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멋진 신세계/애리조나

무계획이 계획. 예정에 없던 산행 (애리조나 플래그스태프)

애리조나 북부 도시 플래그스태프의 버팔로 공원(Buffalo Park)의 산책로를 걷다가 저 뒤쪽 산으로 들어가 산행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았어요. 산행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공원을 돌아다녔는데 이왕 온 김에 다른 경험을 하러 울 식구들은 저 산으로 산행을 갔습니다. 산행길은 여러 루트가 있던데 울 식구들은 애리조나 트레일(Arizona Trail)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 트레일은 다 함께 사용하는 곳이니 서로 간 예의를 지킬 것

- 추월할 때 빼고는 우측통행

- 자전거 운전자는 추월 시 다른 사람들에게 경적이나 큰소리로 알려야 함

- 도보자가 우선이므로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보드 탄 사람은 양보해야 함

- 지나치게 속도 내지 말 것

- 일정한 속도로 직선으로 걷고 위치를 바꿀 때는 우선 뒤를 확인한 후 할 것

- 길을 건너기 전 속도를 줄이고 특히 코너를 도는 차량 주의

- 개는 개줄과 함께, 개가 남긴 뒤처리는 깨끗하게

- 다른 산행자가 가까워지는 걸 들을 수 있도록 헤드폰 볼륨은 낮게

- 밤에도 잘 보이게 밝은 색 옷을 입고 헤드 라이트와 테일 라이트 사용

- 개인 사유지를 존중하고 산행로를 따라갈 것 (참고: 산행로 일부 지역은 개인 사유지와 접해 있음)

- 18세 이하 자전거 운전자는 법으로 헬멧 착용 필수

 

저기 보이는 곳으로 가면 본격적으로 애리조나 트레일이 시작됩니다.

 

 

입구 쪽 근처 쓰러진 나무가 멋스럽게 누워 있어요.

 

 

플래그스태프 시 트레일 시스템과 코코니노 카운티(Coconino County) 숲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울집 식구들을 반깁니다. 플래그스태프는 코코니노 카운티에서 가장 큰 중심 도시예요.

 

 

시골길스런 풍경이 나타납니다. 저 입구를 들어가면 본격적인 애리조나 트레일이 시작돼요.

 

 

애리조나 트레일을 들어가면서 뒤를 돌아 버팔로 공원 쪽을 바라봤어요. 그랬더니 이런 표지가 딱 보입니다. 공원에서 사냥 금지 표지는 당연한 거고, 버팔로 공원이 시작되는 이 지점부터는 말을 타고 다닐 수 없다고 되어 있어요. 이 뜻은 애리조나 트레일 산길에서는 말을 타고 다녀도 된다는 뜻입니다.

 

 

산행을 할 수 있는 트레일은 여러 루트가 있어요.

 

 

산행 및 캠핑 시 예의를 표시해 뒀네요.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이나 야생식물들의 삶을 방해하지 말 것, 건조지역이라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니까 산불 방지에 주의할 것, 다른 산행자들도 함께 자연을 즐기도록 기본적 예의와 규칙을 지킬 것, 원주민들의 물건을 발견하면 만지거나 훼손하지 말 것, 자기가 만든 쓰레기 처리, 그리고 야생동물에 주의하라는 경고도 있어요. 쓰레기 처리에 대해서는 큰 일을 본 다음을 특히나 주의시키고 있는데 트레일에서 떨어진 곳에서 적어도 6 인치(15 cm) 땅을 파고 일을 본 다음 덮어주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쿠거(cougar)와 흑곰의 서식지라서 추가적인 주의가 필요합니다. 둘 다 겁이 많아서 사람들을 보면 피해요. 흑곰을 보게 되면 목소리를 크게 내서 이 소리에 곰이 알아서 도망가게 합니다. 쿠거는 동틀 때와 해가 지는 때 활동을 많이 하는데 쿠거랑 만나면 우선 눈을 쳐다보며 몸을 최대한 크게 보이게 해야 합니다. 눈을 계속 보는 상태로 뒤로 걸으며 자리를 떠나야 해요. 절대 등을 보이거나 뛰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쿠거는 본능에 따라 아마도 콱!)

 

쿠거 (사진출처: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National Park Service))

 

미국 남서부는 낮과 밤, 음지와 양지의 기온차가 큰 곳이에요. 낮과 밤의 기온차는 화씨 30도(섭씨 17도), 양지와 음지의 기온차는 화씨 15도(섭씨 8도) 정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은 고도가 높은 곳이라 (플래그스태프 시 자체가 한라산 정상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 날씨가 예상치 않게 급변할 수 있어요. 갑작스러운 폭풍, 강풍, 예상치 않은 더위나 추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주의사항이나 경고들이 있으니까 미국에서 산행을 하게 되면 산행 시작 전 안내문을 꼭 읽고 가세요.

 

이 트레일은 자전거는 도보자에게 양보해야 하고, 도보자와 자전거 운전자는 모두 말 탄 사람에게 양보해야 합니다.

