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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오늘 하루

가을이 성큼 다가 온 애리조나 - 넘 좋아서 웃음을 감출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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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수요일까지 화씨 105도(섭씨 40도)가 넘는 더위가 지속되었어요. 화씨 105도면 피닉스의 여름으로는 아주 서늘한 건데, 그래도 이제 9월 중순이니 화씨 100도 (섭씨 38도) 이하로 내려가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죠.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런데 드디어 드디어 이 엄청나게 더운 곳에도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끼게 하는 신호가 떴답니다. 어제 목요일부터 최고기온이 화씨 99도 (섭씨 37도) 이하예요. 한국 기준으로는 여전히 "흐악~!" 할 기온이겠지만,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여름 불지옥을 매년 겪어 더위에 익숙한 피닉스인들에게는 쾌적함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기온입니다. 거기에 이곳은 사막이라 습도가 낮아서 같은 기온이라도 체감온도는 다 지역보다 훨씬 시원해요.


어찌나 좋은지 그냥 앉아만 있어도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나만 좋아서 싱글벙글 이러는 게 아니고 남편도, 울집 아이들도, 이웃들도 싱글벙글. 모두 다들 그저 행복해요. 이 감출 수 없는 행복감. 이젠 계속 날씨가 좋을 일만 남았어요. 넘넘넘 행복합니다~



어제 저녁 먹고 첫째와 둘째 데리고 저녁 산책을 하는데 이웃 제니퍼를 만났어요. 서로 만나자 마자 우리들이 동시에 한 첫마디는,


드디어 날씨가 정말 좋아졌다!


였어요. 진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라 나도 모르게,


나 날아갈 것 같아~~


말하면서 저절로 내 몸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몸짓을 하네요. 이걸 보고 제니퍼도 함께 둥실둥실. 울집 아이들은 엄마와 옆집 아줌마의 귀여운 재롱(^^)을 보며 하하하. 목요일부터 피닉스 사람들은 이렇게 그냥 좋아서 얼굴엔 웃음이 실실실 가득차고, 몸은 진짜 둥실둥실 떠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예요. 넘 좋아서요.


여름철 날씨가 좋은 시애틀에 살 때는 9월 중순 딱 이 맘때부터 쓸쓸함이 밀려왔어요. 바람은 점차 쌀쌀하게 휭 불고 우기가 곧 다가올 것을 알리는 그런 분위기. 아주 짧아지는 낮의 길이를 보면, 비도 많이 오고 하루종일 껌껌할 긴 우기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해서 약간 우울해지기도 하는 것 같고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교차된 마음이였어요. 그런데 피닉스에서는 정반대로 9월 중순부터는 행복한 느낌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샘솟는 것처럼 마구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일주일 후에는 최고기온이 화씨 90도까지도 (섭씨 32도) 내려가네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그냥 넘 좋아요. 세상이 어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지금 내 맘이 딱 이 노래 같네요. 온 세상이 아름다워요. 웃는 여자도 다 이쁘고, 웃는 남자도 다 이쁘고, 웃는 아이도 다 이쁘고. 무조건 다 이뻐요. 날씨가 좋으니까 실실 헤벌쭉 싱글벙글. 이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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