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팅은 2014년 4월 다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옮겨서 다시 포스팅합니다.
"The Scapegoat", 즉 희생양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2012년 영국 TV 채널 itv에서 방송한 TV용 영화입니다. 영국 방송사들 중에서는 BBC에서 고전적이고 작품성 있는 TV 드라마를 잘 만드는데, 영국의 또 다른 TV 채널인 itv에서 만든 작품들도 꽤 좋더군요. 전에도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오만과 편견을 비틀어 다시 재해석해 만든 itv의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Lost in Austen)"도 아주 재밌게 봤었어요.
"The Scapegoat"의 원작은 1957년 다프니 듀 모리예이(Daphne du Maurier)의 동명소설이예요. 1959년에도 영화화 된 적이 있다고 하구요. 2012년 영화와 원작 소설은 약간의 차이점이 있는데, 2012년 영화에서는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원작 소설에서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1952년, 현 영국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던 그 시기로 넘어갑니다. 영화의 기본 구조는 "왕자와 거지"와 동일해서 똑같게 생긴 두 사람이 서로의 자리를 바꿔 인생을 사는 것이예요. 외모와 목소리가 거의 같은 두 사람 존 스탠딩(John Standing)과 조니 스펜스(Johnny Spence)가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됩니다.
외모 뿐 아니라 이름까지 비슷한 이 두사람 존과 조니. 존은 해고된 불어 선생이고, 조니는 무능력한 유리공장 사장입니다. 조니는 런던에 미국 회사와 계약하러 왔다가 실패하고 낙담하고 있다가 똑같이 생긴 존을 만났어요. 존을 만난 후 조니는 모든 문제들을 존에게 남긴 채 도망가 사라집니다. 졸지에 존은 조니가 되어 조니의 가족과 지내면서 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구요.
여기서 보면 존은 가족도 없고 돈도 거의 없는 선생이지만 인간성이 좋고 우선 책임감이 강합니다. 약속도 지키려고 노력하구요. 그런데 조니는 인간성도 별로고, 사업수완도 없는데다가, 사업이 잘 되지 않으니까 닮은 사람에게 모든 걸 떨구고 도망가는 무책임한 인간이예요. 같은 얼굴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인간성이나 성격 자체가 상이한 그런 전형을 따르고 있는데 나름 잘 그렸습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존과 조니 두 역할을 맡은 매튜 리스(Matthew Rhys)가 설득력있게 연기를 잘 했어요.
위 세 여자 중 조니의 아내도 있고,
제수씨도 있고, 여동생(또는 누나)도 있습니다.
누가 누구인지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어요. ^^
조니의 어머니
BBC 셜록 시리즈에서 연기력에 홀딱 완전히 반해버린 앤드류 스캇(Andrew Scott)이 조니의 동생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는 인상을 쓰며 성질 더럽게 보이는데 이건 캡쳐가 그런 장면을 따온 것이지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괜찮은 사람입니다.
존이 조니가 되어 사는 걸 눈치 챈 어느 한 사람이 당시 영국 군주 자리를 비유해 존에게 이렇게 말하죠.
엘리자베스 공주도 원래 군주의 자리에 앉을 분은 아니였죠.
그녀의 아버지도 (조지 6세) 마찬가지였구요.
여기서 위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큰 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 때문이예요. 1936년 1월에 즉위했는데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Wallis Simpson)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1년도 못채우고 그 해 12월에 퇴위합니다. 그래서 동생인 앨버트가 왕위를 물려받게 되었는데, 그 동생 앨버트가 바로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되는 조지 6세예요. 왕위까지 버린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의 사랑이야기는 꽤 유명하죠.
심프슨 부인과 에드워드.
에드워드는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큰 아버지입니다.
이 영화는 조용히 앉아 감상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잘 만든 영국 드라마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효과음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대사나 인물의 행동 등으로 이야기를 멋지게 이끌어요. 그래서 그런지 보고 나면 좋은 책을 읽은 느낌이 듭니다.
여기서 잠깐
"The Scapegoat"의 시대적 배경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시기라서 관련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해요. 엘리자베스 여왕이 대관식은 1953년에 했지만 1952년 2월부터 왕위에 있었기 때문에 다음달인 2018년 2월이면 66년의 재위 기간으로 영국 역대 군주 중 장기간 재위 1위를 자랑합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고조할머니인 빅토리아 여왕도 만만치 않아서 63년의 재위 기간을 가졌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은 몇 년 전에 그 기록을 벌써 가뿐히 넘겼어요. 아마 미래 군주들도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 기록을 갱신하긴 쉽지 않겠다 싶어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또 모르겠지만요.)
* 영국 1위 장기간 재위 군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2018년 2월이면 66년 재위)
* 영국 2위 장기간 재위 군주: 빅토리아 여왕 (63년 재위)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도 101세까지 장수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 여왕도 그만큼 장수할 지도 모르니까 최대 장수 재위 군주의 기록은 쭈~욱 계속 될 듯 합니다. 그러고 보면 만년 왕세자인 여왕의 아들 찰스 왕세자가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하네요. 찰스 왕세자가 1948년 11월 생인데 지금 만 69세입니다.
1953년 대관식 때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남편 필립공
2014년 엘리자베스 여왕. 정정 하시군요.
(1926년생, 2014년 당시 만 88세)
영국 여왕과 그 왕위를 이을 3순위까지의 계승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 (2013년)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 왕위 계승 순
찰스 왕세자 -> 윌리엄 왕세손 -> 조지 왕자
그런데 찰스 왕세자가 너무 늙어 보여요.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과 나이가 거의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 ㅠㅠ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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