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The Apothecary Diaries, 薬屋のひとりごと)

유튜브 여기저기서 "약사의 혼잣말"이 아주 괜찮다고 리뷰가 많이 올라온다. 궁금해서 여러 사람들이 올린 요약본을 찾아봤는데 재밌다. 난 미국에 사니까 이곳에서 보려면 영어 제목을 알아야 하는데 찾아보니까 "The Apothecary Diaries"다. Apothecary는 약을 조제하고 판매하는 사람이니까 약사의 딱 맞는 번역이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다는 것 같던데 미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인 Crunchyroll에서 방영한다. 이것만 보려고 재가입하기 싫어서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남편이 보고 싶어 하는 게 모아지면 그때 가입해서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주방에서 차를 만들고 있는데 막둥 넷째가 일본 망가를 하나 대화의 소재로 가져온다. 막둥이는 일본 망가, 한국 만화, 웹툰 등을 읽는 걸 아주 좋아한다. 저번에 지나가다가 아이가 망가, 만화 또는 웹툰을 읽는 걸 봤는데 재밌어서 혼자 웃고 아주 신났다.

 

막둥 넷째가 내게,

요즘 재밌는 망가를 하나 읽고 있어요.
약과 의술에 대한 지식이 탁월한 소녀가
궁중에서 여러 활동을 하는 거예요.

 

아이의 이 말을 들으니 내가 유튜브에서 매주 요약본을 찾아보고 있는 "약사의 혼잣말"이 떠올랐다.

너 혹시 The Apothecary Diaries를
말하는 거니?

 

막둥이가 어떻게 아냐는 듯 살짝 놀란 표정이다.

맞아요, 엄마.

 

나 뿌듯했음.

 

이렇게 해서 우리 둘은 "약사의 혼잣말"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막둥 이 녀석이 진짜 열심히 망가를 읽어 캐릭터와 스토리를 다 꿰고 있다.

 

막둥 넷째에게 애니메이션으로도 보고 싶냐고 물어보니 엄마랑 함께 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즉시 Crunchyroll에 가입했다.

 

첫째와 셋째는 지금 투산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어서 집에 없으니까 이 둘을 빼고, 겨울방학으로 내쉬빌에서 집에 온 둘째를 위층에서 내려오라고 하고 남편도 오라고 해서 넷이 앉아 그 자리에서 9화까지 시청했다. 내일 또 나머지를 볼 거다. 우리 식구들은 진짜 열정이 가득하다. 흑~

 

 

요약으로 본 것처럼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대장금" 느낌도 살짝 난다. 주인공 마오마오는 약재와 의약 지식이 뛰어나지만 관찰력과 정보를 종합해 추리하는 능력도 대단하다. 탐정이 따로 없다.

 

내가 "약사의 혼잣말"을 보며 가장 좋은 건 아이들과 함께 시청하며 서로 아는 것과 의견을 나누며 이야기하는 이 시간 자체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니까 내가 이미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망가로 읽어 내용을 다 알고 있는 막둥 넷째도, 이 애니메이션 이름을 듣고 관심이 있었던 둘째도, 애니메이션 자체를 좋아하는 남편도, 모두 함께 같은 소재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내겐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금요일에 첫째와 셋째가 집에 오면 이 애니메이션을 추천할 거다.

 

참고 삼아 말하면, 이 애니메이션은 그 주요 배경이 후궁들의 거주지라서 초/중학생이 보는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심하게 뭐가 나오고 그런 건 아니지만, 약간 지나가며 대화로 나오는 성적인 부분들도 있고 유곽 장면도 좀 나온다. 집단 따돌림/괴롭힘, 살해시도, 자살도 등장한다.

 

[추가]
시즌 1을 끝내고 보니 확실히 초/중학생이 보는 애니메이션은 절대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유곽 장면도 그렇거니와 일어나는 사건들이 주로 황제의 후궁 거주지다 보니까 그에 관계된 내용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페도필리아 (pedophilia) 성향의 인물도 등장하기 때문에 더더욱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이 애니메이션 시청자로는 적어도 틴에이져 이상은 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다. "약사의 혼잣말"의 미국에서 등급을 확인해 보니 PG-13이다. PG-13은 13세 이하에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어 부모의 주의와 지도가 필요한 등급이다. 내가 느낀 그대로다. 우리집 막둥 넷째는 틴에이져라 이 정도는 괜찮다.

 

* 이미지 출처: Crunchy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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