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 살면 고향의 맛이 그리워진다 - 조개껍질 닮은 멕시코 빵 콘차 Concha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란 울집 아이들은 히스패닉 음식에 아주 익숙하고 또 상당히 즐겨 먹는다.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히스패닉계라서 함께 멕시코 음식을 먹으러도 종종 다닌다. 반대로, 히스패닉 친구들이랑 한국 음식을 먹으러도 다닌다.

 

나초 (Image by tarheelgarden from Pixabay)
타코 (Image by Rin from Pixabay)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가 포함된 미국 남서부 주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이 지역의 멕시코 음식이 상당히 맛있다. 애리조나의 멕시코 음식이 맛있기도 하고, 사는 지역이 지역인 만큼 우리 가족은 멕시코 음식을 자주 먹는다.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대학을 다니는 둘째는 내쉬빌에서는 멕시코 음식이 애리조나만큼 흔하지 않아서 멕시코 음식이 가끔 그립다고 한다. 울집 아이들에게는 멕시코 음식이 고향의 맛 중 하나인 셈이다.

 

재밌는 건 내쉬빌이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미국 남동부에 위치해 있다. 내쉬빌 음식도 꽤 맛있다. 둘째가 밴더빌트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되면 아마 그때는 반대로 내쉬빌의 음식이 아주 그리울 거다.

 

여름방학으로 집에 와 있는 둘째가 콘차 (concha)를 먹고 싶어 해서, 보통 때보다 히스패닉 마켓에 자주 들러 여러 차례 사 오고 있다. 콘차는 멕시코 빵인 판 둘세 (pan dulce)의 일종이다. 판 둘세는 달콤한 빵이란 뜻이다. 가격이 저렴해서 멕시코에서는 간단한 아침 식사, 간식, 밤참 등으로 즐겨 먹는다. 달콤한 빵이라고 부르지만 대부분의 판 둘세가 특별히 더 달고 그런 건 아니다.

 

 

[미국] 히스패닉 마켓에서 사온 멕시코 빵 Pan Dulce 판 둘세

히스패닉 마켓에 가면 멕시코 빵 pan dulce(판 둘세)를 팔아요. 스페인어 pan dulce는 영어로는 sweet bread로 말그대로 달콤한 빵이란 뜻인데 이름처럼 달고 그런 건 아니구요. 그냥 빵만큼 달아요. Pan du

thenorablog.tistory.com

 

판 둘세의 종류를 보면 멕시코에서 즐겨 먹는 빵 외에도 미국에서 흔히 먹는 것들도 판 둘세란 이름으로 함께 팔고 있다. 종류가 매일 조금씩 달라지던데, 어떤 날은 미국 일반 마켓에서도 흔히 판매하는 크루아상, 도넛, 쿠키, 초콜릿 머핀, 블루베리 머핀 등이 포함된다.

 

판 둘세가 진열되어 있는 히스패닉 마켓 (출처: Northgate Gonzalez Markets at Facebook)
예전에 찍은 판 둘세 사진 (2018년)
예전에 찍은 판 둘세 사진 (2017년)

 

콘차는 판 둘세 종류 중에서 대표적이라고 생각되는데, 한국의 소보로빵이나 일본의 멜론빵과 비슷한 모습이다. 비슷한 모양의 빵들이 한국, 일본, 멕시코 모두에서 모양에 따라 각각의 이름을 붙였다. 한국에서는 소보로빵을 예전에 곰보빵이라 불렀던 걸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일본에서는 멜론을 닮았다고 해서 멜론빵이라 부르고, 멕시코에서는 빵 표면이 조개껍질을 닮아서 조개껍질을 의미하는 콘차 (concha)로 부른다.

 

콘차는 빵의 부드러움이나 고급스러움에서 소보로빵과 멜론빵에 비해 떨어지고 좀 건조한 편이다. 이건 콘차를 포함한 판 둘세의 특징이다. 대체적으로 한국이나 일본의 빵에 비해 퍽퍽한 감이 있다. 한국에서 먹던 빵을 기대하고 먹으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부드러움과 고급스러움 순서
멜론빵 > 소보로빵 > 콘차

 

콘차 (2024 Cinco de Mayo Festival, 작가: Missvain, 출처: Wikimedia Commons)
예전에 찍은 콘차 사진 (2017년)

 

울집 아이들 넷이 어릴 때는 콘차를 비롯한 판 둘세를 즐겨 먹었었다. 하지만 판 둘세가 전반적으로 퍽퍽한 느낌이 있어서 아이들이 크면서는 거의 먹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가 이번 방학에 집에 와서는 콘차를 계속 찾는다. 그래서 히스패닉 마켓에 자주 가서 콘차를 챙겨서 사 오고 있다. 동네 히스패닉 마켓에서는 4개에 $5.00 (7,500원)에 판매한다.

 

 

이번에 사 온 콘차 중에서 조개껍질 무늬의 콘차다운 모양은 이거 한 개뿐이다.

 

 

오늘 히스패닉 마켓에서 보니 콘차의 무늬가 조개껍질 대신에 대부분 거북이 등껍질 모양이었다. 이게 새로운 유행인가 하고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월드컵 기간이다. 월드컵이라고 축구공 모양을 낸 거다. 일종의 스페셜 에디션인 셈이다.

 

 

아래 것은 좀 더 소보로빵 같은 모습의 콘차다. 노란색이 강렬하다. 멕시코 빵과 과자는 원래 색상이 진한 편이다.

 

 

축구공 모양만 두 개 남았다. 무늬가 맛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원래 콘차의 모양이 아니라서 그런가, 현재 울집에서 인기가 떨어진다. 셋째와 막둥 넷째는 콘차가 별로 땡기지 않는 듯하니까 둘째가 독점적으로 먹을 수 있겠다.

 

 

둘째가 여름방학이 끝나 내쉬빌로 돌아가기 전 한국 음식도 그렇고 멕시코 음식도 많이 먹고 싶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멕시코 음식을 더 자주 준비해 줘야겠다. 내일은 집에서 나초/타코/부리토를 만들어 먹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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