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거의 일본어로 만든 한국 드라마?!?! 로맨틱 어나니머스 (Romantics Anonymous, 匿名の恋人たち)

작년부터 일본 드라마는 한국 배우와 함께 또는 한국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것이 유행인가 보다. 작년에 나왔던 작품들은 화제성이 있어서 보려고 노력했다가 나랑 전혀 맞지 않아 중간에 포기했다. 그런데 올해 나온 작품들은 꽤 괜찮다.

 

10월 16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로맨틱 어나니머스 (匿名の恋人たち, Romantics Anonymous)"는 한국 드라마의 장점을 가지고 일본맛을 가미해 만든 작품이다. 아니, 한국맛으로 만든 일본 드라마라고 해야 하나?

 

너무 유치하지 않게, 그리고 부담스럽지도 않게, 대충 전개가 다 그러지는 그런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달달하게 그렸다.

 

 

처음엔 한국 배우 한효주 씨가 주연인 일본 드라마라고 해서 그 궁금증에 시작했었다. 그런데 솔직히 1화를 끝내기도 힘들었다. 보통 일본 드라마보다 진~짜 많이 완화되고 부드러워졌긴 한데 여전히 특유의 불편한 연출이 있었다.

 

1화에서는 한효주 씨가 연기한 이하나는 어색하면서 귀여운 듯한 그리고 만화적이기도 한, 우리가 일본 드라마 하면 떠올리는 그런 일본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하나가 한국인이라는 설정이고 배우가 한국사람인 걸 다 아는데 일본여자 같이 연기하니까 거부감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이 장벽이 너무 높았다. 1화 보다가 이건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하고 중간에 그만뒀다.

 

거의 한 달을 일부러 안 보다가 넷플릭스가 거의 끝날 시점이 왔다. 혹시나 해서 일본어 원어 대신 영어 더빙으로 바꿔 보기로 했다. 언어가 달라져서 그런가 한효주 씨의 일본식 연기가 덜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일본식 연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옅어져서 거의 사라지는 듯하다. 게다가 영어 더빙도 꽤 잘 돼서 만족스럽다.

 

드라마의 회차가 지날수록 와~ 너무 재밌다로 변한다. 이제 "로맨틱 어나니머스" 는 최근에 재밌게 본 드라마 중 탑으로 손을 꼽는다. 일부 에피소드는 뭉클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일본맛 들어간 한국 드라마라서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설정들이 계속 등장한다. (일본어로 만든 한국 드라마?) 단, 지나치게 나쁜 악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난 이게 너무 좋다. "로맨틱 어나니머스"에서 나름 악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있긴 한데 한국 드라마의 악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비중도 그렇게 높지 않다.

 

그 소소한 악인 하나 빼고는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현실에서는 이렇지 않겠지만 어차피 판타지니까 이런 좋은 사람들을 보는 게 기분 좋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다.

 

많은 일본 드라마에서는 자꾸 시청자들을 가르치려 드는데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안 그런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고, 각자 맡은 일 열심히 하고, 직장에서 시기심 없이 서로 돕고. 이 자체가 시청자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대놓고 훈육받는 느낌을 안 줘서 편하게 볼 수 있다.

 

오프닝 곡도 너무 좋다. 이상하게 초콜릿 만드는 장면과 찰떡처럼 잘 어울린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이젠 초콜릿 만드는 장면이 눈앞에서 떠오른다.

 

 

 

일본 노래인 줄 알았는데 원곡이 1999년 박혜경 씨가 발표한 "고백"으로 한국 노래라고 한다. 드라마에서 사용한 것은 르세라핌의 김채원 씨가 일본어로 부른 거다.

 

내 생각에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1화가 고비인 것 같다. 내 경험으로는 1화를 잘 넘기면 이후에는 아주 재밌게 보게 된다. 8화까지 다 보고 난다면 아마 초콜릿이 엄청 땡길 거다.

 

8화 마지막에서 드라마가 끝난 것 같을 때 다 끝났다 생각하고 끊지 마시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맨 마지막 특별출연자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특별출연자가 누군지는 미리 확인하지 말자. 그래야 더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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