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좀 남았는데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 마침 저녁식사로 오븐에서 닭을 구워 먹을 예정이고. 그래서 이 우유를 가지고 닭을 재워놓는데 쓰기로 했다. 경험상 닭에 칼집을 넣어 우유에 재워 놓으면 이 과정 없이 그냥 굽는 것보다 고기 맛이 더 좋다.
닭이 원하는 만큼 재워지면 나만의 마법의 가루를 만든다. 이걸로 닭을 뒤덮어 튀김옷이 되게 만들 거다. 이름은 마법의 가루지만 MSG는 안 들어갔고 튀김가루도 안 들어갔다.
이 마법의 가루에는 밀가루, 녹말가루, 소금, 파프리카 가루, 후추, 마늘가루, 양파가루 들어갔다. 얼마씩 들어갔는지 그 양은 말하기 어렵다. 그냥 예전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일반적인 스타일 -느낌을 따라요- 법을 따랐다.
이번에 요리할 닭은 모두 허벅지살이다. 비닐봉지에 닭을 넣어 모두 함께 쉐키쉐키.이거 재밌다. 비닐봉지를 튼튼한 걸로 사용해야 한다. 너무 흥분해서 쉐키 하다가 봉투가 터지면 난감한 상황으로 빠진다.
버터도 하나 따로 준비한다.
마법의 가루로 옷을 제대로 차려 입은 닭을 랙 위에 올리고 그 위에 버터를 잘라 쫘~악 올린다. 이러면 오븐에서 구워지면서 닭 기름기는 빠져 팬 아래로 내려가고 버터가 녹으면서 닭을 덮어서 풍미가 아주 좋아진다.
닭 허벅지는 화씨 450도 (섭씨 230도 정도)에서 25분, 화씨 350도 (섭씨 180도 정도)에서 20분 구웠다.
닭이 익는 동안 토마토도 자르고 상추와 양파도 잘라 샐러드도 준비했다. 식구들 각자 알아서 자기 접시에 덜어가 먹을 수 있게 큰 대접에 담아 뒀다.
드디어 나의 오븐 프라이드 치킨 (oven fried chicken) 완성. 기름에 튀긴 게 아니라 엄밀히는 프라이드라 하기 그렇지만 오븐에서도 프라이드 치킨같이 나오기 때문에 나는 그냥 오븐 프라이드 치킨으로 부른다.
혹시나 해서 고기 안의 온도를 재봤다. 화씨 170도 (섭씨 77도). 충분히 익고도 남는 온도다. 고기는 보통 화씨 160-165도 (섭씨 71-74도) 정도 되면 익은 거다.
이제 가져다 먹는다. 모두들 이런 구성으로 한 접시씩 만들어 먹는다.
안을 잘라보니~~~ 촉촉함이 아주 잘 살아있다. 익힌 정도가 완벽하다. 그리고 간도 너무 잘 되었다. 남편이고 아이들이고 모두 아주 맛있다고 엄지척이다. 음식한 보람이 마구마구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바네로 핫소스도 가져다 함께 했다. Habanero (아바네로) 고추는 상당히 맵다. 하지만 그 매움이 기분 나쁘지 않고 상쾌한 편이라 아바네로 고추 베이스의 핫소스도 맛있다. Mexico Lindo Salsa Habanero Rojo (멕히코 린도 살사 아바네로 로호)는 히스패닉 마켓에서 사다 먹는데 울집에서 젤 좋아하는 핫소스다. 가격도 상당히 좋다.
아바네로 핫소스의 색은 붉은 색이 아니라 오렌지색이다. 그런데 상당히 매콤하다.
오븐 프라이드 치킨으로 식구들 모두 그리고 나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이렇게 오븐에서 프라이드 치킨 스타일로 만들면 일반 프라이드 치킨보다 기름기가 훨씬 적고 내가 만든 거라 안에 뭐가 들어가는지도 다 안다. 그리고 맛도 KFC나 파파이스 못지않게 맛있게 잘 나온다. 중요한 건 절대 KFC만큼 짜지 않다.
오늘 맛있게 먹었으니 좀 지났다가 슬슬 프라이드 치킨이 다시 땡기기 시작하면 또 한 번 오븐 프라이드 치킨으로 식구들을 즐겁게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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