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 넷째의 홈베이킹 - 치즈케이크 (Cheesecake). 부드럽고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
- 아이들 취미/요리&베이킹
- 2025. 4. 17. 09:31
밤에 자러 간다고 했던 막둥 넷째 이 녀석이 내 책상에 앉아 뭘 열심히 쓰고 있다. 내게 "엄마 사랑해요" 편지라도 쓰고 있나 보니 그건 아닌 듯하다. 뭐 하냐고 물어보니까 치즈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서 엄마에게 부탁할 쇼핑 목록을 적고 있다고 한다.
막둥이가 요청한 재료들을 살펴보니 만들어진 치즈케이크를 사다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크림 치즈는 32 oz (907g)나 필요하단다. 조금 부족한 1kg이다. 들어가는 크림 치즈의 양이 후덜덜하다.

크림 치즈는 보통 8 oz (227g) 팩 포장이다. 막둥 넷째의 요구에 맞추려면 적어도 4 팩을 사야 한다. 저렴한 마켓 브랜드의 크림 치즈로 구입해도 8 oz에 $2 (2,800원) 정도다. 4 팩을 사야 하니까 크림 치즈 재료비만 $8 (11,200원)이다.
다른 재료도 마켓 브랜드로 고른다 해도 그램 크래커 (graham cracker)는 보통 한 박스에 $3 (4,200원), 사워 크림 (sour cream)도 $2 (2,800원) 정도다. 집에 딸기와 블루베리가 있지만 더 이쁘게 만들어보라고 블랙베리도 한 통 샀다. 블랙베리는 6 oz (170g)가 $2.99 (4,200원)다.
헤비 크림 (heavy cream)은 선택사항이라 하니 구입하지 않았다. 헤비 크림은 막 저어서 휩트 크림 (whipped cream)을 만들어 치즈케이크에 데코 할 목적이다. 솔직히 치즈케이크 자체로 충분히 듬직한 음식이라 개인적 생각으로는 휩트 크림까지는 전혀 필요 없다.
이렇게 저렇게 다른 추가 재료들까지 고려하면 집에서 만드는 치즈케이크는 비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렴하지도 않다. 그래도 아이가 만들겠다고 하니 베이킹 연습을 하며 그 재미를 즐기라고 투자해 준다. 대신 막둥이의 치즈케이크의 맛은 좋았으면 한다.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으면 더더욱 좋겠다.

