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고 보자/바깥음식

잠깐 들린 애리조나 프레스킷 (Prescott, AZ) 그리고 파이브 가이즈 (Five Guys) 햄버거

셋째와 막둥 넷째는 일주일간의 가을방학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 데리고 피닉스 북부의 프레스킷 (Prescott)에 별다른 계획 없이 그냥 갔다. 피닉스에서는 99.5 마일 (160km)로 약 1시간 44분 정도 걸린다. 피닉스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 I-17 타고 올라갔다가 주 도로 AZ-69으로 접어들어 따라가면 된다. 

 

피닉스에서 프레스킷까지는 파란색 루트로 가는 게 제일 빠르고 편한 길이다. (구글맵 캡쳐)

 

이곳은 피닉스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고속도로 I-17의 주변인데 이 지역 고도가 이미 꽤 높다. 아마 3,000 피트 (914m) 정도 될 거다. 고지대에 평평하게 넓게 펼쳐진 땅이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황금색으로 익은 밀밭이라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니다. 이건 풀밭이다.

 

 

전에 봄에 이곳을 지나갔을 때는 녹색의 풀밭이 쭈-욱, 한여름에는 벌써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었다. 아래는 예전 사진들이다. 

 

2019년 4월
2019년 4월
2019년 6월

 

애리조나의 건조함과 고지대의 경치가 어우러진 고속도로 I-17이다.

 

 

프레스킷과 주변의 고도가 꽤 높다. 프레스킷 도시 자체의 고도는 5300 피트 (1615m) 정도 한다. 그래도 프레스킷은 저지대인 거다. 도시 바로 뒤부터는 병풍처럼 산맥이 쭉 늘어서 있는데 해발 6000 피트 (1828 m)가 넘는다.

 

프레스킷 가기 한참 전부터 보이는 산맥. 저기 멀리 보이는 산맥이 해발 6000 피트 (1828 m)가 넘는다.

 

프레스킷 뒤로 높고 험한 산맥을 넘는 꼬불꼬불 주 도로 AZ-89도 있다. 우리는 오늘 당연히 AZ-89을 운전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산불 때문에 우회하느라고 이 도로를 타고 산을 넘었는데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초행이라면 AZ-89는 특히 밤 운전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몇 년 전 산불 때문에 우회하느라고 AZ-89을 한밤중에 운전해서 산맥을 넘었다. 그것도 초행길이었다.

회색이 프레스킷에서 AZ-89을 타고 산맥을 넘어 피닉스로 오는 우회로 루트다. (구글맵 캡쳐)

 

 

정말 큰 미국땅, 이것이 애리조나 우회로의 기본 수준 (플래그스태프-피닉스)

플래그스태프(Flagstaff)에서 차에 주유도 빵빵하게 하고, 식구들은 웬디스에서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난 후 피닉스(Phoenix)로 출발했습니다. 인터스테이트 I-17을 타고 피닉스 방향으로 40분 내려와

thenorablog.tistory.com

 

프레스킷 중심부에 카운티와 도시의 행정부 건물들이 위치한 코트하우스 플라자(Courthouse Plaza)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이 코트하우스 플라자를 걸어다니려고 했는데 비가 내린다.

 

 

애리조나 프레스킷의 코트하우스 플라자 Courthouse Plaza in Prescott, AZ

Prescott (프레스킷)은 피닉스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쯤 거리에 있어요. 애리조나에서는 이 도시를 프레스캇이 아닌 프레스킷으로 발음하는데 그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고요. 아무튼 애리조나 주민

thenorablog.tistory.com

 

오래 내릴 비가 아닌 것처럼 보여서 비를 피할 겸 점심도 먹을 겸 해서 파이브 가이즈(Five Guys)에 들려 햄버거를 먹었다.

 

 

파이브 가이즈에서는 이렇게 감자튀김에 사용되는 감자의 포대, 식용유, 그리고 땅콩을 매장에 쌓아둔다. 파이브 가이즈를 찾는 손님들에게 재료의 신선도와 많은 양이 팔리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어필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매장은 감자포대가 상당히 쌓여 있어서 정신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 또 손님들에게는 은근 잘 먹힌다.

 

 

땅콩은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퍼다가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땅콩이 너무 짜다. 무료로 퍼갈 수 있어도 짜서 어차피 많이 못 먹는다.

 

 

땅콩 좋아하는 막둥 넷째는 치열교정기를 끼고 있어서 아쉽게도 땅콩을 먹지 못한다. 대신 엄마 먹으라고 땅콩 껍질을 계속 까준다. 기특하다. 남편도 안 먹고 해서 셋째와 나만 둘이 열심히 까먹었다. 셋째와 난 프레스킷에서 땅콩모녀가 되었다.

 

안내판을 보니 오늘 감자튀김에 사용된 감자는 워싱턴의 퀸시 (Quincy, WA)에서 재배된 것이라고 한다. 셋째와 막둥 넷째가 태어난 워싱턴 주에서 온 고향 감자다. 라지 사이즈의 감자튀김으로 주문했는데 고향 감자를 애리조나에서 만났으니 반가워하며 맛있게 먹어주라고 말해줬다. 라지 사이즈 감자튀김은 $6.99 (8,750원)다.

 

사진으로 잘 안보이는데 양이 꽤 많다.

고향 감자야, 반갑다!

