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오징어 게임"을 아주 재밌게 봤다. 초반부는 흥미가 덜했는데 갈수록 흥미진진. 정신없이 몰입해서 이틀 동안 다 봤다.
보통 TV 시리즈를 보면서 다 보기 귀찮아서 많이 건너뛰는데 "오징어 게임"은 최근에 건너뛰지 않고 본 몇 안 되는 시리즈다. 생존게임이란 소재를 아이들 게임을 통해 전개하는 것이 무시무시하기도 하고 신선했다. 아이들 게임답게 게임이 이뤄지는 장소의 색감도 상당히 곱고 이뻤다.
남편의 직장에서 "오징어 게임"을 본 동료 하나가 뽑기(달고나)*에 대해서 물어봐서 이거 만들 줄 안다고 남편이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한다.
* 어릴 때 서울의 강북 쪽에서 살았는데 울 동네에서는 뽑기 (또는 뽁기. 어린아이들 발음이라 정확하지 않다.) 이렇게 불렀다. 강남 쪽에 살았던 남편도 뽑기라고 불렀다고 기억한다. 달고나는 내 기억으로 하얀 색깔 다른 거였던 것 같다.
내게도 뽑기는 추억의 간식이다. 이게 어릴 땐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니 나는 모양 만들고 이걸 떼는 것은 거의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불 위에서 흰 설탕이 녹는 걸 보고, 베이킹 파우더 (또는 베이킹 소다) 조금만 넣어도 색이 변하고, 캔디처럼 굳으면 달달+쌉쌀한 그 맛을 모두 다 좋아했던 것 같다.
어릴 때 울 동네에서 바늘을 가지고 뽑기 모양을 떼내는 난이도 작업(?)을 해본 적도 본 적도 없다. 가끔 모양을 떼내도 다 손으로만 했었다. 바늘을 사용해 모양을 떼내는 것은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처음 알았다.
"오징어 게임"에 영감을 받아 남편이 뽑기를 만들었다. 설탕과 베이킹 파우더, 참으로 간단한 재료만 있으면 된다. 모양은 쿠키 커터로 잡으면 될 것 같다.
녹인 설탕 용암을 실리콘 패드 위에 따라 붓고,
스패츌라로 눌러줬다. 그랬더니 스패츌라 바닥이 설탕 용암으로 완전히 코팅이 되어버렸다. 굳기 전에 곧바로 다 씻어줬다.
쿠키 커터로 모양을 만드니 "오징어 게임"과 달리 울집 뽑기는 모양 떼내는 건 벌써 되어 있어 보인다. 쉽게 게임 통과가 가능하다. "오징어 게임"의 탈락 상황은 없을 듯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뽑기 자체를 실리콘 패드에서 떼내는 게 일이었다. 한쪽 부분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하트를 쉽게 떼낼 거라 믿었는데... 결국 깨졌스~~~!!! 떠덩!
탈락! 깨진 하트를 보니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섬뜩함이 올라온다.
역시 "오징어 게임"의 파급력은 크다.
아이들에게도 맛을 보라고 조금씩 줬다. 원래는 남편이 한 3개 정도 만들 생각이었는데 뽑기를 먹어보니 너무 달아서 딱 하나 만들고는 더 이상 만들지 않았다. 그래도 재밌는 추억놀이 작업이었다. 하트 모양이 깨진 것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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