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먼지기둥? 우리집 바로 위 하늘에서는 난리부르스 한바탕
- 좋은 하루/오늘 하루
- 2026. 7. 15. 03:07
어제 피닉스의 저녁 시간에 폭풍우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예보가 맞다는 걸 확인해 주는 듯,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잠깐 나갔다가 집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상한 구름기둥인지 먼지기둥인지를 발견했다. 하늘과 닿는 기둥 윗부분에서는 번개가 찌지직 찌지직 보이기도 한다.

기둥색이 먹구름보다 먼지색에 가까워서 먼지기둥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먼지기둥으로 의심되는 녀석은 저 멀리 좁은 지역에 걸쳐 국지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이런 기상현상은 피닉스에 살면서 이번에 처음 본다. 이걸 보니 하늘 돌아가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 보는 먼지기둥 형태라서 토네이도인가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다행히 토네이도는 아닌 것 같다. 피닉스 지역은 사막으로, 이곳의 여름 불지옥 더위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래도 몇 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피닉스 지역에서는 토네이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늘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했더니 역시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핸드폰에 모래폭풍 (먼지폭풍) 더스트 스톰 (dust storm) 경고가 뜬다. 아까 본 게 아마 먼지기둥이 맞았나 보다. 하지만 내가 본 먼지기둥은 너무 작은 편이어서 메인은 아닌 것 같고 진짜 메인은 따로 있었을 것 같다.
그럼, 내가 본 것은 엄마 더스트 스톰 앞에서 아장아장 움직이던 아가 더스트 스톰이었던 건가?
아가야, 앞에서 먼저 걸어가.
엄마가 바로 뒤에서 곧 따라갈게.
오늘 아침 피닉스 지역 뉴스에서 발견한 사진을 보니 내가 맞는 것 같다. 내가 본 먼지기둥은 아래 사진 속 작은 녀석이고, 엄마 되는 더스트 스톰이 뒤에서 도시를 집어삼키며 몰려왔었다.


더스트 스톰 경고가 있었지만 바람이 좀 세게 불뿐 이번 더스트 스톰의 위세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이어 곧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피닉스 지역에서는 규모가 좀 있는 더스트 스톰이 발생해서 지나가면, 바로 후에 폭풍우가 따라온다.
* 집에서 더스트 스톰이 지나가는 걸 목격했을 때 가볍게 지나친다고 느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뉴스를 확인해 보니 이번 것이 나름 강한 녀석이었다고 한다. 더스트 스톰이 올 때는 실내에 있는 게 역시나 가장 좋은 선택이다.
사막에 살아서 더스트 스톰이 지나간 후 따라온 폭풍우가 반갑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비다운 비다. 후두두둑 열차게 내리는 비를 신나게 감상하고 있는데 둘째가 다가와 완전 고급 정보를 알려준다. 남향인 이쪽은 비가 막 내리지만 반대쪽 북향에는 지금 햇빛이 쫙 드리워져 있다고 한다. 우잉?!?! 후다다닥 달려가서 확인해 봤다.
둘째 말대로 북향의 다른 방에서는 서쪽 수평선을 향해 내려가는 오렌지빛 해와 강렬하고 찬란하게 늘어진 그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우리집이 현재 이 폭풍우의 경계에 딱 놓여 있었나 보다.
자료 사진을 가져와 설명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
우리집 북향: 서쪽 방향으로 저물어 가는 해의 오렌지빛이 장관이다.

우리집 남향: 폭풍우가 몰려와 비가 쏟아내리고 있다.

오렌지빛 석양은 아주 아름답다. 그런데 사막에 살아서 이 멋진 석양을 거의 매일 본다. 이번엔 오랜만에 만난 폭풍우가 더 다이내믹하고 재밌다. 다시 폭풍우를 구경하려고 남향쪽으로 갔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폭풍우의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이젠 무지개도 나타나 크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몇 분 후 우리집 남향: 폭풍우만으로는 부족한지 한편에서는 무지개가 길게 곡선을 그리며 떠 있다.

우리집 위의 하늘을 경계로 오렌지빛 석양, 폭풍우, 무지개가 동시에 등장하며 서로 겨루는 듯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완전히 난리부루스 한바탕이다. 진귀한 장면이다.

우리집 위에서 난리부루스를 치다가 해는 졌고, 무지개도 더 이상 안 보이고, 폭풍우는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며 피닉스 지역을 장악했다. 그리고는 몇 시간 동안 비를 쏟아냈다.
다음 날 아침. 공기는 맑아졌다. 대신 어제의 폭풍우 덕분에 습도는 높아졌다. 나는 사막에 오래 살아서 습도가 좀 높아지면 살짝 불편해진다.


아침 걷기를 하며 보니 공원에는 어제 폭풍우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오늘 피닉스 시의 이곳저곳에서는 부러져 떨어진 나뭇가지와 다른 잔해들을 치우느라 평소보다 바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