타겟 (Target)에서 재료들을 사 왔다. 재료들은 모두 약간 저렴한 타겟의 자체 브랜드로 골라서 최대 $4 (5,600원) 정도 줄인 것 같다. 하하하. 어차피 대부분 다 구워질 재료라 마켓 브랜드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이건 치즈케이크에 들어갈 재료들이고,
요건 사는 김에 따로 먹으려고 추가로 산 거다. 추가로 산 간식거리를 생각해 보니 마켓 브랜드를 사면서 아낀 부분 이상을 썼다. 큭큭큭. 이런 게 바로 사는 재미다.
막둥이가 그램 크래커를 부수고 여기에 설탕과 녹인 버터 등을 넣고 혼합해 크러스트를 만들어 케이크 팬 바닥과 옆으로 붙여뒀다.
이제 크림 치즈를 듬뿍 넣은 치즈케이크를 만들 준비를 한다.
이 살벌한 크림 치즈의 잔해들. 치즈케이크는 진정 크림 치즈 먹는 하마다.
막둥 넷째가 재료들을 넣고 열심히 섞어주고 있다. 끙끙대는 막둥이를 보니 핸드믹서를 사줘야 할 것 같다.
손으로 섞었는데 막둥 넷째가 꽤 잘 섞었다. 이걸 보니 또 맘이 바뀐다. 어디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맘이 바뀐다고 하는 속담이 다 맞다. 나도 그렇다. 핸드믹서 안 사도 될 듯하다. 하하하.
달걀을 넣기 전 맛을 보라고 해서 맛을 봤는데 맛있다. 막둥 넷째가 엄마를 위해서 원 레시피에서 설탕을 상당히 줄였다고 한다. 맛있게 달달하다. 이렇게 설탕을 많이 줄였는데도 달달함이 부족하지 않다면 원 레시피의 설탕양은 대단할 것 같다. 난 집에 전문 개인 베이커가 있어서 설탕양을 줄인, 하지만 맛은 여전히 좋은 맞춤형 베이킹을 즐길 수 있다. 복이 터졌다.
막둥이는 이제 다 준비된 재료를 크러스트 위에 부었다.
따뜻한 물을 붓고 랙을 놓고 케이크 팬을 그 위에 올린다. 오븐에서 굽는다. 막둥이가 따른 원 레시피는 오븐에서 그냥 굽는 거였다. 하지만 이렇게 구우면 치즈케이크가 딱딱해질 수도 있어서 막둥이가 고민 중이었다. 이걸 본 셋째가 일본식 치즈케이크 레시피를 본 적이 있다며 밑에 따뜻한 물을 담고 구워보라고 한다. 셋째도 아는 게 참 많다. 막둥이는 셋째의 조언을 따랐다.
나도 이 방식을 알고 있긴 했지만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아이가 혹은 아이들끼리 서로 고민하면서 해결방법을 찾는 게 보기 좋다.
셋째의 조언에 따라 구웠더니 치즈케이크가 아주 잘 나왔다. 구운 치즈케이크는 상온으로 식혔다가 냉장고에 옮겨 최소 6시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치즈케이크를 저녁에 구워놓으면 다음날 아침이나 점심때 먹기 좋다.
다음날, 막둥 넷째는 냉장고에서 휴식을 잘 취하고 있던 치즈케이크를 꺼냈다.
케이크 팬에서 치즈케이크를 떼어냈다. 막둥이가 떼내는 걸 보면서 나는 살짝 긴장되었다.
이쁘게 잘 빠져나왔다.
이제 세 가지 베리들을 가지고 장식을 하겠다고 한다. 막둥이는 딸기, 블랙베리, 블루베리를 준비했다. 모양을 내가면서 아주 열심이다.
내가 사 온 블랙베리가 왕 크다.
이제 다 했나 싶었는데 막둥이가 아직도 할 데코가 더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데코가 고프다!"
데코를 하는 막둥이의 모습을 옆에서 보자니 자른 딸기는 데코도 하지만 막둥이 입으로 쏙 들어가는 것들도 꽤 있었다. 먹어가며 즐겁게 데코를 하고 있다.
드디어 완성된 막둥 넷째의 치즈케이크다. 데코를 이쁘게 잘했다. 여기에 가루 설탕을 톡톡톡 뿌리면 더 이쁜데 단 걸 안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 막둥이가 여기서 멈춰줬다. 기특한지고.
이렇게까지 이쁘게 데코를 하리라고 예상을 못 했는데 아주 잘 한다. 막둥 넷째가 손재주도 좋고 확실히 미적감각이 있다.

붉은색, 진한 청색, 딸기 속의 하얀색이 잘 어울리니까 미국 성조기 색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런 데코면 미국 독립기념일에 먹어도 좋겠다 싶었다.
데코가 이뻐서 자르기 아까웠지만 이젠 먹어야 한다. 치즈케이크를 안 좋아하는 셋째 빼고 남편, 막둥 넷째, 나 이렇게 셋이서 나눠 먹을 준비를 했다. 재료는 내가 준비했지만 막둥 넷째의 노력과 시간이 많이 투자된 치즈케이크의 맛이 너무 궁금하다.
이쁘게 잘라 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쉽지 않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했다.
요것은 내가 먹을 치즈케이크 한 조각이다.
치즈케이크랑 함께 마시면 좋을 것 같아서 커피도 하나 사온 게 있다. 집에서 카페를 만들어 볼 요량이다. Good & Gather Cold Brew로 타겟 자체 브랜드인데 할인해서 $3.99 (5,600원)였다. 48 oz (1.42L)로 양이 많아서 여러 번 마실 수 있다.
콜드 커피지만 난 데워서 뜨겁게 마신다. 어떻게 마시든 내 맘이다. 이 커피 제품은 이번에 처음 마셔봤는데 맛은 만족스럽다.
이제 진정 막둥 넷째의 치즈케이크의 맛을 보도록 하자.
이번 막둥 넷째의 치즈케이크도 대박이다!!! 정말 맛 좋다. 레시피보다 설탕을 줄였는데도 적당한 달달함이 남아있고 치즈의 고소하고 풍부한 맛이 아주 잘 살아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치즈케이크와 토핑으로 올린 베리들의 조화가 뛰어나다. 치즈케이크 전문 매장 제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상당히 묵직한 케이크라서 한 조각 먹으면 배가 꽉 찬다. 오늘의 치즈케이크 한계치는 이미 넘었다. 치즈케이크는 내일 먹어야 한다. 내일도 맛있는 치즈케이크를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내 생일은 아주 한참 남았지만 생일에 막둥 넷째가 만든 치즈케이크를 먹고 싶어 졌다. 생일에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막둥이가 흔쾌히 오케이 한다. 이런 맛있는 맞춤형 치즈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니 내가 진짜 복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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