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 대표동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북극지역은 흰색 북극곰, 남극지역은 펭귄이 가장 대표적이죠. 그린랜드에서 펭귄을 볼 수 있다고 하거나, 남극대륙 해안가에서 흰곰을 볼 수 있다고 하는 엄청난 실언을 하는 분들이 가끔 있기도 합니다.
동물원 또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풀어 놓지 않은 이상 북극곰인 흰곰을 남극대륙에서, 펭귄을 그린랜드에서 볼 수는 없습니다. 두 동물군의 서식지가 지구의 극과 극으로 전혀 반대거든요.
황제펭귄 중 색이 이쁜 것은 어른들이고 회색으로 좀 칙칙해 보이는 것이 새끼들입니다.
그런데 새끼들 덩치가 정말 크네요.
역시 새끼 덩치에서부터 황제다운 면모가... ^^
저도 야생 펭귄을 직접 바로 옆에서 본 적이 있어요. 남극대륙까지 가지 않아도 야생 펭귄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여러 군데 있거든요. 호주나 뉴질랜드에는 가장 작은 펭귄 종류들이 남부 해안가에 서식합니다.
키가 33~43cm 정도 하는데 호주에서는 작고 귀여워서인지 Fairy Penguin으로 부르고, 뉴질랜드 쪽에서는 펭귄 색에 맞춰 Little Blue Penguin 또는 그냥 간단히 Blue Penguin으로 부릅니다. 한국어로는 이 펭귄을 쇠푸른 펭귄으로 부르고요. 저는 이 펭귄을 호주에서 봤으므로 편의상 페어리 펭귄(Fairy Penguin)으로 지칭하겠습니다.
인간들이 이 귀여운 펭귄 보존을 위해서 많이 힘쓰고 일부 서식지는 관광지화 되어서 페어리 펭귄이 사람들에 익숙하긴 하지만, 둥지를 직접 만들고 먹이를 구하러 바다를 누비는 자유로운 정신의 야생 펭귄들입니다. 호주에서는 멜버른이나 태즈메이니아 섬에 가면 페어리 펭귄 관찰관광을 위한 하루 패키지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 패키지를 이용하면 펭귄 박물관이나 펭귄 관찰지 등을 관광버스로 이동해줘서 편하게 보고 올 수 있습니다. 제가 호주배낭여행을 갔던 것이 18년도 넘었지만 이 하루 패키지여행은 지금도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 보니까 호주를 혼자 빨빨거리고 돌아다닌 지도 꽤 오래되었네요. 헉~
페어리 펭귄들이 바다에서 돌아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는 시점부터입니다. 어두어지기 전부터 펭귄을 관찰할 적당한 자리를 잡고 기다려야 하는데 저 먼 남극에서 오는 찬기운이 은근히 꽤 추워요. 기다리면서 추워서 덜덜 떨기 싫으니까 두꺼운 외투나 따뜻한 담요 하나 가지고 가면 딱 좋습니다.
해가 져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진짜 신기하게도 펭귄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각자의 둥지로 걸어 갑니다. 페어리 펭귄이 작은 녀석들이라서 그런지 걷는 게 너무너무 귀여워요.
그런데 페어리 펭귄 관찰시 정말 주의할 것이 하나 있어요. 펭귄 관찰을 어두워졌을 때 하게 되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고 들이 되면 플래쉬가 터지거든요. 그런데 이 카메라의 플래쉬 불빛이 페어리 펭귄의 눈을 멀게 합니다. 야생 펭귄인데 눈이 멀면 이것은 곧 죽음이나 다름없죠. 그래서 절대 플래쉬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정된 관찰 장소에 가보면 그림과 각국 주요 언어(한국어 포함)로 이 점을 상세히 설명해 둔 표지판도 여러 개 확실히 있고, 여러 언어로 작성된 주의서도 나눠줍니다. 일부 주요 언어로는 안내 방송까지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친절히 그리 설명을 여러 번 반복해도 플래쉬 터치며 사진찍는 멍청이들은 또 있더군요. 제가 본 멍청이들은 다행히 한국 관광객들은 아니였습니다. 컴컴해서 얼굴은 못봤지만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말로 서로 대화하고 있었어요. 하는 말로 봐서 어느 나라인지 약간 감이 잡히지만 선입견 배제 입장에서 여기서는 비밀. 자꾸 몇차례 플래쉬를 날리며 사진을 찍으니까 어두운 다른 편에서 열받은 누군가가 한마디 합니다.
Don't take pictures, IDIOT!!!
요즘은 펭귄 지정 관찰지에 야외조명을 따로 환하게 비춰서 관광객들이 플래쉬 터뜨리지 않고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둔 것 같아요. 아무튼 페어리 펭귄 사진 찍을 때 플래쉬 터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은 늘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페어리 펭귄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펭귄에 대한 또 다른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건 첫째가 2년 전쯤 고등학교 생물 과정을 마쳤는데, 생물 과정을 마친 후 이것저것 관심 있는 것들을 찾아서 읽었나 봐요. 마침 제가 페어리 펭귄에 대해 글을 쓰니까 재밌는 펭귄 관련 사실이 있어서 말해주러 쪼르르 달려온 거죠.
엄마, 적도 근처에서 사는
야생 펭귄이 있다는 것 아세요?
금시초문인데 정말이니?
적도면 펭귄에게는 너무 더울 텐데.
한번 찾아보자.
Penguins living near equator로 구글링을 했더니 진짜 하나 나옵니다. 첫째가 적도에 사는 펭귄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한 것이 다 맞았어요. 이 펭귄은 남미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에 사는 펭귄으로 서식지 이름을 따서 갈라파고스 펭귄(Galapagos Penguin)입니다.
키가 49cm 정도로 펭귄 중에서는 두 번째로 작은 녀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덩치상으로 페어리 펭귄이 제일 작고 그다음이 갈라파고스 펭귄인 셈이죠. 갈라파고스 제도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인 이사벨라 섬 윗부분 끝으로 적도가 지나가니까 적도에서 사는 펭귄이 정말 맞습니다.
갈라파고스 펭귄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이사벨라 섬 서부와 페르난디나 섬, 그리고 다른 섬들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도 가장 큰 섬인 이사벨라 섬 윗부분에 적도가 가로질러 지나가기 때문에 적도 및 적도 근처에 사는 진짜 야생 펭귄이 되는 거죠. 그리고 이사벨라 섬 북쪽, 즉 적도가 지나가는 바로 윗부분에도 갈라파고스 펭귄이 살기 때문에 이 펭귄은 북반구에 살고 있는 유일한 야생 펭귄도 되겠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
따라서 누가 동물원 빼고 적도에는 펭귄이 안 산다는 둥, 또 북반구에는 야생 펭귄이 전혀 없다는 둥 그런 말을 하면 갈라파고스 펭귄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갈라파고스 펭귄이 있지롱롱~
푸 하하하!
적도를 끼고 있어서 1년 내내 더울 것 같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펭귄이 살 수 있는 이유는 훔볼트 해류덕에 이 지역 기온이 서늘하고, 크롬웰 해류덕에 심해에서 차가운 바닷물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갈라파고스 펭귄 외에도 고유의 독특한 생물들이 서식해서 1835년 비글호를 타고 방문했던 찰스 다윈이 진화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곳이에요.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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