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첫째가 이번 여름방학 인턴쉽에서 첫 급여를 받았다. 이 첫 급여로 첫째가 피자를 쐈다. 보통 한국에서 첫 급여로 부모님 내복을 사지만, 사막인 피닉스 여름은 지금 지독하게 더워서 첫째에게 내복받는 건 싫다. 그리고 피닉스에서는 겨울에도 내복 입을 정도의 기온이 거의 없다. 먹는 게 훨씬 더 좋다. 그래서 피자로 쏘라고 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 인턴쉽이 첫째의 첫 일자리는 아니다. 2학년 봄학기부터 조교로 일하며 용돈을 따로 벌고 있다. 그런데 학기 중에는 투산의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니까 집에서 떨어져 살고 있어서 조교로 받은 급여를 식구들에게 한 턱 쏠 기회가 아직 없었다. 여름방학 인턴쉽은 집에서 출퇴근하니까 이번 인턴쉽을 식구들에게 한 턱 쏘는 첫 일자리로 잡으면 적당하다.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고 다녀서 여유가 있는 편인데도 첫째는 상당히 알뜰하다. 알뜰한 아이라 좀 더 비싼 걸로 잡고 한 턱 내라고 하면 아마 손이 부들부들 떨릴지도 모른다. 거기다 울집은 먹일 입도 많아서 식구가 여섯이다. 애한테 별거 아닌 거로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아서 Little Caesars (리틀 시저스) 피자로 제안했다. 지난주에 리틀 시저스 피자로 3판 사다 먹었는데 가격과 맛 모두 만족스러웠었다.
드디어 첫째가 리틀 시저스 피자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기가 한 턱 내는 거라 충분 + 넘치는 충분으로 하기 위해 피자 4판을 샀다.
이번에는 지난번 Classic (클래식) 피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ExtraMostBestest (엑스트라모스트베스티스트) 피자다. 4판이라 양이 많아서 여섯 식구인 울집도 내일 점심까지 먹을 수 있겠다.
첫째가 내일은 핫윙을 쏘겠단다. 첫째가 핫윙 재료 닭날개를 사고 남편이 이걸로 맛있게 만들어 주기로 했다. 리틀 시저스를 비롯 피자 체인점에서도 핫윙을 팔지만 가격대비 양이 적다. 여섯 식구가 충분히 먹으려면 직접 만드는 게 최고다. 거기에 남편이 만든 핫윙 맛이 또 끝내준다. 그래서 첫째가 아빠에게 재료를 쏠 테니 맛있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우린 내일 첫째가 재료를 대고 남편이 요리한 핫윙을 먹을 거다. 신난다!
자식이 일해서 번 첫 급여로 음식을 얻어 먹으니 이 또한 다른 기분이다. 첫째가 산 피자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진다. 난 피자를 안 좋아해서 보통 1조각 먹고 끝인데 이번엔 2조각이나 먹었다. 원래도 맛있는 피자지만, 첫째에 대한 자부심, 기특함, 뿌듯함 모두 함께 섞인 내 감정까지 합해져서 엄~청 맛있었다.
이젠 진짜 다 키웠다. 뿌듯하고 첫째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먹을 거 사줘서) 아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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