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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기타

모기 물리기에 대한 나만의 가설 (추가 실험 필요함)

애리놀다는 모기에 아주 잘 물려요. 그런 사람 있잖아요. 여러 사람이 같이 캠핑가서 자도 혼자서만 모기의 사랑을 전격적으로 받는 그런 사람. 애리놀다가 바로 모기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런 사람입니다. 어쩌다 집에 모기가 들어오면 주변에서 앵앵거리고 날아다니니까 잠도 설치고, 또 물리니까 따가워서 긁느라고 잠을 설치죠.


거기에 물리면 아주 크게 부어 올라와요. 그래서 모기가 무섭더라구요. 서울에 있으면 그나마 덜 한데 시골에 놀러가면 동네 모기가 다 애리놀다한테 오는 듯. (동네에서 처음 만난 신선한 피라서 그런가?) 언젠가는 캠핑갔다가 너무 많이 물려서 모기물린 자국때문에 상처가 다 사라질 동안 치마와 반바지를 못입었어요. 그게 아마 한달갔을 거예요. 시골 모기들은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힘도 더 좋더군요.


아주 맛있남?

그래도 좀 적당히 드시게. 배 터지겠쑤!


한동안 플로리다 북부에서 살았는데 플로리다는 반도 전체에 걸쳐 호수나 늪지대가 많은 곳이예요. 고여 있는 물이 많고 또 기온도 높으니까 모기들이 살 판 났죠. 여기 모기는 밤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낮에도 그늘에 숨어서 앵앵거려요. 특히 울 식구들이랑 친한 잭 할아버지네 놀러 갔다오면 애리놀다 눈 위나 얼굴 일부가 퉁퉁 부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잭 할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셨는데 버지니아에서 사시다가 은퇴한 후 플로리다 작은 호숫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살고 계셨거든요.


더울 때니까 그늘에서 이야기하고 음식 먹고 그러고 있는데 모기가 애리놀다를 발견하고 공격~! 뭐 그런 레파토리입니다. 그런데 함께 있었던 잭 할아버지나 남편은 전혀 모기에 물리기 않았다는 슬픈 현실. 그래서 이때까지 모기 물리기에 대한 애리놀다의 가설은 '어느 나라 모기든 상관없이 내 피를 사랑한다'였습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시애틀에 이사가면서 깨지게 됩니다. ^^


워싱턴의 시애틀을 포함한 미국 북서부의 여름이 서늘한 편이긴 해요. 그래서 그런지 시애틀이나 그 근교에도 호수가 많은데도 모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모기가 많지 않아서 물릴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한번은 호숫가를 거닐면서 앵앵거리는 모기(들)를 만났었죠. 물릴까봐 겁이 막 나려고 하는데 이 녀석들은 애리놀다를 물지 않더라구요. 그럼 누가 물렸을까~요?


플로리다 모기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남편을 물더군요. 남편의 얼굴 한쪽이 부어 올랐어요. 이걸 보고 어찌나 놀랐는지... 남편의 부은 얼굴을 보고 놀란 게 아니라 모기가 애리놀다가 아닌 남편을 물어서요. 모기가 이 달콤한 애리놀다를 버리고 옆 사람을 문 것은 난생 처음이였거든요. 당시의 흥분된 감정이 아직까지도 느껴져요. 시애틀 모기들은 정말 기특하고 사람 볼 줄을 알더라구요. 장한 시애틀 모기들!


피닉스로 이사를 오면서 또 모기가 걱정이 되더군요. 사막이라 습지는 없지만 그래도 더운 곳이라 모기에 엄청 물릴까봐요. 그런데 첫해는 모기에 거의 물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피닉스 모기도 아주 기특하구나하고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2번째 여름부터는 덩치가 좀 커서 날파리같이도 보이는 모기들에게 엄청 물렸어요. 물리면 아프기도 얼마나 아픈지.... ㅠㅠ 이 덩치 피닉스 모기들은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시원해질 때 산책 좀 하려고 다니면 식구 중에서 꼭 집어서 애리놀다만 물어요. 결국 덩치 모기에 물리다 지쳐 애리놀다는 집으로 도망오죠. 다행히 올해는 아직 모기로 큰 문제는 없었구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모기 물리기에 대한 애리놀다 나름의 가설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국가에 관계없이 위도 38도 이하 지역의

남쪽 모기에게 적극적인 사랑을 받는다.



어떤 때는 진짜 모기들의 넘치는 사랑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받아요. 남쪽 모기가 애리놀다를 더 사랑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구요. 시애틀 같은 위도 38도 이상 되는 지역의 모기들은 애리놀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거의 무시하는 수준이죠. 애리놀다의 피가 위도 38도 이하 모기들을 자극하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나 봐요. 이것도 끌림이니까 좋은 것일 거예요. 그쵸? ^^


살면서 어쩌다 모기 물리기를 실험하게 되었던 지역별 대략의 위도들

- 서울: 위도 37도

(대한민국은 대부분 위도 38도 이하에 위치)

- 플로리다 주 북부: 위도 30도

- 워싱턴 주 시애틀과 근교: 위도 47도

- 애리조나 주 피닉스와 근교: 위도 33도

(참고로 제주시는 피닉스와 거의 같은 위도 33도)


그런데 늘 추울 것 같은 알래스카도 여름은 꽤 덥고 지역에 따라서는 모기도 많다는 거 아세요? 춥기만 할 것 같은 곳인데 여름에는 또 이런 잔재미(?)가 있는 곳이예요. 애리놀다가 어떻게 알래스카의 여름을 아냐면, 남편이 20대 때 여름 한철 알래스카에서 휴가를 보낸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남편한테 들은 이야기예요. 남편한테 들은 알래스카 이야기는 언제 생각나면 풀기로 할게요.


알래스카에도 모기가 많다고 하니까 가끔은 애리놀다의 모기 물리기에 대한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알래스카에서 여름을 지내고 싶기도 해요. 남편이랑 함께 알래스카에서 지내는데 애리놀다만 모기에 물리면 위 가설은 틀린 것이고, 남편만 물리면 가설이 맞은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구요.


지금까지는 북반구에서 애리놀다가 모기에 물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반구 국가로는 호주만 가봤는데 그때가 겨울이라서 모기 자체가 없었어요. 방문했던 곳 중 가장 북쪽은 (남반구에서는 북쪽이 따뜻한 곳) 퀸즐랜드(Queensland)의 예푼(Yeppoon)이였는데 겨울에도 온화해서 반팔을 입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모기는 없었구요. 그래서 남반구 모기가 애리놀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남반구 모기에 대한 가설은 나중에 언젠가 여름에 남반구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확인해 볼게요.


P.S. 호주 작은 도시 예푼(Yeppoon) 지명을 보면 한국어로 "예쁜"이라고 하는 것 같지 않나요? 처음에 이 지명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작은 도시지만 이름대로 조용하고 예뻐요.


예푼(Yeppoon)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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