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에서 즐겨먹는 채소나 나물을 먹는 것은 쉽지 않죠. 특히 나물을 찾아 무쳐서 먹고 싶으면 한인 마켓에 가야하는데 집근처에 없어 좀 멀리 운전해서 가야하는 한인 마켓에 매주 가는 것도 비경제적이구요. 그런데 미국에서도 동네 마켓에서 늘 판매하기 때문에 쉽게 사다가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나물 무침(채소 무침 ?)이 있어요. 그건 바로 시금치 무침입니다.
시금치는 미국 일반 마켓에 꼭 있는 채소 중 하나예요. 미국에서도 시금치는 많이들 먹는데 생으로 샐러드에 넣어 먹든지, 익혀서 먹어요. 그런데 익히는 건 너무 익혀서... 맛이 없죠. 미국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 보다보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시금치 먹이려고 실강이 하는 것 가끔 본 분들도 있을 거예요.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해서 먹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만 미국식 시금치 요리는 맛이 없습니다. 미국 아이들이 시금치를 먹지 않는 건 시금치 요리가 맛이 없다는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특히 시금치 통조림은 저~~~엉말 맛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시금치 통조림은 주지 않는 걸 진짜 추천해요. 예전 만화 시리즈 "뽀빠이(Popeye)"를 보면 뽀빠이가 시금치 통조림을 먹으면 힘이 솟는데 그건 뽀빠이에나 해당사항이고, 뽀빠이가 즐겨 먹는 시금치 통조림을 주면 아이들 대부분 시금치를 싫어하게 될 거예요. 뽀빠이를 따라 힘 쎄지려고 시금치 통조림을 먹었던 아이들도 (지금은 성인이겠죠) 아마 배신감에 몸을 떨었을 듯 하구요. 힘 쎄지는 것은 둘째치고 시금치 통조림이 우선 맛이 너무 없으니까...
뽀빠이를 강하게 만드는 그 시금치 통조림 (사진출처: Google Images)
하지만 아이들에게 시금치 통조림 주지 마세요.
아이들이 시금치 싫어하게 만들기 딱 좋아요.
울집에서는 시금치를 한국식으로 무쳐서 만들어 먹어요. 미국 시금치 요리처럼 지나치게 익히지도 않고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서 물기 꼭꼭 짜낸 다음에 참기름 넣고 쓱쓱 무쳐 먹는 한국 시금치 무침. 간단하지만 아주 맛있잖아요. 그래서 울집 아이들은 시금치 무침을 아주 어려서부터 잘 먹어요. TV에서 타 미국 아이들이 시금치 안 먹는다고 징징거리는 장면을 보면, "어, 시금치 아주 맛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온답니다. 애리놀다가 오늘 점심처럼 시금치 무침을 만들면, 참기름 냄새를 맡고 부엌으로 내려와 "시금치 한입만 주세요" 해요.
오늘 점심에 시금치 무침을 먹고 싶어서 2단 사온 것 모두 무쳤어요. 음식이야 만드는 사람의 선택이 우선인 것. 요즘 애리놀다가 시금치 무침이 많이 당기거든요. 시금치를 무쳤더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집안에 진동합니다. 우선 반만 접시에 덜어 점심으로 먹기 시작해요. 처음엔 반만 덜어다 먹기 시작했는데 먹으면서 나머지 반도 다 먹었어요.
아~ 이 고소한 참기름 냄새
남편이 지난 주말에 돼지고기 장조림을 만들어 줬어요. 남편 덕에 일주일 동안 돼지고기 장조림으로 밑반찬을 할 수 있었어요. 이런 밑반찬류를 집에 비치해 두면 한식으로 먹을 때 진짜 편해요. 밥을 딱 해 놓고 거기에 장조림만 꺼내 옆에 두어도 벌써 한끼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으니까요.
돼지고기 장조림 하면서 남은 간장소스에 삶은 달걀도 넣어 달걀 장조림도 만들었어요. 그것도 꺼내 함께 먹습니다. 이건 애리놀다가 좋아하는 장조림입니다.
반찬은 시금치 무침, 돼지고기 장조림, 달걀 장조림 딱 세개지만 한끼 든든하고 맛있게 먹는데 부족함이 없어요.
각자의 접시에 밥을 덜어오고 반찬도 먹을 만큼 덜어다 한 접시 만들어서 먹습니다. 밥이나 반찬이 부족하면 더 덜어다 먹으면 되구요. 울집 식구 여섯은 이렇게 점심을 간단히 먹고 지나갑니다.
이건 애리놀다 한 접시.
다른 식구들도 비슷하게 가져다가 먹기 시작했어요.
시금치 무침이 맛있어서 나중에 더 많이 가져다 먹었어요.
점심을 먹고 한 30분쯤 지난 다음에 포도를 씻어서 먹으면 일종의 후식이 되는 셈이구요. 식구도 많고 그러니까 이쁘게 놓고 그렇거 없어요. (엄마도 피곤해~~ ) 스테인레스 그릇에 씻어서 여섯식구 함께 머리를 맞대고 포도알을 알알이 가져다 먹었어요. 포도가 철이 아닌데도 맛있더군요. 식구가 함께 먹어서 더 맛있었는지도...
애리놀다가 지금 시금치 무침에 맛을 들여서 한동안 시금치 무침을 해먹을 것 같아요. 몸이 시금치를 마구 원한다는데 뭐 들어줘야요. 난 나를 사랑하니까... 호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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