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포스팅했었던 글을 재 포스팅합니다.
* 원 포스팅 작성일: 2014년 10월 11일
어제저녁 저는 제 컴퓨터를 가지고 이것저것 하면서 놀고 있고, 남편은 제 등뒤에서 자기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하고 있는 평상시 저녁식사 이후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저기 멀리 떨어져서 식탁에 앉아 자기들끼리 따로 앉아 게임을 하고 놀고 있었고요.
남편이 어떤 자료를 찾아 읽고 있던데 거기에서 아주 익숙한 노래 하나가 계속 흘러나와요. 그래서 저도 등뒤로 듣게 되었죠. 노래 제목은 "Smoke Gets in Your Eyes". 이 노래가 정말 유명한 거라서 대부분 들어봤을 거예요. 거의 대중음악의 클래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노래는 1933년 뮤지컬 Roberta용으로 미국 작곡가 Jerome Kern가 곡을 만들고 Otto Harbach가 작사를 한 것입니다. 이후 뮤지컬에서 뿐 아니라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었어요. 노래가 좋으니까요. 그런데 가장 유명한 버전은 뭐니 뭐니 해도 The Platters의 것일 겁니다.
The Platters는 LA에서 1950년대 결성된 그룹인데 현재도 가끔 모여서 공연도 하고 그러시나 봐요. 대단한 분들이세요. The Platters는 "Smoke Gets in Your Eyes"외에도 많은 인기곡을 불렀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Only You"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The Platters의 노래는 "Twilight Time"입니다. 하지만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뱀파이어 연애소설과 동명의 영화 "Twilight" 시리즈와는 전혀 상관없는 노래입니다. ^^
제가 "Twilight Time"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Fox TV의 "엑스파일(The X-Files)" 때문이었어요. "Twilight Time"은 엑스파일의 한 에피소드인 "Kill Switch"에서 삽입곡으로 쓰였던 것입니다.
제가 1990년대 엑스파일에 엄청 빠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주인공 팍스 멀더 (Fox Mulder)의 팬이었다는... 지금은 인터넷으로 뒤지면 몇 분 안에 사진이고 자료고 넘치게 찾을 수 있지만 당시는 멀더를 연기한 데이빗 듀커브니 (David Duchovny)에 대해서 찾는 자체가 어려웠어요. 특히나 한국에서 자료를 찾는다는 건...
오랜만에 젊은 데이빗을 보니까 옛 생각도 나고, 멋있어도 보이네요.
역시 추억은 아름다워라~!
시간이 지나지나 남편을 만나고 연애를 하면서 어릴 때 이민 와 미국서 자란 재미교포인 남편에게 말했죠.
나: 난 멀더, 아니 데이빗 듀커브니를 너무너무 좋아해.
그런데 남푠의 반응은,
남푠: 의외네? 난 데이빗 듀커브니 같은 남자는 한 트럭으로 몰려와도 전혀 질투가 안 느껴져. 좀 더 괜찮은 배우로 취향을 바꿔 보는 게 어떻까?
나: (자존심이 좀 상했음. 속으로) 아니, 아니. 이 남자가 나의 데이빗의 가치를 모르다니... 안돼~!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미국에서 살면서도 엑스파일을 계속 시청했는데 데이빗이 연기한 멀더에 대한 감정이 점차 사라지는 걸 느끼겠더라구요. 게다가 배우 데이빗은 사생활 관련 여러 이야기도 좀 있구요. 데이빗이 원래도 그런 것 같은데 약간 맛이 간 사람같아요. 그러고 보면 엑스파일에서 데이빗이 연기한 멀더 자체도 맛이 상당히 간 인물이긴 했어요.
어제 The Platters 노래를 몇 가지 들으면서 "Twilight Time"도 들으니까 데이빗이 오랫만에 생각나더군요. 그래도 제 첫사랑이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좋아했던 배우로는 아마도 3번째 사랑일거예요) 장난기가 발동해 제가 남푠에게 먼저 말했습니다.
나: 전에 내가 데이빗 듀커브니 좋아한다고 했던 것 기억나? 내가 정말 좋아했었는데...
남푠: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그때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던 거야?
나: 흥! 그래도 얼마나 좋아. 이젠 과거 사랑 데이빗과 같은 하늘아래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잖아. 게다가 피닉스에서 데이빗이 사는 LA 근교는 운전해서 9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남푠: (말없이 귀엽게 몸을 부르르 떨면서....) ^^;;
남편이 몸을 부르르 떤 것은 질투 때문이 아니라,
왜 하필 데이빗이야?
좀 더 괜찮은 배우로 취향을 바꿔봐!
그런 의미였습니다.
이렇게 남편을 놀리는 게 저는 정말 재밌어요. 생각해 보면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혹시나 지금까지 독신이라면 아직도 데이빗 사진이나 엑스파일을 보며, '아, 저 남자 참 멋있다!' 그러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지금 제 옆에는 남편이 있어 데이빗 이야기하면서 놀릴 수도 있고, 남편의 등뒤로 다가가 와락 안아주면서 애교도 부릴 수 있고. (제가 또 한 애교하죠. ^^ 우~하하하) 이래서 남편이 있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아이고, 그런데 어떡해요. 요 며칠 저의 과거 짝사랑 데이빗은 알지도 못하는 피닉스 사는 한 여인네 때문에 귀가 엄청 따갑겠어요.
미안, 데이빗~ ^^*
*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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