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집 아이들 넷이 여느 날처럼 나가서 친구들도 놀고 돌아왔는데
집에 들어오면서 울먹이더라구요.
아이들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전해 들은 이야기는
울동네 친한 고양이 친구 멋찌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너무 급작스러워서 처음에는 이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며칠 전에도 남편과 산책하면서 공원에서 멋찌를 만났거든요.
땅에 누워 우리가 지나칠 때마다 야옹야옹 쓰다듬어 달라고 하고,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멋찌 자리로 돌아올 때마다
쓰다 쓰담해주면서 몇 마디 건네고 그랬는데
그런 멋찌가 세상을 떠났다니...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그 어떤 징조를 못 느꼈는데
이렇게 떠나니까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아이들이 멋찌의 주인 켈리 아줌마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멋찌가 몸이 좋지 않아서 동물병원에 갔는데
폐암이 너무 퍼져서 가망이 없었다고 해요.
지난 몇 달 멋찌가 좀 말라 보였는데
난 울집 고양이 달콤군이 살이 쪄가서
멋찌가 상대적으로 말라 보이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폐암으로 진짜 살이 빠지고 있었던 거였나 봐요.
멋찌는 원래 울 동네에 살던 길양이였어요.
중성화 수술이 이미 되어 있었던 걸 보면 누군가 키우다가
이사 가면서 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멋찌가 버려진 것이 적어도 12년 전쯤이 아닐까
동네분들은 생각하고 있어요.
켈리 아주머니의 따님이 길양이로 지내는 멋찌를 발견하고 먹이를 챙겨줬었죠.
켈리 아주머니 따님이 다른 주로 이사를 가고 그 집에 켈리 아주머니가 이사 오고,
그러면서 켈리 아주머니가 멋찌를 본격적으로 돌봐주시다가
나중엔 입양을 하셨어요.
켈리 아주머니가 돌봐주신 지난 5년 간 멋찌는 잘 먹고 잘 쉬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서 대부분 시간은 집 밖 공원에서 놀며
동네 꼬마 친구들, 특히 울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사랑 많이 받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늘 공원에서 보이며 그렇게 일상의 일부로 함께 살던 멋찌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니까 마음이 휑한 것이 눈물이 계속 나와요.
이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은 아이들 넷 모두 우느라고 눈이 퉁퉁 부었어요.
남편도 마음이 아프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는 아이들 옆에 앉아 토닥토닥 진정시키고 있었고요.
엄마까지 울면 아이들이 더 슬플까 봐,
아이들 앞에서는 눈물을 참고 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들 다 재우고 침대에 누웠는데
멋찌 생각에 눈물이 나서 도저히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다음날 산책을 할 때 멋찌가 즐겨 누워있던 그 자리를 지나니까
또 눈물이 그냥 터져 멋찌의 자리를 바라보며 꺼이꺼이 울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 포스팅을 쓰면서도 눈물이 마구 흘러내려요.
버려지기도 하고 길양이로도 꽤 오래 살았던 멋찌.
이렇게 처음엔 힘들고 어려운 인생이었지만
멋찌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길양이 생활을 하면서도 혼자서도 삶을 이어갔고,
또 따뜻하고 부드러운 천성도 유지했고요.
그러다가 좋은 사람들 만나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길양이는 삶이 고단하고 어려워서 보통 2-3년 정도 산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한때 길양이였던 멋찌는 이웃들이 기억하는 것만도
12년 이상 울동네에서 살았어요.
누군가는 멋찌를 버렸지만,
멋찌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진정한 파이터였고,
또한 삶의 승리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울 남편은 생명 대 생명으로 멋찌를 늘 존경해 왔습니다.
나도 그렀고요.
멋찌는 정말 좋은 친구였어요.
이젠 아프지도 않고 편안하게 잘 쉬고 있을 겁니다.
멋찌가 떠나니까 또 빈자리가 허전하고 아프네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정을 주고 아끼는 그 대상이 있다면
함께 있을 때 서로 즐겁고 행복하게 아끼며 지내는 게 최고예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먼 곳으로 떠나면 그냥 아쉬움만 남아요.
더 잘해줬을 걸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이젠 보고 싶어도 더 이상 볼 수가 없네요.
안녕, 멋찌. 넌 정말 좋은 친구였어.
널 만난 건 영광이었고,
울식구 모두 진정으로 고마웠다.
편하게 쉬렴, 멋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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