 

반가운 고향 감자로 만든 감자튀김은 잘 튀겨졌다. 이 자체로는 맛이 꽤 좋다. 그런데 좀 짜다. 소금을 조금 적게 뿌렸다면 더 좋았겠다.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는 소고기 패티가 2개가 들어가는데 가격은 $9.39 (11,750원)이다. 4명 모두 햄버거로 선택했다. 탄산음료는 레귤러 사이즈가 $3.00 (3,750원)다.

 

햄버거는 "All the Way", 즉 넣을 것 다 넣고 만들어 달라고 했다. All the Way로 하면 양상추, 피클, 토마토, 그릴 된 양파, 그릴 된 버섯, 머스터드, 케첩, 마요네즈 모두 들어간다.

 

셋째 것
막둥 넷째 것
내 것
남편 것

 

햄버거는 파이브 가이즈가 맛있다. 햄버거에 들어간 그릴 된 버섯과 양파가 꽤 맛있다. 전체적으로 인-앤-아웃(In-N-Out) 햄버거보다 어른스럽고 고급진 맛이다. 신기하게도 아주 어린아이들은 오히려 이런 고급진 맛의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울집 아이들 기준이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들어갈 것 거의 다 뺀 간단한 햄버거를 좋아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를 좋아하기 시작한다. 아주 어릴 때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았던 셋째와 막둥 넷째도 이제는 아주 맛있게 즐기고 있다. 다 컸다는 증거다.

 

인-앤-아웃(In-N-Out) 햄버거 (전에 찍은 사진)

 

 

In-N-Out Burger 인-앤-아웃 버거

오랜만에 In-N-Out Burger (인-앤-아웃 버거, 이하 인앤아웃)에 갔다. 몇 년 만에 갔더니만 많이는 아니지만 가격이 살짝 올랐다. 인앤아웃에서는 Double-Double (더블-더블)이 시그너쳐 버거다. 울집은 더

thenorablog.tistory.com

 

하지만 가격과 맛을 대비해서 내가 먹어본 햄버거 중 제일 맛있는 것은 칼즈 쥬니어 (Carl's Jr)의 햄버거다. 이건 개인적인 입맛이다. 다행히 칼즈 쥬니어 햄버거는 매장이 많은 편이고 집에서도 멀지 않다. 그런데 요즘 칼즈 쥬니어 포함 햄버거 매장을 거의 방문하지 않아서 현재도 가격대가 좋은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성비 대비 맛도 상당히 좋다고 생각하는 칼즈 쥬니어 햄버거 (전에 찍은 사진들)

 

 

Carl's Jr. Original Angus Burger와 Jalapeño Double

햄버거 체인 중에서 가격, 질, 맛으로 전반적으로 봤을 때 Carl's Jr.를 제일 좋아한다. 울동네 Carl's Jr.는 COVID 때문에 오랫동안 문을 아예 닫았다가 좀 완화되었을 때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했었다.

thenorablog.tistory.com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프레스킷의 중심가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비가 더 많이 내린다. 황당한 것은 우리가 가려는 시내 중심부에 비구름이 유달리 몰려 있다. 비 맞고 돌아다닐 정도로 프레스킷을 미친 듯 사랑하지는 않아서 그냥 피닉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비는 프레스킷 중심부를 벗어나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건 또 무슨 조화??? 오늘 프레스킷 중심부에 가지 말라고 날씨를 통해 온몸으로 우리에게 전하는 신의 뜻이라 여기기로 했다.

 

비가 와도 프레스킷의 중심부인 코트하우스 플라자를 둘러싼 살롱 (saloon)* 거리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 미국에서 살롱은 술집 bar의 개념이다. 미국 서부영화를 보면 술집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살롱이다. 애리조나의 프레스킷은 서부 개척시대에 살롱이 아주 번성했던 지역이다. 그 살롱 전통이 지금도 남아 코트하우스 주변을 둘러싸고 밀집해 있다. 이 자체로 관광명소다.

프레스킷에는 150년 가까운 전통의 살롱도 있는데 이 살롱은 "OK 목장의 결투", "툼스톤", "와이어트 어프" 등의 영화에서 전설적인 총싸움을 보여줬던 그 실존 인물들의 단골집이었다. OK 목장의 결투는 1881년 애리조나 남부도시 툼스톤에서 30초 동안 벌어진 무법자 카우보이들과 법집행관들 사이의 총싸움이다. 서부 개척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총격전으로 꼽힌다.

 

2021년 사진

 

 

서부 개척시대 살롱 전통이 살아 있는 애리조나 프레스킷 Prescott, AZ

Prescott, AZ (애리조나 프레스킷)은 예전 미국 서부 개척시대 saloon (살롱)이 번성했던 도시로 유명합니다. 서부 개척시대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친 남자들이 술을 마시던 그런 술집이

thenorablog.tistory.com

 

지난번 프레스킷에 방문했던 때는 COVID-19으로 여러 제약이 있었던 때여서 어디에 가나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고속도로에도 차가 많지 않았는데 오늘은 평일인데도 고속도로에도 차가 꽤 있었고 프레스킷에도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건 미국 기준으로 사람이 많다는 거다. 한국 기준으로는 아마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내가 처음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그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2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올라갔다가 햄버거만 먹고 다시 운전해서 내려오는 게 아쉽다. 돌아오는 길에 피닉스 외곽도시의 아웃렛몰에 들려 좀 돌아다니고 쇼핑하고 돌아왔다.

 

가끔 별 목적 없이 다른 분위기의 풍경을 보고 돌아오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긴 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