미소의 은퇴 미 해군 대령님

by 애리놀다~♡ 2019.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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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켓에서 장보며 도넛을 고르고 있는데 아시아계 어르신 한 분을 뵈었어요. 그분께서는 혼자 드실 거라 도넛 하나만 골라 사셨는데 애리놀다와 아이들 네 명이 함께 도넛 더즌 12 + 6 해서 18개 고르니까 아주 귀엽게 보세요. (금요일에 도넛 세일이 있어서 18개를 더즌 가격으로 팔아요) 딸과 손주들을 바라보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도넛을 골라 다 박스에 넣은 후 가려고 하는데,

 

중국인들은 도넛을 아주 좋아하죠. 내 친척들도 다 도넛을 좋아해요.

 

하고 말씀을 하십니다. 애리놀다가 중국계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저는 중국계가 아니에요. 한국계입니다.

 

웃으면서 답해 드렸죠. 온화한 미소의 어르신께서는 한국에 딱 한번 가본 적이 있으시대요. 보통 서울에 많이들 방문하시니까 서울에 가셨었는지 여쭤봤어요. 예상치 않은 도시명을 말씀하십니다.

 

군산에 잠깐 가봤어요. 미 해군이었거든요.

 

하와이에서 태어나 해군에 입대해 장교로 복무하셨는데 군산에 잠시 방문하셨다고 하세요. 잠깐 방문인데도 한국에 대해 기억하시는 것을 말씀해 주셨어요.

 

하와이의 한국계나 한국 음식점 가면 대부분 소고기 불고기를 먹어서 한국에서는 소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가보니 돼지고기를 많이 먹더군요.

 

생각해 보니까 예전 한국에서는 돼지고기를 많이 더 즐겨 먹었던 것 같아요. 그분이 한국에 가셨던 때가 아마 70~80년대였을 것 같은데 그때는 가격 면에서 더욱더 그랬을 거예요.

 

어르신께서 애리놀다랑 이야기하고 싶어 하셔서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애리놀다와 함께 있던 아이들 네 명에게도 조부모의 따뜻한 눈빛을 주며 아주 이뻐하시면서요. 성(姓)을 말씀하시던데 울 가족의 성과 같아요. 발음만 중국식과 한국식으로 나뉠 뿐이죠. 성이 같다는 걸 아시니까 반가워하시며 더 좋아하십니다.

 

인사를 드리고 헤어진 후 아이들이랑 도넛 박스를 들고 마켓의 다른 쪽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남편에게 갔습니다. 모두들 함께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어르신께서도 우리 쪽에 오시더군요. 이쪽에 물건을 고르러 오셨나 해서 손을 흔들고 반가워해 드렸더니 애리놀다를 찾아오셨던 것. 명함을 주고 싶으시다며 주고 가세요. 감사히 받았습니다. 어르신이 가신 후 명함을 봤더니 navy captain (해군 대령)이셨어요.

 

지금까지 애리놀다가 이 어르신의 성별을 말을 하지 않아 남성분이라 생각한 분이 많았겠죠? 그런데 이분 여성이세요. 1960년대부터 해군 생활을 하셨으니 여성으로 해군 대령까지 오르셨으면 꽤 높은 계급으로 은퇴하신 거예요. 명함을 보니까 Cold War Monument Foundation (냉전 기념물 재단)라고 적혀 있습니다.

 

물건 다 고르고 캐시어 쪽에 갔더니 대령님께서 바로 앞에 줄 서고 계십니다. 대령님과 동선이 계속 겹치더라고요. 차례가 오길 기다리면서 대령님께 명함에 쓰여 있던 냉전 기념물 재단에 대해서 여쭤 봤어요. (어르신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명함 주고 가셨는데 애리놀다가 읽지도 않고 그냥 집어넣고 그러진 않죠. 주신 거니까 재단명 다 확인했고 성함과 해군 계급까지 기억하고 있었어요. 헤헤.)

 

이 재단은 지금 피닉스에 냉전시대 원자력 잠수함이었던 USS Phoenix를 옮겨와 피닉스의 공원에 설치하고 기념비를 세우는 재단이라고 하세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민간 기금 모금으로 하는 프로젝트라고 말씀해 주시고요. 사막 피닉스와 잠수함.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피닉스 공원에 뜬금없이 뭔 잠수함 기념비인가 싶은 분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잠수함이 울 도시 피닉스 이름을 딴 거라 서로 연관이 큽니다.

 

USS Phoenix (SSN-702) (사진출처: 미 해군 사진(U.S. Navy photo))

 

USS Phoenix 잠수함 뱃지는 울 동네 피닉스 이름을 딴 잠수함답게 불사조 피닉스와 도시를 형상화했어요. 바닷속을 가르고 다니는 사막의 잠수함이라... 캬~ 멋있네요.

