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레이크 (Watson Lake)에서 하이킹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걷다 보니 현수막 같은 것이 보인다. 흰머리수리 (bald eagle)의 둥지가 발견된 곳이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하이킹 트레일을 벗어난 곳에서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흰머리수리의 주요 먹이가 물고기지만 캐나다기러기도 잡아먹는다. 흰머리수리가 자리 잡은 둥지 근처에 많은 캐나다기러기가 살고 있다. 이곳 흰머리수리는 호수에 물고기가 많아서 굳이 큰 덩치의 캐나다기러기까지 사냥할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이곳 캐나다기러기가 천적인 흰머리수리에 대한 두려움을 전혀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기러기가 이유 없이 흰머리수리에게 바보짓을 하면 사냥을 당할 수도 있을 거다. 야생이라 캐나다기러기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닌 듯하다. 여기 캐나다기러기는 사람에게 익숙해서 누가 먹이를 던져주면 막 떼로 쫓아가 달라고 아우성대기는 한다.
우리가 걸어가는 하이킹 트레일 주변 모습이다. 호수의 북쪽은 여러 바위들로 아름다움을 만들고, 호수 남쪽은 나무와 풀들로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다.
곧 개울물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하나가 나온다. 다리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까 말은 좁은 옆길로 가라는 표지판이다.
막둥 넷째가 재밌다며 말이 다니는 좁은 옆길로 들어선다. 내가 한마디 했다.
너 말 아니지?
막둥이는 즉시 다시 사람이 걷는 트레일로 복귀했다. 사람은 사람 길로 다녀야 한다.

물이 얕아서 말타고 지나가기 딱 좋은 개울물이다. 사람은 다리로 이 개울을 건넌다.
왓슨 레이크 루프 트레일 (Watson Lake Loop Trail)은 여러 트레일로 구성되어 있다. 왓슨 레이크 주차장에서 내려온 트레일은 Discovery Trail이다. 이 트레일은 주요 트레일인 Peavine Trail과 연결된다.
Peavine Trail은 트레일은 난도가 낮다. 잘 다듬어 놓은 길이라서 그냥 편하게 걸으면 된다. 우리의 목표는 호수 북쪽으로 연결되는 이 트레일을 따라 저기 바위가 많은 쪽으로 가는 거다.
우리 뒤로도 Peavine Trail은 쭉 길이 나아 있다. 저 뒤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우리가 아까 타고 왔던 Prescott Lakes Pkwy와 만나는 것 같다.
트레일에서는 자전거는 사람에게 양보하고, 자전거와 사람 모두 말에게 양보해야 한다. 이곳에서 갑은 말이다.
우리들의 하이킹은 계속된다. 왓슨 레이크를 이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된다.
며칠 전 피닉스에는 비가 내렸는데 고도가 높은 프레스킷에는 눈이 내렸었다. 그 남은 눈이 그늘에 남아 있었다. 셋째와 막둥 넷째는 눈을 보더니 만져보기도 하고 너무 좋아한다. 아이들이 눈을 본 건 15년 전 시애틀에서 살 때라 어린 아기여서 기억도 못한다.
흰머리수리가 저 위에서 원을 그리며 날고 있다.
메인 트레일을 벗어난 작은 트레일이 보인다. 난 경치가 좋길래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다. 아이들이 나를 따라오더니 바위 있는 쪽으로 가보는 것도 재밌겠다며 그리로 나를 인도한다.
조금 후에 남편도 이 길로 따라왔다. 남편이 내게 아까 표지판 읽고 온 거냐고 묻는다. 물론 아니다. 그냥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아이들에게 이끌려 바위 쪽으로 가는 거다.
표지판에는 이 길은 편하게 걷는 Peavine Trail과 달리 기술적, 신체적 도전을 요구한다고 쓰여있다고 한다. 남편이 막 앞서가는 아이들에게,
너희들 표지판은 읽고 가는 거냐?
소리쳐 물었건만 아이들이 바위 쪽 하이킹에 푹 빠져 듣지 못했다고. 거기에 사진 찍느라고 정신없던 아내는 또 아이들을 쫓아가고.
이 표지판 바로 옆에는 벤치가 있어서 여자분 둘이 앉아 있었다. 남편이 경고를 외치는데도 아몰랑 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계속 전진하는 이 과정을 그분들이 다 목격했다. 결국 그분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더라고. 남편이 꽤나 무안했겠다. 아빠와 남편으로 사는 것도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사진 찍느라고 남편이 외치는 소리도 못 들었다.
