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동부에 폭설과 한파를 동반한 겨울 폭풍이 오늘 금요일 저녁부터 이번 주말에 몰려올 예정이다. 미국 거의 절반이 지금 말 그대로 폭풍전야로 초긴장 상태다.

내가 사는 피닉스는 이 겨울 폭풍의 영향권과 큰 상관이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둘째가 살고 있는 테네시 주의 내쉬빌은 이번 겨울 폭풍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 중 한 곳이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도 함께 초긴장 중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쉬빌 지역은 12-18인치의 (30-45cm) 눈이 내릴 수도 있다고 한다.

어제부터 둘째에게 연락해서 물과 음식을 추가로 더 준비해 뒀는지와 손전등, 침낭, 외투, 모자와 장갑 등이 모두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폭설로 전기가 끊겼을 때 밴더빌트 대학에서 따로 학생들을 위한 대피소를 운영하는지도 미리 알아보라고 부탁했다. 둘째가 이미 잘 알아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특하다.
미국에는 나무가 많아서 폭설이 내리면 눈의 무게로 쓰러진 나무 때문에 정전이 종종 발생한다. 여러 곳에서 정전이 발생하면 복구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전에 워싱턴 주 시애틀에 살 때도 폭설로 3일간 전기가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 힘들었다.
겨울 폭풍은 폭설도 큰 문제를 야기하지만, 눈보다 더 위험하게 하는 건 얼음폭풍 (ice storm)이 몰려와서 내리는 어는비 (freezing rain)*다. 어는비가 내리면 폭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텍사스 북부도 몇 년 전 몰려온 얼음폭풍으로 상당히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 어는비 (freezing rain)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내가 이해하는 한에서 간단하게 설명해 본다.
찬 공기의 층이 얇을 때 물방울은 0°C 이하에서도 얼지 않은 과냉각 상태로 땅에 비로 떨어진다. 이 비가 영하의 온도를 가진 추운 물체 (지면 포함)에 닿으면 순식간에 얼어버린다. 그래서 비가 닿은 모든 것이 얼음으로 코팅이 된다.
어는비로 도로가 아주 미끄러운 건 당연한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어는비로 인한 정전이다. 얼음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 무게로 쓰러진 나무와 나뭇가지들이 전력선을 끊기게 하고, 전력선 자체도 덮인 얼음 무게로 끊어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기 때문에 전력복구에 시간이 걸려서 장시간 동안 난방을 할 수 없는 지역이 생긴다. 하지만 기온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종종 발생한다.


테네시 지역은 2022년인가 몰려온 겨울 폭풍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어서 이후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다행인 셈인데 그 준비가 이번에 빛을 발휘하길 바란다.
내가 사는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한여름은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살벌한 불지옥 사막 더위를 자랑한다. 이곳에 살면서 매번 돌아오는 여름엔 너무 더워서 힘들다 생각하지만, 겨울이 와서 북쪽이 이렇게 추울 때는 온화한 겨울의 피닉스에 사는 지금이 너무 다행스럽다. 오늘 피닉스의 기온은 섭씨 22도 (화씨 71도)다.
미국 중동부에 몰려올 이번 겨울 폭풍이 큰 피해없이 잘 지나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