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란다.
- 좋은 하루/오늘 하루
- 2025. 5. 10. 03:45
며칠 전 막둥 넷째가 내게 뭔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러 내려왔다. 보통 공부하거나 게임하는 걸로 자기 방에서 생활을 하는 녀석인데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눈치라서 계속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의 주제는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갔다가. 생각의 흐름대로, 또 관심의 흐름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이러다 보니까 거의 3시간을 함께 떠든 것 같다. 가끔 남편도 거들고, 셋째도 공부하다 내려와 살짝 거들다가 다시 자기 방으로 가고. 막둥 넷째가 밤 10시에 내려와 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새벽 1시가 넘어갈 정도로 늦어져서 나중엔 제발 가서 자라고 부탁했다. 나도 졸리다.
15살 막둥이와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나의 막둥이가 벌써 많이 컸다. 다양한 분야에 상당한 지식이 쌓여있고 나름의 인생관과 목표가 정해있었다. 많이 기특했다. 나의 15살 때에는 솔직히 내 미래에 대한 특별한 비전이 없었다. 내 아이들 넷 모두 어릴 때부터 자기들의 미래를 그리며 꿈에 다가가는 모습이 기특하고 뿌듯하다. 나는 내게 있어 이것이 진화라 생각한다.
이야기 중에 막둥 넷째는 벌써부터 2년 후 자기마저 대학에 입학해 기숙사로 들어가면 엄마가 겪을 빈둥지증후군을 걱정해 준다. 엄마의 정서적인 면도 걱정해 주는 막둥이는 확실히 막둥 특유의 스윗함이 있다.
다행히 아직은 막둥이가 집에 있어서 그런가 빈둥지증후군이 있을 거란 생각이 아직 안 든다. 8월 셋째가 대학에 입학하면 아마 집이 더 휑하다 느끼긴 할 거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독립한 첫째, 대학에 다니는 둘째, 대학에 입학해 기숙사에 들어갈 셋째. 새 학기가 시작되는 8월부터는 아이들 넷 중에서 막둥 넷째만 집에 남아 있게 된다. 막둥이도 2년 후에 대학에 입학하니까 아이들 다 키우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막둥 넷째가 큰 아이들 공부하는 것에 영향을 받다 보니 좀 빨라서 또래보다 1년 일찍 학교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고등학교 졸업도 1년 일찍하게 된다. 어떤 때는 1년 더 일찍 대학을 보내는 게 아쉽다 싶으면서도, 1년이라도 빨리 다 키우게 되니 좋다 이런 생각이 서로 교차한다.
아이들을 넷을 키우고 뒤를 돌아보니 내가 평범하게 해왔고 또 평범하다 여겼던 육아와 교육 그 자체가 어찌 보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난 20년여 년을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있었고 부족하고 잘못했던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 평가한다. 나 스스로가 아주 대견하다. 가끔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잘했어요!" 그러기도 한다.
그리고 내게 와준 아이들 넷이 모두 인간적으로 모두 좋은 품성을 가졌다. 부모자식 관계가 아니라 인간대 인간의 관계로 봐도 이렇게 좋은 품성을 가진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아이들이 다 크면 각자 인생을 찾아 떠나는 게 세상의 이치고, 또 그래야 한다. 나도 성인이 된 자식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다 크고 독립한 후 남는 사람은 역시나 옆짝꿍 남편이다. 남편하고 둘이 더 재밌게 많이 놀아야겠다.
'좋은 하루 > 오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창한 피닉스의 2월과 템피 마켓플레이스 (Tempe Marketplace) (13) | 2025.02.25 |
---|---|
벌써 봄느낌 가득한 애리조나 피닉스 (6) | 2025.02.23 |
애리조나의 주립대 2곳 합격!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셋째 (12) | 2025.01.11 |
겨울방학을 마치고 봄학기 시작을 시동거는 아이들 (12) | 2025.01.06 |
아이들의 2024년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 쇼핑 (8) | 2024.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