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마켓에서 박카스 D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 놨더라. 미국에 20년 이상 살면서 박카스를 본 건 처음이다. 어릴 때 한국에 살았던 남편은 박카스가 예전 추억을 소환했는지 재미 삼아 사고 싶다고 한 박스를 든다. 박카스 10개가 든 한 박스는 세금전 $8.99 (10,800원)이었다.
포장에는 박카스 D라고 쓰여있는데 어릴 때 본 게 박카스 D인지 다른 박카스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집에서 박스를 내려놓으니 아이들이 뭐냐고 묻는다. Red Bull 같은 에너지 드링크라 알려줬다. 하지만 Red Bull보다는 훨씬 더 오래전에 나온 제품이라고 자랑스레 덧붙여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첫째는 박카스 병이 에너지 드링크보다는 약병같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당연한 듯 대답해줬다.
예전엔 약국에서 팔았거든.
한국에서 요즘도 약국에서만 파는지는 모르겠다.
동아 아메리카를 위해 위탁 생산이라 표기되어 있는 걸 보니 미국에 동아 아메리카 현지 법인이 있나 보다. 박카스는 한국에서 만들어 동아 아메리카를 통해 수입 및 유통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릴 때 부모님들이 초등학교 선생님 만나러 가면 한 상자씩 들고 갔던 박카스. 어떤 선생님은 이 박카스를 너무 많이 마셔서 뒷목이 뻐근했다고 하더라. 기억 속의 선생님들은 박카스를 상자로 받는 걸 아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어른들이 마시는 박카스를 몇 병 마셔본 이후로는 마신 적이 없는데 그간 맛이 변했는지 궁금하다.
남편이랑 사이좋게 한 병씩 마셨다. 병뚜껑을 여니까 비타민 B의 향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예전에도 맡아봤던 그 추억의 향이다.
너무 오래전에 마셔봐서 맛이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번에 맛 본 박카스는 떨떠름한 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좀 약해진 것 같고 더 달아진 것 같다. 작은 한 병인데도 마시고 났더니 효과가 상당히 크다. 밤에 잠을 못 잤다.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아 올빼미가 되었다. 요즘 에너지 드링크를 거의 마시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추억의 맛이라 반가웠지만 잠을 못 자는 관계로 그 만남은 여기까지로 하기로 했다. 남은 건 모두 남편 차지다. 회사에서 일할 때 마시면 딱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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