바위에 도착할 때까지 길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늘진 곳의 눈도 즐겨가며 룰루랄라 신났다. 반대방향으로 지나가시던 분이 울집 셋째와 막둥 넷째가 눈을 보고 좋아하는 걸 보고는 조금 더 가면 눈이 많이 쌓여있다고 알려준다. 우리네 피닉스 사람은 여기서도 티가 난다.
호숫가의 풍경도 아름답다.
이제 바위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표지판이 있었다. 하얀 점을 따라가라고 했다.
바위 사이로 열심히 타고 올라갔다.
평평한 공간이 나타났다. 여기서 바위를 더 탈지 메인 트레일인 Peavine Trail로 돌아갈지 결정할 수 있다. 우린 Peavine Trail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Peavine Trail로 들어왔다.
Peavine Trail은 북쪽으로 꽤 멀리까지 연결되어 있다.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여기서 멈추고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돌아가기로 했다.
이 트레일의 고도는 최저 해발 5,075 피트 (1,547m), 최고 해발 5,237 피트 (1,596m)다. 우리는 지금 화살표 있는 장소에 위치해 있다.
Peavine Trail 북쪽 방향을 바라보며 몸을 돌려,
남쪽 방향으로 내려갔다.
조금 내려오니 아까 바위 길로 가기 위해 진입했던 길 입구가 보인다.
우리는 계속 걷는다.
이 장소에서는 흰머리수리의 둥지를 볼 수 있다.
위 현수막에서 흰머리수리 뒤로 보이는 햇살 퍼지는 디자인은 일본 욱일기에서 따온 것이 아니다. 애리조나 주의 기에서 나온 거다. 애리조나에서는 햇살 퍼지는 디자인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애리조나 주의 기
몇 년 전에 구름이 가득한 피닉스의 사진을 여러 개 올린 적이 있다. 이 사진 중 하나를 보고 처음 방문한 사람이 댓글을 남기고 갔다. 전혀 예상치 않은 부분에 대한 댓글이 올라와 처음엔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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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이 흰머리수리의 둥지일 거다.
흰머리수리 둥지를 본 후 우린 길을 계속 걷는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남편이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더니 새 한 마리가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한동안 부스럭거리던 그 새는 겁도 없이 아예 풀숲에서 트레일 쪽으로 나왔다. 우리를 따라온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 새가 누군가 봤더니 로드러너 (roadrunner)다. 난 로드러너를 본 것도, 또 이렇게 가까이에서 야생 로드러너를 본 것도 처음이다.
로드러너는 뻐꾸기과의 종으로 이름 그대로 달리는 걸 아주 잘하는 새다. 시속 약 32km에서 최대 42km까지 달린다. 예전 미국 애니메이션인 루니 툰 (Looney Tunes)에서 코요테가 사냥을 하려고 계속 쫓아다는 새가 있는데 그게 바로 로드러너다. 루니 툰에서 로드러너는 "빕빕" 소리를 내며 엄청 빠르게 달려서 코요테가 번번이 놓친다.
아래 사진에는 로드러너가 한 마리 있다. 한번 찾아보시라.
이 로드러너는 우리 식구들이 자기를 보고 있는 걸 다 알면서 길에 대놓고 등장한다.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존재감을 마구 뽐낸다. 아마도 우리 식구들이 좋은 사람인 걸 아는 거다. 헤헷!
길을 건너는데 그것도 아~주 천천히 건넌다. 로드러너란 이름과 정반대다. '날 봐줘' 꼭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길을 건넌다.
엉뚱기가 있는 정말 재밌는 녀석이다. 귀엽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진촬영을 즐기는 듯 보였다. 연예인 기질이 있다.
왓슨 레이크 주차장으로 가는 Discovery Trail로 다시 접어들고 곧 개울물 위를 지나는 다리가 나타났다. 이제 거의 다 돌아왔다.
아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라색 선인장이 보인다.
돌아가는 길의 호숫가 모습도 여전히 아름답다.
우리들은 이렇게 하이킹을 마치고 왓슨 레이크의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하이킹이었다. 프레스킷을 좋아하는데 이곳에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 지역 주민들은 도시 Prescott을 프레스캇 또는 프레스콧 보다 프레스킷으로 부른다.
[애리조나 프레스킷] 아름답고 평화로운 경치 왓슨 레이크 (Watson Lake)
고속도로 I-17의 휴게소 Sunset Point Rest Area 나와 10 마일 (16km) 정도 가면 프레스킷 (Prescott, 프레스캇)으로 빠지는 애리조나 주도 AZ-69가 나온다. AZ-69의 끝이 프레스킷이니까 이 도로를 쭉 따라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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