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저녁 안부문자를 주고받을 때 언제부터인가 친구네 집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느라고 좀 늦게 아파트로 돌아간다고 알려주곤 했다. 자주 모여 게임을 하길래 그 게임이 뭔가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디지몬 카드 게임 (Digimon Card Game)이라고 알려준다. 다 큰 아이들이 "디지몬" 카드 게임을 한다고 해서 처음엔 피식 웃었다.
내게 있어 디지몬은 울집 아이들 넷 모두 어릴 때 즐겨봤던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비디오 게임을 그렇다 쳐도 카드 게임까지 있는지는 몰랐는데 "디지몬 어드벤처 (Digimon Adventure)"의 방영에 맞춰 2020년 중순부터 개시되었다고 한다.
부모에게는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성인인 대학생 첫째와 친구들이 모여 앉아 디지몬 카드 게임을 하는 걸 상상하니 그 광경이 좀 재밌다 싶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서치 해보니 이 디지몬 카드 게임에 진심인 어른들이 상당히 많다. 어릴 때 즐겨 봤던 디지몬 애니메이션에도 영향을 받았을 거다. 암튼 다들 열심이다.
첫째와 친구 아이들은 매주 2-3번 만나 디지몬 카드 게임을 하는 듯하다. 첫째에게 있어 이 카드 게임은 스트레스를 풀고 친구들과 친목을 다지는 그런 시간이다. 아이가 학업과 조교 활동을 하며 자기 앞가림을 잘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친구들과 놀면서 머리를 식히는 것은 좋은 생활이다.
첫째 말로 매직 (Magic) 같은 카드 게임은 카드 자체가 상당히 비싸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디지몬 또는 포켓몬 카드 게임은 카드 자체의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다고. 대학생 아이들이 모여 게임하기 좋은 그런 카드 게임이다. 이번에 대학 새내기가 된 둘째에게도 첫째가 디지몬 카드를 선물해 주기도 했다.
지난 여름방학에 집에 왔을 때도 디지몬 카드 게임을 동생들과 한다. 카드 게임을 하는 동안 셋째는 또 자기 주특기인 스무디를 만들어 함께 마셔가며 더운 여름 피닉스를 즐겼다.
몇 개월 동안 디지몬 카드 게임을 상당히 열심히 플레이하는 걸로 보여서 어제 전화통화 중 농담 삼아 말했다.
너 상당히 열심이다.
누가 보면 디지몬 카드 게임 대회 출전하는 줄 알겠다.
설마 혹시 출전하니?
그냥 농담이였는데 첫째가 예상치 못한 답을 한다.
재미 삼아서 북미 온라인 대회에 참가했었는데
처음 출전에서 상위권에 랭크됐어요.
같이 모여 플레이하는 친구들 중에서는 저만 혼자 참가한 거고요.
떵~~~! 첫째가 디지몬 카드 게임에 정말 진심이군.
농담으로 시작한 말이었지만 상위권에 랭크되었다니까 갑자기 이 엄마에게 욕심이 생긴다.
이왕 하는 거 북미 탑 10에 등극할 수 있겠니?
말꼬리를 흐리며 답하는 첫째.
할 수는 있지만...
내가 첫째에게 쓸데없는 부담을 준 거다. 게다가 게임에 지금보다도 시간을 더 써야 하고. 이 엄마가 아이가 재밌게 즐기고 있는 게임을 일로 만들 뻔했다.
엄마가 한 말은 다 잊어.
그냥 재밌게 즐겨.
첫째에게는 엄마가 한 말은 다 잊으라고 했지만 난 여전히 내심 아이가 디지몬 카드 게임 북미 탑 10에 등극했으면 좋겠다. 난 욕심이 많은가 보다. 하하하
'아이들 취미 > 게임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등학교 졸업, 그리고 새로운 시작 (16) | 2023.05.29 |
---|---|
The Fair Lady's Ashes - La Signora를 위한 셋째의 헌정시 (11) | 2022.08.17 |
첫째가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기 시작한 그림들 (14) | 2022.05.28 |
생일 맞은 삼촌을 위해 그린 "Happy Birthday" (14) | 2022.01.03 |
Cuffed - GMTK Game Jam 2021 둘째가 제작/포스팅한 게임 (12) | 2021.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