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둘째가 뭔가 하얀색 복슬복슬한 걸 가지고 아래층에 내려왔다. 코바느질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귀여운 털북숭이 인형 같아 보였다.
처음 봤을 땐 귀여운 노란색 코와 선한 눈을 가진 캐릭터인가 했다. 그런데 내가 코라고 생각했던 건 코가 아니라 뿔이라는 아이의 답변. 내가 코라고 생각한 것을 위로 향하게 놓으니 진정 뿔의 자태가 제대로 드러난다. 깨갱~
이 뿔은 보통 뿔이 아니다. 그 이름도 찬란한 도깨비 뿔이다. 둘째는 goblin (가블린)도, ogre (오거)도 아니고, 또는 일본의 오니도 아닌, 한국어 발음으로 정확히 도깨비라 했다. 기특한 지고...
어디서 이 패턴을 구했냐고 했더니 둘째가 스스로 직접 패턴을 디자인한 자신의 작품이라고 한다. 대단하다.
한국의 전통 도깨비는 원래 뿔이 없다고 읽은 적이 있다. 둘째에게 한국 도깨비는 원래 뿔이 없는데 많은 삽화에서 도깨비에 뿔이 있는 건 일본 오니의 영향을 받아 20세기에 변형된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둘째가 말하길 이 도깨비는 한국 전통 도깨비가 아니라 유명한 한국의 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 (Omniscient Reader)"에 등장하는 도깨비 "비유 (Biyoo)"라고 한다.
둘째의 설명으로 비유는 신유승이란 아이의 영혼이 도깨비의 몸으로 새로 태어난 존재라고 한다. 둘째가 한국 웹툰을 좋아해서 이 분야에 상당히 해박하다.
도깨비 비유도 모르지만 신유승이란 캐릭터 또한 생소.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이런 설명이 있다.
한강 인근의 방랑자 무리에 섞여 있던 여자 아이. 보호자도 없이 5번째 시나리오까지 살아남았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비해 사고수준과 판단력이 비상한데다, 도움을 준 독자 일행에게 직접 찾아와 작은 보답이나마 할 정도로 예의바른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 정체는 서울을 멸망시킬 '범람의 재앙'이다. 정확히는 본인 자체가 재앙은 아니고, 미래의 회차에서 스타 스트림과 계약한 신유승이 재앙으로 출현하게 되는 것. 미래의 신유승이 찾아오는 걸 막으려면 미리 지금의 신유승을 죽여서 이 인과의 끈을 끊어야 하지만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독자에게 고민을 안긴다.
미래의 자신이 재앙이 된다는 걸 알자 비관에 빠졌지만, 그럼에도 독자가 그녀를 믿고 도와주자, 독자에게 큰 호감과 믿음을 가지게 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독자를 좋아하는데다 또래인 이길영과 붙어다니고 투닥투닥 다투는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출처] 나무위키
그러니까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신유승이 죽고 그 영혼이 도깨비 비유로 다시 태어났다는 말이다.
도깨비 비유는 노란 뿔 하나와 선한 눈이 시그너쳐인 셈이다. 귀엽다. 둘째가 그걸 잘 표현해 냈다.
직접 패턴을 다 만들어 뜬 코바느질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 둘째의 솜씨에 새삼 감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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