 

USS Phoenix 뱃지

 

대령님은 USS Phoenix의 함장은 아니셨고요. (미 해군의 잠수함에는 여성 승조원이 탑승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령님은 적군의 잠수함을 사냥하는 걸 가르치는 장교셨어요. 핸드폰을 꺼내 여러 사진을 보여 주십니다. 하얀 해군 장교 군복 입으신 사진도 있었는데 멋있었어요. 칭찬드렸더니 넘 좋아하세요.

 

명함을 이미 읽어 대령님 성함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Capt. Culbertson으로 불러드렸어요. (예의 바른 애리놀다~) 좋아하시면서도 그냥 친근하게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하십니다. 대령님과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냉전 기념물 재단 사이트를 쭉 읽어 봤어요. 대령님은 이 프로젝트뿐 아니라 사회 공익사업을 활동적으로 하시는 분이시네요. 홈리스 무료 급식도 하시고요. 또 하나 놀란 건 대령님께서 1943년생이라는 것. 만 75세이셨어요. 한 60대 정도로 젊어 보이셨는데 프로젝트 열심히 하시고 또 사회 봉사 활동을 많이 하셔서 대령님 몸이 세월을 잊으신 것 같아요.

 

냉전 기념물 사업이 지금은 초기 단계인 듯 하던데 이 프로젝트가 빛을 발해 피닉스에서 USS Phoenix 기념물을 곧 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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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8

  • *저녁노을* 2019.07.14 05:53 신고

    여자분이셨군요ㅎㅎ
    대단하신분이군요
    답글

  • 空空(공공) 2019.07.14 06:34 신고

    오.멋진 분을 만나셨네요..
    저도 처음엔 당연히 남자라 생각을 하고 상상하며 글을 읽어 내려갔는데
    요즘말로 헐..대박입니다.
    성별을 바꾸어 생각을 하니 더욱 멋지게 생각됩니다.
    혹시 은발이 아니신가요..ㅋ
    놀다님은 우연히 만나시는분도 대단하신분들을 뵈는것 같습니다.^^



    답글

    • 저도 처음엔 온화한 인상을 가진 멋진 분이시다 생각했는데 해군 대령이셨어요. ^^
      은발은 아니셨어요. ^^;; 지금도 아니고 여성분이 60년대부터 해군생활 하셨는데
      대령까지 오르신 걸 보면 대단하신 분이세요.
      제가 인덕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

  • 오렌지훈 2019.07.14 14:41 신고

    여성분이라고 상상못했는데
    대단한데요~중국인으로 많이들
    보는것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공감하고 갈께요
    답글

  • 드래곤포토 2019.07.14 20:25 신고

    대단한 분을 만나셨네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좋은기운을 받았을것 같습니다 ^^
    답글

  • 인에이 2019.07.14 22:22 신고

    가게에서 우연히 한국에 가본적이 있으신 해군 대령님을 만나셨네요^^
    심지어 여성분이시라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답글

  • 베짱이 2019.07.15 09:30 신고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 ㅋㅋ
    답글

  • 히티틀러 2019.07.16 02:25 신고

    여성 분에 해군 대령이라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군산 뿐만 아니라 일본 오키나와도 다녀오셨을 거 같아요ㅋㅋㅋ
    70대 중반인데 활발하게 활동하신다고 하니 더더욱 대단하신 거 같아요!
    답글

    • 요즘은 그래도 수월한 편인데 예전에 대령으로 은퇴하셨으면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오키나와에도 다녀오셨을 거예요. 활동적으로 정말 젊게 사시는 분이셨어요. ^^*

  • 좀좀이 2019.07.16 12:01 신고

    지금도 한국에서 고기 구워먹는다고 하면 거의 다 돼지고기에요. 요즘은 쇠고기 무한리필도 있기는 한데 돼지고기 무한리필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요. 그나마 미국 쇠고기 수입되면서 거기까지 낮아진 거구요 ㅎㅎ 정말 멋진 분 만나셨군요! 적군 잠수함 사냥하는 법 가르치는 교관이셨다니 굉장해요. 저 시절이면 미국에서도 여성이 군에서 간호병과도 아닌데 노력해서 저기까지 올라가기 위해 매우 힘드셨을텐데요. 왠지 영화 지아이제인 떠올리게 하시는 분이셨을 거 같아요 ㅎㅎㅎ 저 프로젝트 잘 되어서 피닉스에 USS Phoenix 기념물 잘 설치되고 운영, 관리되었으면 좋겠어요^^
    답글

    • 여전히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군요. 한국이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이 꽤 높다고 전에 읽은 듯 해요. 대령님이 대단하신 부이였더라구요. 제도 지금 하시는 프로젝트가 잘 되었으면 합니다. ^^*

  • Deborah 2019.11.26 05:32 신고

    여성으로서 대령을 단다는 건 무척 힘든일입니다. 대단하시네요. 여러 사회봉사도 하시고 기념물이 하루속이 세워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답글

    • 데보라님께서는 특히나 잘 아시겠어요. 남편도 대령님 명함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더구요. 여성이 대령을 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요. 저도 대령님의 기념물 사업이 곧 세워지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