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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시간/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년)

* 2014년 9월 25일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올린 것을 재 포스팅합니다.

 

올해 혹성탈출 시리즈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이 나왔건만 저는 2011년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이하 진화의 시작)"을 이제야 봤습니다. 영화 참 좋네요.

 

 

저는 찰톤 헤스톤(Charlton Heston)이 주연한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년)"부터 아주 좋아했었어요. 유인원들이 주인인 혹성에서 유인원들의 폭압에서 겨우 살아남아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인간들, 그런데 알고 보니까 거기가 뉴욕시의 자유의 여신상이 묻혀있는 그 행성이더라는 충격적이 사실. 이후 혹성탈출에 매료되어서 관련 전편 영화가 TV에서 방영될 때마다 관심 있게 봤습니다.

 

 

혹성탈출 전편 격인 영화들은 유인원의 지도자가 되는 시저 (Caesar)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11년에 새로 만든 진화의 시작에서도 바로 그 시저를 현대적 감각에 맞춰 다시 그린 것이고요. 2011년 진화의 시작이나 제가 어릴 때 봤던 혹성탈출 전편이나 인간이 시저를 자식으로 키운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인 틀은 동일해 보입니다.

 

저는 어릴 때 1970년대 제작된 혹성탈출 전편 영화들을 보면서 시저가 자아를 깨닫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진화의 시작에서 시저의 성장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진화의 시작에서 시저는 알츠하이머 약품개발 실험용이던 엄마 침팬지의 약물영향을 받아 고도의 지능을 가진 유인원으로 태어납니다. 인간 아니 인간보다 더 높은 지능을 소유한 시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같은 유인원에 대한 연민도 함께 느끼게 되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저가 자신의 처지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앓는 할아버지나 다른 유인원의 처지를 보고 공감하고 아픔과 긍휼심을 느꼈다는 거지요. 이 모든 인식의 변화는 시저와 그리고 시저를 통해 다른 유인원들의 눈을 뜨게 하고 깨달음도 주게 됩니다. 아래 포스터에서 언급한 Evolution Becomes Revolution (진화는 혁명이 된다)이 바로 그런 뜻이라고 봅니다.

Evolution Becomes Revolution

 

 

유인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처지와 자유없는 억압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쟁취할 때가 이 영화 진화의 시작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다른 모든 것들은 부수적인 것이고, 시저의 한마디 아래 단어가 모든 것을 압축하고 있더군요.

No~!

 

 

"No"라고 말한 순간 시저는 더이상 하류취급받던 동물이 아닌 자유를 가진 존재가 되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No"라고 말해야 할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No"를 못한다면 자유인이 아닌 걸 겁니다. 생각해 보면 찰톤 아저씨가 주연했던 혹성탈출에서도 생존을 위해 유인원들과 싸우는 인간들의 저항이었습니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현 시대인들에게 상당히 시사성 있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네요.

 

혹성탈출 시리즈에서 가장 재밌는 것 중의 하나는 유명한 문구를 각 시리즈에서 어떻게 사용했고 그 사용에 따라 느낌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아주 영리한 구성인데 보고 있자니 재밌어요.

 

찰톤 아저씨의 혹성탈출 (1968년)

이 지구와 비슷한 미확인 행성(?)에서는 유인원들이

인간을 해충처럼 취급하며 살벌하게 대우하고 있습니다.

이 행성의 대부분 인간들은 언어능력이 없습니다.

지구에서 온 우주 비행사 조지 테일러가 (찰톤 아저씨 분)

유인원들에게 잡히는데 아래와 같이 말하자

유인원들이 다들 놀라서 떵~ 충격을 받게 됩니다.

 

Take your stinking paws off me, you damn dirty ape!

(내게서 그 냄새나는 발 치워, 더러운 유인원아!)

 

 

진화의 시작 (2011년)

유인원 보호소 직원 중 하나는 이 자리도 완장이라고

유인원들에게 못된 짓을 하고 괴롭힙니다.

이 못된 직원이 시저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전기충격기로 충격을 가하려 하자 시저가 그의 손목을 잡습니다.

 

그러자 싸가지없는 보호소 직원이 시저에게 소리치죠.

Take your stinking paws off me, you damn dirty ape!

(내게서 그 냄새나는 발 치워, 더러운 유인원아!)

 

이에 시저는 단호하게 답합니다.

No~! (싫어~!)

 

이게 바로 시저가 말한 첫 단어였습니다.

 

 

지능을 가졌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이자 중요한 점은 바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깨달음은 부처같이 득도해서 고차원적 존재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처지 그리고 주변 환경에 대한 실제적 이해와 판단을 하게 된다는 뜻일 겁니다. 그래서 이 깨달음을 얻게 되면 혹시나 부당함이 있을 시 그에 대해서 "No"라고 자연스레 말을 하게 되겠지요.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존재라 스스로 믿는 인간입니다. 하지만 이 간단한 깨달음을 갖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건 아닌 듯합니다.

 

 

*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s

 

[2023년 포스팅을 다시 올리면서 추가]

이 포스팅을 처음 올렸던 2014년 당시에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을 보고 울림을 느끼는 바가 컸었다.

지금은 2023년. 포스팅 작성 후 거의 10년 가까이 인생을 더 살아보니, 영화/드라마 산업계에서 작품을 통해 야금야금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들을 선전선동하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제는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일부러 찾아서 보려고도 하지 않지만 봐도 시큰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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