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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시간/노래

13살 아이가 즐겨 부르는 1930년대 노래 Vera Lynn의 We'll Meet Again

막둥 넷째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흥얼거리며 부르는 노래의 장르가 다양하다. 요즘 노래는 별로 안 부르는 것 같고, 남편과 내가 즐겨 듣는 노래, 비디오 게임 주제가를 주로 부른다. 남편과 내가 워낙 자주 노래를 들으니까 옆에 있다 보면 저절로 다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 막둥이의 말. (내가 그렇게 노래를 많이 들었나???)

 

우리 부부는 옛 노래의 감성에 빠진 편이어서 1950년대부터 시작해 1960년대-1990년대 노래를 즐겨 듣는다. 이 노래들은 모두 만 13살 막둥에게 아주아주 옛날 노래일 거다. 그런데도 잘 따라서 부른다.

 

막둥 이 녀석에게 노래 부르는 건 생활의 일부라 시간만 나면 흥얼거리고 있다. 막둥이는 심지어 내가 가끔 듣는 ZARD의 "揺れる想い"까지도 흥얼거린다. 물론 뜻은 모르고 발음만 들리는 대로 따라서 부르는 거다.

 

 

ZARD "揺れる想い"와 MISIA "Everything"

난 일본 가요는 잘 모른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걸 좋아하는 경우는 종종 있긴 하다. 예전 90년대에 아무로 나미에가 인기가 엄청 많아서 이 이름이 회자되는 건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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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 로보트 태권브이 주제가를 몇 번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막둥 넷째가 상당히 좋은 발음으로,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이 부분을 불러서 정말 놀랐다.

 

그리고 막둥 넷째는 특이하게도 1920년대-1940년대의 빅 밴드 뮤직 (Big Band Music) 스타일도 종종 부른다. 난 거의 듣지도 않는 시대의 노래다. 아빠와 엄마가 듣는 1990년대 노래도 막둥이에게는 옛날 노래인데 1920년대-1940년대 노래는 진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느낌의 노래일터. 처음 막둥이가 이런 시대의 노래를 흥얼거릴 때는 적잖이 놀랐다. 게다가 감정도 잘 넣어 듣기 좋게 부른다.

 

막둥이가 요즘 가끔 부르는 노래는 1930년대의 "We'll Meet Again"이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We'll meet again
Don't know where, don't know when
But I know we'll meet again some sunny day
Keep smiling through
Just like you always do
'Til the blue skies drive the dark clouds far away

 

이 노래는 1939년 영국 가수 베라 린 (Vera Lynn)이 불렀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과 가족 및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사히 다시 만날 것을 기원하며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1939년에 발표된 노래이니 우리 막둥이의 할아버지/할머니 세대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다.

 

image: amazon.com
1944년 6월 6일 D-데이, 오버로드 작전 중 오마하 해변에 접근하는 미군. 이 사진 속 군인들은 아마 이날 거의 모두 전사했을 거다. (source: http://www.history.navy.mil/photos/images/s300000/s320901c.htm)
1945년 2월 23일, 미 해병대 군인들이 이오지마의 스리바치산 정상에서 성조기를 올리는 장면. (Image: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WC 1221.)

 

난 이 노래를 어디서 들은 것 같긴 하지만 잘 알진 못했다. 그러다가 막둥이가 자주 불러서, 그리고 잘 불러서 무슨 노래인지 물어보고 찾아보게 되고, 그리고 이젠 좋아하게 되었다. 막둥이에게 어디서 이 노래를 들었냐고 물으니 "Kong: Skull Island (콩: 스컬 아일랜드)"에 이 노래가 나왔다고 한다. 찾아보니 진짜 그렇다. 영화 끝부분에서 "We'll Meet Again"이 흘러나온다.

 

 

어린아이가 옛 노래를 감정 잘 살리며 부르는 게 신기하다. 막둥이 덕분에 새로운 노래도 알게 되며 아이가 노래를 불러서 내 귀는 즐겁고.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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