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주의 기

몇 년 전에 구름이 가득한 피닉스의 사진을 여러 개 올린 적이 있다. 이 사진 중 하나를 보고 처음 방문한 사람이 댓글을 남기고 갔다. 전혀 예상치 않은 부분에 대한 댓글이 올라와 처음엔 당황했다.

 

 

이때가 선거기간이었는데 McGee 후보의 홍보판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린 거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 다짜고짜 이렇게 써놓고 가버려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래는 그 댓글이다.

 

 

그런데 정작 McGee의 저 홍보 디자인은 일본 전범기 욱일기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댓글을 달고 간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McGee를 일본 전범기도 모르는 바보 또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당시 내가 대댓글로 설명을 적었는데 댓글 달고 간 사람이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McGee는 아주 제대로 알고 이 햇살 퍼지는 디자인을 사용했다. 이 디자인은 바로 애리조나 주의 기에서 나온 거다.

 

(작가: Don Graham,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욱일기 이야기를 꺼냈으니까 나도 제2차 세계대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은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고 일본과 치열하게 싸웠다. 일본과 직접적으로 맞붙은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 전쟁으로 미군 전사자도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 게다가 미국 참전 계기가 된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침몰한 함선 중 하나가 USS Arizona (USS 애리조나)다. 당시 일본의 공격으로 USS 애리조나에서는 장교와 승무원 1,177명이 전사했다.

 

그런 나라와 주에서, 그것도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저런 문양을 떡 하니 썼다면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먼저 궁금한 게 정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댓글 쓴 사람은 욱일기를 아니까 역사를 아는 것 같긴 한데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혹시라도 흥분해서 확인도 안 해보고 컴플레인을 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매 선거철마다 McGee의 이 홍보 디자인을 계속 봤으니 컴플레인은 안 한 것 같다.

 

일본군 폭탄 피격으로 불타고 있는 USS 애리조나. 이틀동안 불타올랐다.
침몰한 장소에 세워져 있는 USS 애리조나 기념관
애리조나는 여기!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McGee는 그저 애리조나를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다.

 

애리조나 주의 기

 

애리조나 주의 기에서 빨간색과 노란색은 스페인 국기의 색에서 가져왔는데 1540년 이곳을 탐험한 스페인인 코로나도 (Coronado)가 가지고 왔던 스페인 국기를 의미한다. 13개 빛줄기는 미국 독립을 주도한 13개 식민지를 상징한다. 그리고 햇살이 퍼지는 것은 서쪽으로 해가 지는 석양의 햇빛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 brianhalbachphotography,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작가: TreptowerAlex,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중앙의 구리 색 별은 애리조나 주가 구리광산이 많아 상당한 양의 구리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별명이 The Copper State로 구리의 주다. 애리조나의 주변도 각자의 광물 별명이 있다. 금광이 많은 캘리포니아는 The Golden State, 은광이 많은 네바다는 The Silver State다.

 

아래 파란색은 콜로라도 강을 상징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랜드 캐년은 콜로라도 강이 영겁의 시간 동안 만든 걸작품 중 하나다. 그래서 애리조나의 진짜 유명한 별명이 The Grand Canyon State, 즉 그랜드 캐년의 주다.

 

그랜드 캐년 (작가: BKD,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이 애리조나 기는 1917년 2월부터 주의 기가 되어 사용되었다. 욱일기와는 애초부터 상관이 없다. 애리조나 주민들은 선거 후보자의 홍보물에서 햇살 퍼지는 광선 디자인을 보면 애리조나 기를 떠올리지 욱일기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햇살 퍼지는 광선 디자인은 고대시대부터 여러 문화에서 사용하곤 했다. 어떤 나라와 문화에게 햇살 퍼지는 광선 디자인은 일본과 전혀 상관없는 그들의 전통이고 자부심일 수 있다. 유럽인이 한국 불교 사찰의 문양이 나치 상징과 비슷하다고 철거해야 한다고 컴플레인을 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해 보면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욱일기를 일본 및 외국에서 사용하는 사례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욱일기가 쿨하다고 인식하며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무조건 비판하고 컴플레인 보내기 전에 이것이 진짜 욱일기를 따라한 디자인인지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 블로그, 애리조나 관련 기념품 및 사진, 애리조나에 방문 등으로 이 햇살 퍼지는 디자인을 보게 될 경우가 있을 거다. "애리조나에서는 왜 욱일기 응용을 많이 하는 거야? 역사를 모르나?"라고 의아해하거나 불쾌해하기 전에 관련 사실여부를 확인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약

애리조나에 흔히 볼 수 있는 햇살 퍼지는 디자인은 일본 욱일기와 상관없다. 애리조나 주의 기가 원래부터 그렇게 생겼다. 1917년에 채택된 이 애리조나 주의 기는 사용된 지도 벌써 100년이 훌쩍 넘었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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