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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기타

멕시코식 바게트 볼리요 Bolillo와 이와 연결된 잠깐 역사

히스패닉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빵 볼리요(bolillo)를 소개할게요. 이 빵은 1인용 바게트같은 거예요. 길이는 한 15cm 정도 되고요. 질감은 미국 마트에서 파는 바게트인 프랑스 빵(French bread)과 거의 같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파는 프랑스 빵은 빵 표면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편입니다. 볼리요도 미국식 프랑스 빵처럼 겉이 부드러운 편이고요. 하지만 일부 히스패닉 마켓에서는 겉을 약간 더 딱딱하게 만들기도 해요.

 

 

볼리요를 먹으면서 바게트와 많이 비슷하니까 프랑스와 무슨 관계일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 봤죠. 자료에 의하면 볼리요가 그 자체로 멕시코식 바게트, 즉 멕시코식 프랑스 빵이라고 합니다. 볼리요의 다른 이름도 프랑스 빵이란 뜻인 판 프란세스(pan francés)구요. 멕시코에 프랑스 빵인 볼리요가 퍼지게 된 것은 스페인 식민지와는 상관없고 멕시코 황제가 있었던 제국시대와 관계가 있습니다.

 

1821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멕시코는 독립하자마자 멕시코 제1 제국(1821~1823년)과 40년쯤 지난 후에 멕시코 제2 제국(1864~1867년)으로 2차례에 걸쳐 제국시대가 있었어요. 둘 다 아주 짧게 끝났고요. 멕시코에 프랑스 빵인 볼리요가 전파된 제국은 멕시코 제2 제국이에요.

 

당시 황제 막시밀리아노 1세와 함께 멕시코 시티에 주둔하고 있던 프랑스 군대에서 이 빵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멕시코 전역에 쭉 퍼진 거고요.

 

멕시코 제2 제국 황제였던 막시밀리아노 1세는 합스부르크 왕가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황제였던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동생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황제는 나폴레옹 3세였는데 그의 지원을 업고 1864년 막시밀리아노 1세가 멕시코 황제로 등극한 거였어요.

 

나폴레옹 3세는 멕시코 제국을 통해 멕시코 포함 아메리카 대륙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었죠. 나폴레옹 3세는 당시 미국이 남북전쟁 중이라서 몬로주의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거란 계산도 했고, 거기에 또 스페인을 몰아내고 독립한 지 40여 년 된 멕시코인데 다른 유럽 열강인 프랑스 영향 하에 다시 들어갈 거라는 순진한 판단 착오까지 한 거죠.

 

하지만 프랑스는 나중에 상황이 좋지 않자 멕시코에서 군대를 쏙 빼버립니다. 막시밀리아노 1세는 1867년 멕시코 공화국의 베네토 후아레스 군대에 잡혀 총살형으로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막시밀리아노 1세와 그의 아내 샤를로테

 

참고로 막시밀리아노 1세의 아내는 샤를로테(스페인어식: 카를로타)로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1세의 딸입니다. 즉, 샤를로테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 그리고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알버트 공과 양쪽으로 사촌인 거죠. 빅토리아 여왕은 남편과도 서로가 사촌입니다.

 

베네토 후아레스는 멕시코 원주민 출신으로 멕시코 공화국의 대통령을 여러 차례 지낸 영웅적 인물입니다. 멕시코의 개혁, 원주민에게 동등한 권익보호, 카톨릭 소유재산 몰수 및 교회 특권 제한, 토지개혁 등을 했던 개혁 정치가였어요.

 

베네토 후아레스

 

혹시 히스패닉 마켓에 가게 되면 볼리요를 사다가 먹어 보세요. 우유나 쥬스와 함께 볼리요 그 자체만 먹어도 한 끼 식사로 좋고, 샌드위치로 만들어서 먹어도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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