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둘째는 자기들 시간 남을 때 엄마를 잡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오늘은 둘째가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인 애니메이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암탉이 오리를 키우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말합니다. 암탉과 애니메이션이란 말에 언젠가 한국에서 아주 유명했다던 "마당을 나온 암탉"이란 제목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암탉이 나중에 족제비인가에게 자신을 희생하는 거냐고 물었죠. 둘째가 맞다네요. 자기는 이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았고 대신 다른 사람의 리뷰 비디오를 봤대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영어판 제목은 "Leafie, a Hend into the Wild"입니다. 그런데 영어 더빙이 2번 되었나 봐요. 첫 번째 번역본에서는 암탉의 이름을 Daisy (데이지)로 정한 듯해요. 두 번째 번역본에서는 Leafie (리피)로 바꿨고요. 찾아보니까 원 한국 원작에서 암탉의 이름이 잎싹이었군요. 이름으로 봤을 때는 리피가 잎싹의 직역이면서도 듣기도 괜찮으니까 좋은 영어 작명이라 볼 수 있겠어요.
유튜브에서 잎싹을 데이지로 번역한 영어 더빙판의 트레일러를 봤는데 주인공 이름과 상관없이 더빙은 꽤 잘했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이야기는 흘러 주제가 웹툰으로 넘어갔습니다. 둘째가 종이책을 좋아하는데 도서관은 문을 닫았고 전자책을 온라인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지만 전자책으로 읽는 건 별로라서 요즘 웹툰을 webtoon.com에서 찾아 읽었대요.
웹툰 중에 한국 작품이 아주 많다고 알려 줍니다. 둘째 말이 일본은 만화책 망가로 강하지만, 한국은 웹툰으로 강하다고 느껴진대요. (기술 변화와 적응력에 빠른 한국인~) 더블어 망가가 아닌 한국식 발음인 만화로도 알고 잘 있더라고요. (기특하군)
Webtoon.com에 올라오는 웹툰은 모두 영어로 번역되어 있어 영어권 독자들도 읽을 수 있습니다.
둘째가 요즘 읽은 웹툰은 "The Remarried Empress", "Your Throne", "Omniscient Reader", 그리고 "Gourmet Hound"라고 합니다. 이중에서 하와이에 사는 작가의 "Gourmet Hound" 빼고는 모두 한국 작가 작품이에요. "The Remarried Empress", "Your Throne", "Omniscient Reader"의 한국 원제목을 찾아보니 "재혼 황후",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전지적 독자시점"입니다.
Webtoon.com 사이트를 보니까 유튜브에 종종 올라오던 "True Beauty"도 보입니다. 한국어 원제목이 "여신강림"이라고 알고 있어요. 웹툰의 그림을 보니까 주요 배우 세명의 외모고 웹툰하고 상당히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특히 남자 배우들은 정말 비슷하네요.
그런데 둘째는 "True Beauty"엔 관심이 없어서 안 읽었다고 하더군요.
울집 첫째와 둘째는 요즘 미국 10대와 달리 BTS에도 K-Pop에도 관심이 없어요. K-Drama에도 거의 관심이 없고요. 한국 것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음악, TV 작품이나 영화에도 별 관심이 없어요. 대신 첫째와 둘째는 한국 웹툰에는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둘째가 관심이 많아요. 울집 아이들은 실사 영화나 드라마보다 애니메이션, 웹툰 스타일, 게임이 더 흥미로운가 봐요.
이제는 웹툰으로 주제가 넘어 갔기 때문에 관련 여러 설명을 들어야 했어요. 엄마가 둘째에게 배웁니다. 그런데 이거 강제 레슨이에요. 애니메이션이나 웹툰에서 종종 사용하는 설정인 isekai (이세카이)에 대해서 둘째의 설명도 들어갑니다. (그럼 이 엄마는 받아 적고 밑줄 쫘악! 해야 하나? ^^)
이세카이는 인물이 사고로 (주로 트럭이나 차로 치이는 교통사고라더군요. 한국 드라마에서도 흔하게 등장하는데...) 죽고 전혀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서 활약을 하게 되는 그런 류의 장르라더군요. 이런 류의 설정은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이미 여러번 접하긴 했지만 아이가 열심히 설명하니까 더 재밌게 들었어요. 둘째의 말을 듣고 위키피디아에서 isekai를 찾아보니 한국어로는 이세계, 일본어로는 異世界입니다.
이세계(異世界, 일본어: 異世界 이세카이, isekai)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말하며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미디어의 장르로 주로 사용된다. 소설가가 되자라는 사이트는 이세계 환생과 이세계 전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이세계 환생은 한 번 사망하고 이세계의 다른 사람으로 환생하는 것이며, 이세계 전이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 한 번 사망하였지만, 환생을 하지 않고 죽은 당시의 모습을 한 동일한 인물로 이세계로 이동하는 작품도 존재한다. 또한, 현재 세계에서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세계로 전이하는 작품도 있다. - 위키피디아 발췌
둘째의 설명으로 일본 작품의 이세카이는 다른 세계로 가는 주인공이 남자인 경우가 많고 다른 세계에선 그가 하렘을 거느린 히어로가 되는 전개가 많다고 해요. (일본의 판타지... 흐흠. 하긴 어떤 남자가 이런 판타지를 거부하랴.) 반면, 한국 작품의 이세카이는 다른 세계로 가는 주인공이 대부분 여자래요. 그리고 거기서 잘생긴 남자로 구성된 하렘을 (가끔은 남녀 혼성 하렘!!) 거느린 여자 빌런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이세카이의 구조 차이가 일본과 한국의 정서 차이인가 싶기도 해요. 왜 이런 식으로 두 나라에서 다른 전개로 발전하는지 언제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요. (이러다 논문도 쓸 수 있겠군)
생각해 보면 영어권 문학 작품에서도 꽤 오래 전부터 이세카이 구조가 사용되어 왔어요. 이걸 영어권 문학에서는 portal fantasy라 부르고요. 우리가 잘 아는 아주 유명한 작품들이 이 장르에 포함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 "오즈의 마법사", "피터팬", "나니아 연대기" 등등
애니메이션과 웹툰을 상당히 좋아하는 아이를 뒀더니 이 엄마도 다양한 것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오늘의 레슨은 끝났지만 조만간 추가 레슨이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복습을 잘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열공 열공!
*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s, webtoon.com,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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