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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오늘 하루

첫째야,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미국에서도 지금 현재 취업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고용하는 인원수가 많이 줄어서 취업이 몇 년 전보다 훨씬 힘들다는 소리들이 많이 들린다. 내년 5월 졸업예정인 미국 대학 4학년들은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지난 여름방학부터 이력서를 보내며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취업시장이 이렇다고 하는데 첫째가 지금 대학 4학년 1학기를 보내고 있다. 첫째의 성적이 좋고 인턴 경험도 충분하지만 내 마음은 괜실히 살짝 조급해졌다. 4학년 시작 바로 전인 지난 여름방학부터 슬슬 이력서를 내보라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스트레스 주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더 이상 언급은 자제하며 조심했다.

 

그런데 전에도 포스팅을 올린 바 있지만 첫째 이 녀석은 친구들과 디지몬 카드 게임을 자주, 그것도 아주 열심히 한다. 난 아이가 다 계획이 있겠지 해서 그냥 보고 있었다.

 

 

 

첫째는 디지몬 카드 게임 (Digimon Card Game) 마스터가 되려나 보다.

첫째와 저녁 안부문자를 주고받을 때 언제부터인가 친구네 집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느라고 좀 늦게 아파트로 돌아간다고 알려주곤 했다. 자주 모여 게임을 하길래 그 게임이 뭔가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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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첫째하고 안부 통화하는데 옆에 있던 남편이 직장은 알아보고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한다. 남편도 궁금했나 보다.

 

그동안 스트레스 주기 싫어서 물어보진 않았지만, 이력서를 내는지 안 내는지 모르겠고 디지몬 카드 게임은 아주 열심이고. 솔직히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그냥 총대를 멨다.

너, 직장은 알아보고 있는 거니?

 

그랬더니 이 녀석이 저번에 디지몬 카드 게임 대회 참가 때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려줬다.

벌써 2차 면접까지 끝내고 합격통보 받았어요.
지금 인사과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고요.

 

내 자식이지만 참으로 쿨하군.

 

여름방학 때 이미 면접연락을 받았고, 그동안 2차 면접까지 다 보고 합격을 통보받은 상태였던 것. 그런데 엄마 아빠한테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인사과에서까지 연락이 오면 그때 알려주려고 했나 보다.

 

이렇게 말이다.

엄마 아빠,
Surprise!!!

 

남편 말이 어쩐지 아이가 디지몬 카드 게임을 정기적으로 하며 상당히 태평한 게 이상했다고. 뭔가 확실한 계획이 있는 것같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확인차 첫째와의 통화 중 한번 물어보라고 부탁한 거란다. 남편 느낌대로 이미 좋은 직장을 잡아놔서 첫째 이 녀석이 취업문제에서 이렇게나 여유로웠던 거다. 울 남편은 돗자리를 깔아야겠다.

 

첫째의 전공을 살리기에 괜찮은 회사이고 급여와 복지도 준수하다. 첫째가 인턴으로 직장 경험이 있긴 하지만, 이제 대학을 졸업하면 본격적인 사회 첫 발을 디디는 것인데 만족스럽다. 기특한지고.

 

그런데 회사가 집에서 비행기 편도 4-5시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내년 졸업 후 미대륙을 가로지르는 이사를 해야 한다. 거리상으로는 완전히 외국이다. 나중에 아이들 넷이 다 커서 직장생활을 하고 자리 잡는 곳이 서로 상당한 거리가 있어 미대륙에서 흩어져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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