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쿨리지 (Coolidge, AZ)

* 2011년 6월 30일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포스팅했었던 글을 재 포스팅합니다.

이 포스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부동산 하락의 여파가 아직도 컸던 2011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당시 피닉스와 피닉스 근교는 미국 내에서 부동산 가격이 아주 심하게 하락한 지역 중 한 곳이였습니다. 2011년에 작성한 글이므로 13년 정도 지난 2024년 지금의 상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피닉스와 피닉스 근교의 부동산 가격은 미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특히 근 몇 년간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 중 한 곳입니다.

 

2011년 6월 16일 자 아시아경제에서 올린 미국 내 집값이 유달리 낮은 지역들의 리스트를 읽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리스트에서 5위인 디트로이트 (Detroit) 같은 지역은 워낙 치안도 안 좋고 높은 세금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많아서 별로 살고 싶은 곳이 아닙니다. 한때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엄청난 번성기를 누렸던 도시인데 이제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디트로이트는 집을 공짜로 준다고 해도 살고 싶지 않다" 그런 지역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안타깝지요.

 

6000만원에 이런집을? 중산층에 딱맞는 美 주택 10선

 

1위에서 10위까지 리스트 중에서 친척분이 살고 계시고 저희 가족도 한 2주 정도 지냈던 애리조나 쿨리지 (Coolidge, AZ)가 3위에 올라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쿨리지에서 2주 동안 지내면서 느꼈던 개인적 의견을 올려 봅니다.

 

여러 번 본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애리조나의 피닉스와 그 근교의 도시들은 미국 경제침체 후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많이 하락했습니다. 피닉스에서 남동부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쿨리지도 그중에 한 곳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1시간 30분가량 운전을 해서 피닉스 근처로 출퇴근해도 기름값도 높지 않았고 쿨리지의 주거환경도 좋아 많이들 이곳으로 이사를 왔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이곳에서는 방 4개, 화장실 2.5개, 자동차 2대 주차하는 차고, 건평 2,000 sqf (약 56평), 대지 5,445sqf (약 153평) 정도인 6년 이하 새집들을 $70,000 (약 7천7백만 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구입이 가능합니다. 미국에서는 차고나 베란다 등을 주택 면적에 포함시키지 않고 실제 생활공간만을 면적에 포함하므로 56평이라 해도 한국 주택의 56평보다는 훨씬 큽니다. 새로 지은 주택과 주거단지라서 고칠 것도 거의 없고 아주 상태가 좋습니다.

 

조그만 소도시 쿨리지에 가보니 도시 중앙을 가로질러 있는 도로 애리조나 블리바드 (Arizona Blvd)를 기준으로 구시가와 신시가가 확연히 갈라집니다. 신시가지는 2000년대 이후 주택경제 붐을 타고 새로 개발된 주거지로 새로 지은 집들이 단정하고 보기 좋게 지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길 건너 구시가지 쪽은 좀 연식이 있는 주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제가 느낀 쿨리지의 치안은 상당히 좋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주택가 전체가 아주 조용하고 밤에는 창문을 열고 잠을 자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더운 애리조나에서 창을 열고 밤에 잠을 청하니 밖에서 벌레들이 찌륵찌륵 거리는 소리도 나고... 꼭 어릴 적 시골 외갓집에 가서 지냈던 향수가 떠오르는 곳이었습니다.

 

 

식료품 쇼핑은 3군데에서 할 수 있습니다. 식료품까지 쇼핑이 가능한 식료품까지 쇼핑이 가능한 슈퍼 월마트 (Super Walmart)를 비롯해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프 웨이 (Safeway)와 IGA가 있어요. 월마트 경우에는 식료품 외에도 다른 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제품들을 거의 다 구입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인 쇼핑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약은 월마트나 세이프웨이에서도 살 수 있지만 약국 체인인 월그린 (Walgreen)이 있어 그곳에서 구입해도 되고요. 이 외에도 다른 조그만 식당이나 상점들이 쿨리지 중앙을 가로질러 나있는 애리조나 블리바드를 따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민들도 상당히 친절하고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나쁜 곳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자리 같더군요.

 

쿨리지의 위치가 피닉스에서 1시간 30분 정도고 쿨리지와 가까운 피닉스의 근교도시 템피 (Tempe)나 챈들러 (Chandler)로 출근하더라도 거의 1시간 걸리니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통근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거의 출퇴근 기름값 벌기 위해서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되어버릴 수 있어서 정상적 생활이 되지 않으니까요.

 

쿨리지에도 일자리가 있어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봤을 때 가장 좋은 직장은 다음 순으로 보입니다.

쿨리지 시정부 공무원 (시청 직원, 교사, 도서관 사서, 경찰 등) > 세이프웨이 > 월마트

 

세이프웨이의 경우에는 미국 대형 슈퍼마켓 유통 체인으로 노조가 잘 되어 있고 대체적으로 급여나 처우가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월마트 보다는 훨씬 좋은 직장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월마트가 좋은 직장의 순위에 드는 것처럼 보이는 지역이라면 그 지역의 일자리 상황은 상당히 어둡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쿨리지에서 한 30분 정도 더 동쪽으로 들어간 도시 플로렌스 (Florence)에 또 다른 신흥 주택가 지역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좀 일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닉스와 그 근교의 직장에서 일을 한다면 고유가 시대 쿨리지의 지역적 위치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겠어요. 저희도 친절하고 조용하며 잘 지어진 쿨리지에서 새 집을 사고 싶었는데 이 점이 걸려서 마음을 접었어요.

 

 

이곳에서 살기 적합한 사람들은 나이를 떠나 조용히 사시는 것을 찾는 은퇴자들일 듯 합니다. 이곳의 여름 날씨가 상당히 더워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 중에서는 많이들 피닉스와 쿨리지를 비롯한 이 근교에 사십니다. 어르신들에게는 더운 날씨가 추운 날씨보다 몸에 덜 부담이 가니까요.

 

공원에서 노년의 부부를 만났었는데 이분들은 캘리포니아 북부 레딩 (Redding)에서 사업을 하신대요. 워낙 집값이 좋아서 이곳에 집을 사서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낸다고 하시네요. 쿨리지 집값에 너무 만족해 행복하시답니다. 하긴 엄청난 캘리포니아 주택가격을 생각한다면 이곳의 주택가격은 거저나 마찬가지예요.

 

조용하고 친절한 주민들이 사는 곳이라 쿨리지 학군이 나쁘지 않아 아이들 키우고 학교에 보내기에 괜찮을 것 같지만 정확한 학군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말할 입장이 아니고요.

 

결과적으로 쿨리지를 말하면, 조용한 생활을 즐기면서 소도시의 새 집에서 살고 싶은 직장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지역입니다. 우선 집값이 아주 좋고 지역 주민들도 친절하니까요. 하지만 한국 사람은 한인 공동체와 꼭 만나서 어울려야 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 한인 마켓에 가서 쇼핑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답답한 곳이 될 겁니다.

 

저와 제 남편의 의견으로는 은퇴 후 이런 곳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입니다.

 

* 2011년에 작성한 글이므로 13년 정도 지난 2024년 지금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때는 그랬구나 하고 읽는 포스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