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또 계절이 바뀌기 시작하고. 사막의 지글지글 여름 불지옥을 보냈던 애리조나 피닉스도 이젠 조금씩 선선해지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선선이라 함은 피닉스 기준이니까 한국으로 보면 이곳의 낮은 아직 꽤 더울 거예요. 그래도 한여름 불지옥의 아침저녁이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젠 산책해도 좋은 기온이니까요.
엊그제부터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다시 개시했습니다. 불지옥 날씨 때문에, 또 COVID-19 때문에 산책을 전혀 하지 못해서 정말 답답했는데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나와서 산책을 하며 만난 동네 이웃들도 다들 이제 좀 살겠다 뭐 그런 분위기예요. 뚝 떨어져서 인사하며 안부나 묻는 정도지만 서로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요.
올해 가을부터는 아이들 넷 중 셋만 데리고 산책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첫째도 여전히 함께 산책하고 있어요. 대학 신입생인 첫째는 원래대로라면 지금 대학 기숙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야 해요. 그런데 COVID-19으로 하도 시국이 하수상해서 기숙사 들어가기 일주일 전에 이번 가을 학기는 집에서 온라인 수강하는 것으로 변경했어요. 작년 이맘때, 아니 올해 초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 했는데 우리들 모두가 이 바이러스로 드문 경험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직접 들으며 진행하는 강의를 선호하지만 첫째는 이번 온라인 강의 경험도 나쁘지 않다고 해요. 클럽 가입 및 활동도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은 이렇게 온라인으로 만나다가 다음 학기에 학교에서 직접 대면하면 더 반가울 것 같아요. 다음 봄 학기에는 여러 상황이 좋아져서 첫째가 원하는 대로 강의실에서 직접 수강하며 대학생활을 보내게 되기를 바래요.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원거리 수강을 하니까 첫째에게 좋은 점인 있긴 합니다. 학비 전액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니는데 이번 학기에는 기숙사비 지출까지 없으니까 상당히 여유있어 해요. 거기에 엄마 아빠는 약속한 용돈/생활비를 계속 주고 있고요. 그래서 울 첫째는 점점 부자(^^)가 되고 있습니다. 하하하.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니까 둘째가 특히나 기분이 너무나 좋아해요. 좋아하는 할로윈에 추수감사절,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온다고 공기부터 향기가 다르대요. 올 할로윈은 전염병 덕에 사탕 타러 다닐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 가을이 주는 느낌은 불지옥 피닉스의 주민들에게는 정말 특별합니다.
산책하고 돌아와 뻐근한 다리를 쉬게 하며 린다 론스태드의 노래를 들으니까 참 편안하네요. 이분 울 애리조나 투산 출신의 가수세요. 그래서 그런지 그 좋은 목소리가 더 좋게 들리는 애향심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선선해진 기온, 그리고 아름다운 린다 론스태드의 노래. 가을로 접어들어가는 금요일 밤이 너무나 좋습니다.
"Desperado"는 린다 론스태드의 버전도 좋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글즈의 노래가 지금까지 들은 여러 버전 중에서는 제일 뛰어나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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