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포스팅했었던 글을 재 포스팅합니다.
* 원 포스팅 작성일: 2015년 2월 13일
"Automata"는 한때 많은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고, 지금도 멋지게 나이가 들고 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Antonio Banderas) 아저씨가 주연한 스페인 공상과학 영화입니다. 디스토피아형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렸어요. 스페인에서 제작한 영화지만 대사는 모두 영어로 되어 있고요. 스페인어로 되어 있으면 영어자막을 읽으면서 봐야 해서 좀 귀찮은데 자막 없이 볼 수 있어서 편합니다.
2044년 지구. 몇 십년간 태양 플레어로 방사능이 강해져서 인류의 99%가 모두 죽게 됩니다. 남은 생존자들은 방사능이 높고 사막화된 지구에서 보호도시를 만들어 그 안에서 겨우 생존을 하며 살고 있죠. 갑자기 줄어든 인구로 턱없이 부족한 노동력을 맞추기 위해 ROC 로봇 회사는 로봇을 생산해 공급해 왔습니다.
이 로봇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인간을 도우며 사용되었고요. 이 로봇들에게는 절대 바꿀 수 없는 기본원칙 (protocol) 2가지가 입력되어 있습니다.
1. A ROBOT CANNOT HARM ANY FORM OF LIFE.
로봇은 어떤 형태의 생명체에게도 해를 줄 수 없다.
2. A ROBOT CANNOT ALTER ITSELF OR OTHERS.
로봇은 스스로 또는 다른 로봇을 변경할 수 없다.
이 기본원칙 하에서 로봇은 공급되었고, 제조사인 ROC는 이 기본원칙을 어긴 로봇을 조사하는 보험회사를 산하에 두고 있습니다. Jacq Vaucan (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은 그 보험사 조사원인데 기본원칙을 위반한 로봇의 경우를 조사하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Jacq은 이 보험사 일을 정말 싫어했어요. 보험금을 타기 위해 로봇 탓으로 돌리며 별짓거리 다하는 여러 인간군상들을 이미 지나치게 많이 봐왔거든요.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 보스는 말합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해라구.
좋은 파드 (pod)에 살고 있고 의료보험도 있잖아.
여기서 말하는 파드는 아파트를 말하는 것인데 Jacq가 사는 파드는 대충 봤을 때 한국 28평 아파트 정도 크기로 보였어요. 임신한 아내와 단둘이 살기에 나쁜 곳은 아니긴 하죠. 이 미래 사회 다른 많은 사람들은 더 열악한 곳에서도 살고 있거든요. 도시 외곽은 빈민 판자촌이고요.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서 받아주지도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면 로봇은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 않았어요. 인류 자체가 원래 두려움과 탐욕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로봇의 진화를 두려워하게 되죠. 인간의 기준으로 로봇의 진화를 보니까 두려워서 막으려고 설치고 다니는데, 로봇은 인간과는 다른 논리 및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거든요. 인간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들이 로봇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요점이죠.
전에도 계속 느꼈지만 지금까지 진화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다고 그린 소설이나 영화들은 사실 너무 인간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해요. 로봇이 인간을 노예로 쓰고 싶을 이유도 없고 쓴다고 해도 로봇에게 그렇게 좋을 것도 없을 것으로 보이거든요. 진화된 로봇은 아마도 이렇게 이기적이며 탐욕적인 인간에 관심이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인간에게는 이기심과 탐욕이 있어 서로 간 늘 갈등이 일어나고 쌈질을 하니까 서로들 알아서 살라고 놔두고 로봇은 따로 지낼 것 같아요. 하지만 인간의 두려움으로 로봇들을 파괴하려고 하거나 노예로 쓰려고 자꾸 괴롭히면 로봇들도 화가 나서 인간들을 묵사발로 만들겠죠.
"Automata" 속 진화하는 로봇들은 기본원칙 중 "로봇은 스스로 또는 다른 로봇을 변경할 수 없다" 두 번째 것을 깨게 됩니다. 두번째 기본원칙을 어기고 스스로 및 다른 로봇을 수리하지만, 끝까지 "어떤 형태의 생명체에게도 해를 줄 수 없다"라는 첫 번째 기본원칙은 어기지는 않더군요. 아무리 인간들이 로봇에게 함부로 대해도요.
그러고 보면 인간과 함께 지내던 로봇들이 스스로 변경하며 진화된 것은 로봇 스스로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변경/수정한다는 (alter) 것은 이미 로봇에게 인식 (consciousness)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러면 문제가 복잡해지죠. 로봇이 인식을 가진 존재가 되면 이제 더 이상 인간이 로봇을 도구 (노예)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인간은 이것이 더 두려운 것이고요.
많은 로봇 중에서 단연 Cleo가 돋보입니다. 다른 로봇과 달리 Cleo는 여자얼굴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Cleo은 홍등가에서 일하는 로봇이었거든요. 로봇에게 남자들을 상대하는 이런 일은 사실 아무 의미는 없습니다. 프로그램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요. Cleo의 말하는 걸 듣다 보면 얼굴 표정이 변하지 않는 마스크인데도 그 얼굴로도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안토니오 아저씨의 부인 멜라니 그리피스 (Melanie Griffith)도 잠시 출연했어요. 그런데 얼굴을 너무 많이 고치셨어요. 보기 불편할 정도로요. 오히려 로봇 Cleo보다 더 로봇 같아 보이는 얼굴. 너무 부자연스러워~! 그런데 안토니오 아저씨랑 멜라니 이모는 2014년에 이혼을 했다더군요. "Automata"가 2014년 작품이니까 이 작품이 이혼 기념작이 된 셈이겠어요.
로봇들이 말하는 대사들이 괜찮은 거 많아요. 우선 생각나는 것 하나를 든다면, 로봇 하나와 Jacq이 나눈 대화입니다. Jacq과 함께 대화를 나눈 이 로봇은 아주 중요한 존재예요. 하지만 심한 스포일러는 되고 싶지 않아서 본 포스팅에서는 그냥 로봇으로 부르겠습니다.
Jacq: Funny, you were supposed to help us survive.
재밌군. 너희는 우리들이 생존하도록 도와주게 되어 있었는데.
로봇: Surviving is not relevant. Living is. We want to live.
생존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거죠. 우리는 살기를 원합니다.
"Automata"는 영화 평론가 및 영화 전문 사이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미국 영화에서 그리는 디스토피아, 이야기 전개, 메시지와는 약간 다르게 느껴졌거든요. 평점은 좋지 않지만 볼 만한 영화라고 여겨집니다.
*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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