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답을 잘 하게 생겼나 봐요. ^^

뭘 좀 많이 알게 생겨서() 그런 건지, 대답을 잘 해줄 것 같이 선하게 생겨서 그런 건지, 마켓에서 장보다 보면 종종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봐요. 한인 마켓에서 유럽계가 다가와서 "국수는 어디에 있나요?" 등등을 물어보는 건 사실 충분히 이해돼요. 한인 마켓에서 보는 동양계니까 애리놀다가 한국계라고 추측했을테고, 식구들이 모두 영어로 대화를 하니까 물어봐도 되겠다 싶었겠죠. 그런데 히스패닉 마켓에 갔을 때도 히스패닉 분이, 그것도 스페인어로 묻는 경우는 좀 황당해요. 한번도 아니고 몇 번 이런 경험을 하니까 어떤 때는 황당을 넘어서 신기하기도...


그렇다고 애리놀다가 히스패닉처럼 생겼냐하면 전혀 아니거든요. 일부 히스패닉 중에는 동양인과 거의 비슷하게 보이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애리놀다는 동양인같이 생겼어요. 히스패닉 마켓를 걸어다니면 어떤 때는 동양계라서 튀니까 여기저기서 애리놀다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죠. 부담스럽게....


뭘 그리 쳐다보시나? 동양여자 처음 보시나???

미안한데 난 아이가 4명이나 있는 유부녀라네.


여기서 잠깐

미국에서는 중남미 출신 분들을 흔히 히스패닉(Hispanic) 또는 라티노(Latino)로 구분짓는데 이것은 특정 인종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구분입니다. 미국 통계청(US Census Bureau) 기준으로 히스패닉 또는 라티노는 스페인 출신 및 스페인과 문화적 연결고리가 있어 스페인어를 쓰는 멕시코 및 중남미 국가출신(또는 조상이 이곳 출신)을 일컫는 것이구요. 따라서 미정부 기준으로는 포르투갈 출신이나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 출신은 히스패닉/라티노에서 제외됩니다.




히스패닉/라티노는 다양한 인종이 다 포함되는데 인종상으로 유럽계, 아메리카 원주민 & 유럽계 혼혈, 아메리카 원주민, 그리고 국가에 따라 아프리카계의 혼혈의 비율도 존재합니다. 아프리카계 혼혈은 캐리비안 섬들에 특히 많이 있구요. 슬픈 이야기지만 멕시코 및 중남미국가에서는 상류층일수록 유럽계적 (순수 유럽계 백인) 외모가 강하고 가난한 하층으로 내려갈수록 원주민이나 아프리카계의 피가 강해지더군요.


그리고 동양계 히스패닉도 있어요. 이 경우에는 중국계와 일본계가 대부분입니다. 한국계 히스패닉의 경우에는 1905년 구한말 이주자들까지 올라 갑니다. 구한말 멕시코로 이민갔던 한인 후손들이 정착해 후손들이 멕시코에 살고 있거든요. 구한말 이주 멕시코 한인과 그 자손 중 일부는 쿠바로도 이주해서 적은 수지만 한국계 히스패닉이 쿠바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남미로 이민간 한국인들도 많아서 한국계 히스패닉 인구도 많이 증가한 것 같구요.


아메리카 원주민이 동양인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히스패닉과 전혀 가족관계가 없어도 동양인과 유럽인의 혼혈 중에서 히스패닉 느낌이 상당히 나는 외모가 나오기도 합니다. 또 동양계 조상이 전혀 없는 히스패닉계 중에서도 동양계같은 외모를 보이는 분들도 가끔 있구요.


얼마 전 히스패닉 주민들이 대부분의 고객인 히스패닉 마켓에 갔어요. 애리놀다가 열심히 과일을 집어서 봉지에 넣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거세요. 분명히 동양인인 애리놀다의 얼굴을 보고도 스페인어로 말씀하시면서요. 애리놀다는 아주 간단한 스페인어 몇마디 하거든요. 그분이 스페인어로 막 말씀하시면 알아들을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구요. 그래서 영어로 답을 하죠.


Sorry, I don't speak Spanish. 그런데도 상관없이 계속 스페인어로 말씀하시네요. 분위기 상으로 봤을 때 제품에 대해 물어보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았구요. 몇차례 영어로 스페인어를 못한다고 분명히 말했건만 아랑곳없이 스페인어로만 계속 말씀을 하시길래, 어쩔수 없이 비장의 무기인 생존 스페인어를 발동시켜야 할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죠. 미국에서는 아동용 TV 프로그램에서도 워낙 스페인어가 많이 나와서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TV 귀동냥으로 간단한 인사, 단어 몇가지, 숫자 등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요.


생존 스페인어 애리놀다로 변신!

짜잔~



그리고 한마디...


No hablo español! (스페인어 못해요!)



그제서야 그분은 끄덕끄덕. ^^ 이렇게 스페인어로 그냥 막 물어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세요. 이런 경험 후에 곧장 남편에게 쪼르르 가서 묻습니다.


내가 히스패닉같이 생겼어?


아니, 전혀.


그런데 왜 자꾸 나한테 스페인어로 물어보는 거냐구요???


이런 황당한 경험을 자꾸 하다보니까 그냥 내가 똑똑해 (또는 선해) 보이나 보다 하면서 그려러니 해요.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그런데 이런 경험은 대만에서도 있었어요. 어찌어찌해서 알게 된 대만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5일 정도 대만을 돌아 다녔었죠. 애리놀다는 영어랑 한국어만 자신있는 사람인데 친구들이 잠시 볼일을 보러 간 사이 혼자 역이나 쇼핑몰같은데 잠시 서있으면 또 와서 뭘 묻는 대만인들이 많더군요. 대충 느낌상 길이나 방향을 묻는 것 같았구요. 그럼,


Sorry, I am not Chinese.


전혀 기대하지 않던 영어 대답이 나오니까 질문자들은 당황해 하다가 웃고 가죠.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만 친구들에게는 이 여행 중 한번도 누가 와서 뭘 묻고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 애리놀다가 여기저기 국가에서 참 별 경험을 다하고 살아요.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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