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패밀리 룸에 가보니 귀여운 고양이 방석 둘이 이쁘게 자고 있었어요. 누군가 이불을 이쁘게 덮어주고 또 잠자리도 편하게 해 뒀더군요. 이 고양이 방석들은 첫째가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마와 아빠에게 직접 만들어서 선물한 것인데, 아이들이 주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패밀리 룸 소파에 자리 잡고 있어요. (관련 포스팅: 난 사랑받는 엄마 - 첫째가 만들어 준 "수공예 쿠션" 핸드메이드)
작은 거지만 인형 친구나 고양이 쿠션 친구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고 이뻐요. 나중에 아이들이 깼을 때 누가 이런 이쁜 짓을 했냐고 물었죠. 막둥이 넷째가 자기가 자기가 했다네요. 귀여운 녀석~! 칭찬 많이 해줬습니다.
울집 아이들이 구미(gummy)를 좋아해서 동네 웰빙 마켓인 스프라우츠(Sprouts)에 갈 때 벌크로 사 와요. 원래는 새콤달콤 사워 구미(sour gummy)를 좋아하는데 사워 구미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달콤하기만 한 구미로 사 왔습니다. 이런 구미는 보통 곰 모양 gummy bear과 지렁이 모양 gummy worms 2가지 종류인데 울집 아이들은 곰 모양이 더 맛있다네요. 곰과 지렁이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나 뭐라나... 아이들이 4명이지만 한 2 파운드 정도 사 왔고 한 사람당 하루에 3~4개씩만 먹을 수 있는 규정을 잘 지키는 아이들이라 꽤 오래 먹어요.
아이들이 이제 다들 자기의 분담을 할 정도 나이가 되니까 이 엄마 일이 훨씬 수월해졌어요. 식사 준비할 때도 10대인 첫째와 둘째는 하루 한번 번갈아 가면서 밥을 해주고,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하면 늘 이 엄마를 도와줘요. 첫째와 둘째를 보면 그냥 든든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당연히 고맙고요.
요즘 11살 셋째와 9살 막둥 넷째는 감자와 당근 껍질 벗기는 걸 도맡아서 합니다. 둘 다 아주 잘하고 또 엄마 돕는 걸 재밌어 해요. 서로 감자 껍질을 까겠다고 경쟁할 때도 있으니까요. 아까도 저녁식사를 위해 감자와 당근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셋째와 막둥이가 마주 앉아 감자를 까고 있었어요. 둘이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아이들 네 명이 모두 이 엄마를 돕겠다고 하는 걸 보면 사는 보람이 느껴집니다.
날이 따뜻해지니까 마켓에 옥수수가 많이 나옵니다. 옥수수가 먹어달라고 애원을 하니 12개 사왔어요. 그런데 옥수수는 진짜 일이 많은 음식 중 하나예요. 일에 비해 먹는 건 적고요. 어쨌든 옥수수를 사 왔고 또 먹어야 하니까 장갑 끼고 바닥에 철퍼덕 앉아 껍질을 벗깁니다.
12개 옥수수에서 나온 껍질이 이 만큼. 배보다 배꼽이 큰 전형적인 케이스예요. 하지만 가끔 주전부리로 재밌잖아요.
1차로 6개를 삶아 아이들이랑 나눠 먹습니다. 울집에서는 옥수수를 반으로 잘라 버터를 넣고 삶아서 먹는데 이렇게 삶으면 버터의 고소한 맛이 배어서 맛있어요. 옥수수 반으로 자르는 것은 골고루 잘 삶아지게 하기 위함인데, 애리놀다의 가늘고 연약(^^) 손목으로는 자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첫째가 대신 다 잘라줬습니다. 첫째나 다른 아이들 모두 (요즘은 9살 막둥이 넷째마저) 힘도 좋고 튼튼하니까 참으로 기특하고 든든해요.
애리놀다가 가져온 옥수수 한 조각.
깨끗하게 먹어준 후 또 하나 더 가져와서 얌얌. 옥수수 먹다 보면 이에 많이 끼고 그래서 불편한데 엄마가 손으로 알알이 빼서 먹는 걸 보더니 다들 따라서 그렇게 먹고 있습니다. 아이들 넷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옥수수 알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빼먹는 걸 바라보는 이 엄마 마음. 다들 정말 귀여웠어요. 자식들이 먹는 걸 보니까, 그것도 귀엽게 먹는 걸 보니까 아까 옥수수 껍질 열심히 벗긴 보람이 있고도 넘칩니다. 이게 다 사는 재미네요.
이것은 2차로 삶은 6개 옥수수의 자태. 1차 삶은 걸 먹는 동안 삶았어요.
2차 삶은 옥수수가 나왔습니다. 따단~~
1차로 먹은 옥수수로 벌써 든든한 느낌이여서 2차로 삶은 건 나중에 생각날 때 천천히 먹어줬죠. 일상의 소소한 것들로도 이렇게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오늘도 참 좋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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