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우유가 남아돈다. 누군가 마셔야 할 텐데 나 포함해서 다들 관심 없는 눈치다. 이럴 땐 빵이라도 만드는 게 좋겠다 싶다. 대학입시의 바쁜 시간을 다 지내고 이제 대학입학 전 여유로운 여름방학 중인 둘째에게 빵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반죽을 미리 해놓느라고 저녁부터 분주하다.
다음날 아침. 어제 준비해 놓은 반죽으로 빵을 굽기 시작한다. 무슨 빵을 만드는지 계속 안 말해주다가 내가 "혹시 멜론빵이니?" 물으니 싱긋 웃는다. 난 오늘 맛있는 멜론빵을 먹게 된다.
막둥 넷째도 방에서 내려와 둘째를 도왔다. 둘이 아주 재밌어한다.
드디어 오븐에서 나온 멜론빵 1차. 빵이 나온 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냥 고소한 빵냄새에 이끌려 부엌에 갔더니 아름다운 빵들이 있었다.
1차 8개 중에 멜론빵 오리지널 격자무늬는 둘째가 만든 거고, 빵에 별, 줄무늬, 도토리, 버섯 무늬는 쿠키커터로 막둥 넷째가 만든 거다.
위 무늬 중 도토리와 별은 막둥 넷째가 쿠키커터로 모양을 냈다. 줄이 여러 개 그어져 있는 것은 멜론의 실제 무늬에 가까운 거고 (그러다 보니 농구공 같기도 하다), 초코색에 가운데 십자 무늬는 샤부샤부나 전골에 넣는 버섯에 십자무늬 낸 걸 형상화한 거라고 한다.
갓 나온 빵은 언제나 오마이갓이다. 하나 가져다 먹는다. 둘째가 만든 오리지널 멜론빵 무늬다.
맛 아주 좋다.
보통 한 번에 멜론빵 1개가 내 적정량인데 맛있어서 하나 더 가져다 먹었다. 이번엔 막둥 넷째가 만든 도토리 무늬다.
역시 맛 좋다.
오븐에서는 계속 빵이 더 구워져 나오고 있다. 1차로 구운 빵과 2차로 새로 나온 빵을 함께 모아 뒀다.
막둥 넷째는 이번에도 쿠키커터로 여러 모양을 만들었다.
3차에서는 더욱더 독특한 디자인이 등장한다.
남은 재료로는 쿠키 4개도 구웠다. 쿠키의 무늬는 농구공, 우산, 눈, 그리고 IDK (I don't know)다.
둘째의 이 레시피 노트는 여러 맛있는 빵과 과자류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둘째는 2주 후에 대학입학 전 한달간의 여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테네시 주의 내쉬빌로 떠난다. 여름 프로그램 마치고 입학 전 잠깐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내쉬빌로 돌아가긴 하겠지만, 이제 나와 함께 이렇게 집에서 지낼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대학생활을 하기 전 집에서 둘째가 나름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쌓을 수 있게 베이킹을 몇 번 더 부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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