 

 

애리조나 트레일을 따라 길을 걷습니다. 울 식구가 걸었던 애리조나 트레일 부분은 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곳이라기보다 전반적으로 숲 속을 걷는 그런 트레일이었어요. 일부 구간은 경사가 있는 산길이었지만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길이였습니다.

 

 

시골길스럽게 시작됩니다. 예전 한국 시골에 놀러 갔을 때 이런 길을 보고 걷기도 한지라 친근한 느낌이라 좋았어요.

 

 

주변에는 돌도 있고 소나무들이 멋지게 자라고 있습니다. 소나무와 함께 15~20 cm 정도 키의 풀들이 초원을 이뤄 한국이나 전에 살던 미국 워싱턴 주와는 살짝 다른 풍경을 전해주고 있어요.

 

 

이곳은 산길스런 구간입니다. 한국에서 산행했던 추억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많이 비슷했어요. 걷는데 기분 참 좋습니다.

 

햇빛이 찬란해서 숲이 햇빛에 잠긴 것 같아요.

 

산길스런 곳을 지나니까 경사가 없는 구간으로 나왔어요.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걷습니다. 소나무들이 잘 생겼어요.

 

 

이 나무는 뿌리째 뽑혔네요.

 

 

길가에 핀 꽃들이 바라보며 웃길래 사진을 담았습니다.

 

 

산책길 바로 옆에 있는 나무가 쓰러져 있었어요. 나무는 옆으로 치워져 산행하는데 불편하지 않았고요. 잔가지들도 걷는데 불편하지 않게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죽은 소나무인 것 같은데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니까 멋있어요.

 

 

아이들 넷과 함께 울 가족은 길을 계속 걸어갑니다. 온 가족이 함께 산행을 한 건 이번에 처음인데 아이들이 너무나 잘해요. 산행을 아주 즐거워합니다.

 

 

이곳은 개인 사유지와 접한 구간이에요. 저렇게 울타리가 쳐 있는 곳을 산행길에 만나면 개인 사유지일 확률이 큽니다. 울타리가 쳐 있으면 개인 사유지든 뭐든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니까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개를 데리고 산행할 때 이런 개인 사유지 근처에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죠. 여기서 사는 분들이 산행하는 사람들 때문에 기본 생활에 방해를 받으면 안 되니까요. 개가 짖거나 사유지에 뛰어 들어가지 않도록 개 주인이 관리하고 주의해야 한다는 알림판입니다.

 

 

저 집도 개인 사유지인 것 같아요. 자연과 늘 함께 사는 분들이시네요.

 

 

왕복으로 7 마일(11 km) 정도를 걸었어요. 이번에는 예정에 없던 산행이라서 살짝 맛만 봤는데 다음에는 산행을 목적으로 다시 방문할까 합니다.

 

 

산행을 마치고 버팔로 공원에서 나오니 오후 5시가 다 되었어요. 피닉스로 돌아가야 합니다. 피닉스로 출발하기 전에 주유하고 간단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주유와 식사를 한꺼번에 할 곳은 웬디스(Wendy's)가 있는 이 76 주유소가 제일 편리하더군요. 지난번 플래그스태프 방문했을 때도 여기서 주유하고 식사를 했어요. 다른 식당은 주유소가 함께 없어서 주유하고 나와 다시 식당을 찾아 들어가야 하고 해서 귀찮거든요. 혹시나 해서 아이들에게 길 건너 버거킹에 가고 싶냐고 물었는데 울집 아이들은 버거킹을 안 좋아하네요. 웬디스가 좋대요. 이제 76 주유소와 웬디스는 피닉스 출발 전 울 식구들의 단골 장소가 되었습니다.

 

길 바로 건너 버거킹

 

저번 피닉스의 웬디스에서 먹었던 것과 같은 "웬디스 더블 스택(Wendy's Double Stack) - 4 for $4"로 6 세트 주문했어요. (관련 포스팅: 웬디스 더블 스택 Wendy's Double Stack) 아래와 같이 2 세트씩 2 사람씩 짝을 이뤄 사이좋게 나눠 먹었습니다.

 

남편과 애리놀다의 웬디스 더블 스택

 

노던 애리조나 대학 아트 뮤지엄에서 관람도 했고, 버팔로 공원에서 산책하다 예정에 없던 산행길도 걸었고, 주유도 빵빵하게 했고, 햄버거로 식구들 배도 채웠고. 이제 피닉스 집으로 내려갑니다. 플래그스태프에서 피닉스까지는 고속도로 I-17을 타고 남쪽으로 145 마일(233 km) 내려가면 됩니다. 한 2시간 조금 넘게 걸려요. 서울-대구까지가 237 km던데 거리상으로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 변수가 생겼답니다. 덕분에 이번 여정이 정말 독특했어요. 그 이야기는 다음에 올릴 게요.

 

정말 큰 미국땅, 이것이 애리조나 우회로의 기본 수준 (플래그스태프-피닉스)

플래그스태프(Flagstaff)에서 차에 주유도 빵빵하게 하고, 식구들은 웬디스에서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난 후 피닉스(Phoenix)로 출발했습니다. 인터스테이트 I-17을 타고 피닉스 방향으로 40분 내려와 휴게소에서..

thenorablog.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