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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오늘 하루

“누구세요?” 한밤중 의문의 달그락 소리에 기겁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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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팅은 4년 전 이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옮겨서 다시 포스팅합니다.


어제 토요일 한인 마트에 다녀왔어요. 먹을 것도 많이 사고 저녁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겹살 잔뜩 든 김치찌개도 만들어 든든하게 배도 채우고 기분좋은 날이였습니다.


남편이 어제는 꽤 피곤했는지 저녁 먹고 한 1시간쯤 지났는데 잠깐 눈을 붙이고 싶다고 방으로 갑니다. 저는 아이들이랑 TV도 보고 함께 놀다가 잘 시간이 되어 이 닦이고 막둥이 옷갈아 입히고 모두 침대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녀석들한테 이 닦으라고 했더니 2층으로 올라가며 계단에서 우당탕탕 해대서 남편 잠이 다 깼더군요. 단잠이 다 깬 남편에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저도 너무 졸려서 “미안”하고는 옆에서 정신없이 그냥 자버렸습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저 멀리서 달그닥 달그닥 뭔가에 금속이 살짝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강한 소리는 아니였고 불규칙적으로 나는데 잠결이지만 참 궁금하고 신경쓰이더라구요. 머리는 잠이 덜 깨서 혼미하지만 그 소리가 뭘까 나름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어디서 물이 새나? 비도 안 오는데...? 도대체 뭘까?


도대체 이건 어디서 나는 소리냐구요???

(사진출처: Google Images)


몸을 살짝 일으켜 보니 잠긴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잠이 덜 깨서 제 정신이 아니였지만 더이상 못 참겠더라구요. 그래서 몸을 일으켜 달그락 소리의 주인을 찾으러 나섭니다. 남편은 옆에서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너무 곤히 자길래 깨우기 미안해 제가 직접 확인하러 나갔습니다. 저는 이럴 땐 겁이 없어요~


문을 여니 계단 아래 1층에 희미한 불빛이 보입니다.


음~ 누군가 1층에 있군.


그런데 2층 첫째와 둘째의 방도 불이 환한 거예요. 큰 아이들의 방으로 들어갔죠. 둘째는 잘 자고 있고, 첫째는 아직 깨어 있더군요. 첫째는 엄마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나봐요. 아직 잠 못 이루고 있는 첫째의 변명인즉, 며칠 전 입었던 할로윈 의상 줄들이 꼬여 있어 푸는 중이였답니다.


에공, 변명 참 빈약하다~ ㅠㅠ


첫째가 그 달그닥 소리를 냈나 잠시 생각했는데 첫째와 대화 중에도 달그닥 소리는 계속 들립니다. 그래서 첫째에게 잔소리하는 대신 교과서적 우아한 엄마로 행동했지요.


귀염둥이, 너무 늦었네. 빨리 가서 자세요~ (어쩜, 제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멋있어요. ^^)


남편, 첫째, 둘째, 그리고 당연히 저도 아니니 달그닥 소리의 주인공이 점점 압축됩니다. 그럼 세째(만 6세)와 네째 막둥이(만 3세)가 이런 달그닥 소리를 낸다는 건데 이젠 더 걱정스럽더군요. 저녁을 분명 든든히 먹였는데 밤에 나와서 저러는 것도 그렇고, 배가 고프면 엄마한테 부탁해야 하는 것인데... 작은 아이들 방에는 불이 꺼져있군요. 워낙 개구진 녀석들이라 걱정되어 빨리 아랫층으로 내려가 봅니다.


그런데 저기 보이는 그림자! 의외의 인물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남편이 둘?!?!?!


그때 제가 잠이 덜 깨서 그런지 아랫층에서 남편을 봤을 땐 순간 공포영화로 착각했어요. 남편은 윗층에서 자고 있는데 아랫층에 남편 하나가 더 있으니 머릿속이 하애지더라구요. 진짜 공포영화를 보며 기겁하는 그 느낌 그대로 온몸에 공포가 짜르르 흘렀습니다. 심장이 멎지 않은 게 다행이예요. 놀란 마음을 가까스로 겨우 다스리며 아랫층 남편에게 물어 봤습니다.


남편! 당신 방에서 자고 있었던 것 아니였어? 왜 여기에 있어?


남편이 말하길, 아까 전에 아이들이 우당탕탕 이 닦는다고 돌아다녀서 잠이 다 깼답니다. 제가 정신없이 자길래 옆에서 한동안 누워있다가 아래층에 내려와 인터넷 확인하면서 출출해진 김에 남은 김치찌개와 밥을 먹고 있었던 거구요. 그런데 남편의 수저와 그릇이 부딪혀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놀라서 제가 잠에서 깬 거였습니다. 이야말로 제가 소머즈네요. 뚜뚜뚜뚜뚜뚜...


이 한밤중 달그락 사건으로 이젠 저도 완전히 잠이 깨었어요. ㅠㅠ 어쩌겠어요? 둘이 앉아 요즘 재밌다는 <응답하라, 1994>를 몇 편 때렸지요. <응답하라, 1994>가 저랑 세대가 비슷해서 인지 <응답하라, 1997>보다 이게 훨씬 재밌어요. 그런데 <응답하라> 제작진의 드라마 기본구조는 거의 같네요.


드라마를 보면서 남편이 묻습니다.


이상한 소리가 나면 날 깨워야지 당신 혼자 찾으러 다녔어? 다음부터는 꼭 나한테 부탁해.


난 당신이 너무 곤히 자는 것 같아서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지...


어쨌든 이 모든 것이 제가 잠결에 오버해서 일어난 해프닝이여서 다행입니다. 남편 때문에 “으악”하고 기겁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조용한 한밤중에 한국 드라마 보면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도 갖고 좋았습니다. 한국 드라마에 취해 한인 마트에서 사온 라면까지 끓여 먹었더니 오늘 아침엔 제 얼굴에 보름달이 강림하셨네요.


이것은 오늘 아침의 기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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