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껍데기 튀김을 흉내 낸 멕시코 과자?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 Chicharrones De Ha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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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 넷째를 데리고 히스패닉 마켓에 갔더니만 멕시코에서 즐겨 먹는 과자를 사고 싶다고 부탁한다.

 

 

이 과자는 모양만 다를 뿐, 딱 봐도 한국에서 호프집의 기본 안주로 나와서 손가락에도 끼워 먹던 굴뚝같이 생긴 과자와 비슷해 보인다. 아마 맛도 비슷해서 다 아는 맛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 멕시코 과자를 수도 없이 봤지만 한 번도 구입한 적이 없다. 하지만 막둥이가 먹어 보고 싶다고 하니까 하나 사 본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끔 먹었던 굴뚝같이 생긴 과자의 이름을 이상하게도 모른다. 호프집에서 리필을 부탁할 때 그냥 "과자 더 주세요"라고 말했던 것 같다. 이번에 이 과자 이름이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마카로니 과자라고 한다. 이름을 알았으니 기억해 둬야지.

 

마카로니 과자 (출처: 나무위키)

 

내가 너의 이름을 알았으니, 너는 내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 마카로니 과자, 너는 이제 내 세상에 들어온 거다.

 

막둥이가 먹고 싶어 사달라고 한 과자는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 (chicharrones de harina)다.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란 과자를 설명하기 위해서 치차론이란 음식부터 살펴보자.

 

 

치차론 (단수형: chicharrón, 복수형: chicharrones)은 삼겹살 튀김 또는 돼지껍데기 튀김 요리다. 스페인에서 시작한 요리지만, 중남미에서 더 인기가 많다.

 

미국에서는 남서부 지역에서 히스패닉계 주민 중심으로 즐겨 먹고,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남동부의 딥 사우스 (Deep South) 지역에서도 미국인들이 예전부터 전통적으로 꽤나 즐겨 먹었다. 미국에서는 돼지껍데기 튀김을 프라이드 포크 라인드 (fried pork rind) 또는 크랙클링 (crackling 또는 cracklin)이라고 부른다.

 

돼지껍데기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두 명의 부시 대통령 중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돼지껍데기 튀김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 소노마의 El Coyote Market & Deli에서 판매하는 전통적인 치차로네스 (작가: Missvain, 출처: Wikimedia Commons)

 

스페인어로 단수형 치차론 (chicharrón)은 보통 삼겹살 튀김이나 돼지껍데기 튀김을 주요 구성으로 만든 요리 자체를, 복수형 치차로네스 (chicharrones)는 삼겹살/돼지껍데기 튀김이나 튀김 스낵을 부르는 표현이라고 한다. 내가 아는 스페인어는 숫자와 간단한 단어들 정도라서 (대부분 음식 관련 단어다) chicharrón과 chicharrones의 차이를 알턱이 없다. 구글에서 정보를 찾았다. 공부한 셈이다. 기특한지고.

 

히스패닉계 주민들은 돼지고기를 꽤 많이 먹는 것 같다. 히스패닉 마켓에서는 돼지껍데기 튀김인 치차로네스와 돼지기름인 라드를 흔하게 판매한다.

 

돼지껍데기 튀김 치차로네스
돼지기름 라드

 

돼지껍데기 튀김인 치차로네스와 돼지기름인 라드를 진열해 놓은 곳 바로 옆에는 소고기 육포도 있다. 아마 멕시코 스타일로 만든 육포일 것 같다. 이건 고추를 넣은 거라서 고추씨가 그대로 보인다. 매콤하겠다.

 

고추 넣은 소고기 육포

 

다시 과자 이야기로 돌아가자. 치차로네스가 삼겹살/돼지껍데기 튀김이지만, 과자인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에는 돼지고기가 전혀 안 들어갔다. 대신 뒤에 붙은 "데 아리나 (de harina)"가 of flour로 밀가루로 만든 돼지껍데기 튀김이란 뜻이 된다.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는 밀가루를 재료로 한 돼지껍데기 튀김 비슷하게 만든 과자로 이해하면 될 거다.

 

 

기본 재료는 밀가루, 전분, 소금, 베이킹소다이고, 기름에 튀겨서 완성한다.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는 보통 바로 짜낸 라임 주스, 핫소스, 칠리-라임 소금 등을 뿌려서 먹는다.

 

멕시코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의 과자인가 보다. 방과 후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교문 앞에는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를 파는 노점들이 즐비하게 배고픈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다 튀겨서 포장한 걸로 마켓에서 사기도 하고, 튀기기 전 제품으로 사다가 집에서 직접 튀겨서 먹기도 하나 보다.

 

(출처: Don Turinos)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의 모양은 대부분 바퀴같이 생겼다. 내가 사 온 과자에는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 루에다 (Chicharrones De Harina Rueda)라고 표기되어 있다. 예상할 수 있듯이, 루에다는 스페인어로 바퀴란 뜻이다.

 

 

바퀴 모양 외에도 사각형 모양의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를 판매한다.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의 가격은 바퀴 모양이든 사각형이든 5 oz (142g) 한 봉지가 $2.37 (3,460원)이다.

 

 

사각형 모양의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는 원조 돼지껍데기 튀김과 더 비슷한 모양새다.

 

사각형 모양의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
돼지껍데기 튀김 치차로네스

 

이제 나도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의 맛을 보자.

 

 

봉지 안에는 뿌려 먹으라고 핫소스가 두 개 들어 있다. 멕시코 길거리 음식 스타일의 핫소스다.

 

 

바퀴 모양의 과자는 지름이 약 7cm 정도다.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를 처음 먹어 보는 거라서 내가 핫소스 뿌리는 걸 싫어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핫소스를 뿌리고 나면 그 과자는 내가 다 먹어야 한다. 핫소스는 다른 접시에 덜고 과자를 찍어 먹어 봤다.

 

 

어! 나쁘지 않다. 핫소스의 매콤하고 새콤한 맛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이번에는 핫소스를 위에 뿌려서 먹으려고 소심하게 몇 개 가져와 핫소스를 뿌려봤다. 이렇게 먹으니 맛있다.

 

 

이만큼 먹으니까 오늘은 더 이상 못 먹겠다.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가 기름에 튀긴 과자라서 금방 물린다.

 

생각해 보니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와 한국의 마카로니 과자가 맛이 비슷하니까 마카로니 과자에 멕시코 핫소스를 뿌려서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집에 재료가 다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보자.

 

 

[정리]

멕시코 과자인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는 돼지껍데기 튀김과 비슷하게 만든 과자다. 돼지껍데기나 돼지기름은 안 들어갔다. 이 과자의 맛은 한국의 마카로니 과자와 비슷하다. 밀도는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보다 마카로니 과자가 더 높다.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는 좀 짭짤한데 마카로니 과자보다 더 짠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마카로니 과자를 먹은 지가 거의 30년 전이라 그 짭짤함의 정도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치차로네스 데 아리나가 짭짤하면서 고소해서 맥주 안주로도 좋겠다 싶다. 멕시코 핫소스를 뿌려서 먹으면 더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튀긴 과자라서 쉽게 물릴 수 있다. 마카로니 과자보다 약간 더 기름기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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