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양배추 김치에 영감을 받아 남편이 양배추 김치를 담갔다. 남편이 절인 양배추를 씻고 물기를 짜는 동안 나는 양념재료를 준비해줬다. 사과, 양파, 마늘, 생강, 세라노 고추를 믹서에 갈았다. 절인 양배추, 당근과 양파 채 썰은 것, 갈은 양념을 버무렸더니 향이 너무 좋다. 나는 이 향을 아주 좋아한다.
맛을 봤는데 설탕을 아직 넣지 않았는데도 사과와 양파에서 나온 단맛으로 적당하니 딱 맞았다. 이대로도 깔끔하고 아주 맛있다. 그래서 고춧가루, 액젓, 설탕 등을 추가로 넣지 않기로 했다. 맛있어서 그냥 이대로 먹을 거다.
고춧가루를 넣지 않으니까 백김치 비슷하기도 하다. 양배추를 잘 절여서 질기다는 느낌도 나지 않는다. 아삭함이 적당히 남아있으면서 거의 배추 같다. 냉장고에 넣고 시원하게 해서 먹으면 아주 맛있다. 고춧가루가 안 들어갔으니까 그냥 양배추 백김치라 부르련다.
양배추 백김치를 만들고 나니까 비빔밥이 먹고 싶어졌다. 양배추 백김치 넣고 비빔밥을 만들면 아삭한 식감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맛있을 거다.
집에 있는 재료를 모아 비빔밥을 시작했다. 당근, 호박, 양파, 버섯을 볶아서 준비하고 양배추 백김치에게도 크게 한자리 줬다.
둘째는 비빔밥을 먹겠다 하고, 셋째는 중요한 숙제 중이라서 30분 있다가 먹겠다고 하고, 막둥 넷째는 아까 먹은 것이 아직도 꽉 차서 비빔밥은 건너뛰겠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남편 것, 둘째 것, 내 것 해서 달걀 3개만 프라이해서 준비했다.
남편이 달걀 프라이를 만들다가 실수로 노른자 하나를 터뜨렸다. 뚜껑을 덮고 프라이를 했는데 달걀 3개 모두 모양이 잘 나왔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다가 달걀 프라이 하나에 뚜껑을 똑 떨어뜨렸단다. 흑흑. 그 노른자 터진 달걀은 남편이 가져갔다.
프라이팬에 붙은 달걀까지 다 챙겨서 가져갔군. 알뜰한 남편이다.
요것은 나의 비빔밥. 참기름도 싸~악 둘러줬다.
어제 만든 미역국이 남아서 비빔밥과 함께 했다.
비벼 비벼 비벼 비빔밥. 열심히 비벼서 먹어 본다.
맛.있.다.
재료를 모두 비비니까 양이 꽤 많던데 깨끗하게 다 먹었다. 나중에 셋째가 저녁 먹으려 내려왔을 때도 똑같은 내용물 넣고 비빔밥 한 그릇 잘 준비해서 줬더니 아주 맛있게 싹싹 비웠다.
간단한 재료나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가지고도 아주 맛있는 음식으로 변하는 비빔밥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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