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놀다는 19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좋아합니다. 특히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을 쓴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소설을 기본으로 만든 것들을 아주 좋아해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드라마나 영화화하면 아주 꽤 달달하니 잘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영국에서 해야한다는 사실. 특히 영국 BBC나 ITV에서 만든 것들이 정말 괜찮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중후반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 그리고 그것을 기본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별로 안 좋아해요. 애리놀다에게 있어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밝은 느낌으로 순수하고 귀엽다고까지 느끼게 하는데, 빅토리아 시대는 어두워서 음습한 경향까지 있어요. (19세기 초반의 작품들이 제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제인 오스틴이 준 영향이 지대한 까닭일 거예요.) 빅토리아 시대는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 등 여러 소설을 쓴 대표적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분위기를 보면 딱 감이 잡히실 거예요. 그리고 같은 로맨스 소설이라도 빅토리아 시대의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ë)가 쓴 제인 에어(Jane Eyre)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구요. 빅토리아 시대에도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 출판되긴 했는데 저에게는 제인 오스틴 작품들이 훨씬 더 달달하니 가슴 콩닥콩닥 느껴집니다.
이번에 아주 재밌게 본 "Northanger Abbey"도 제인 오스틴이 쓴 작품을 바탕으로만든 TV용 영화입니다. (Northanger Abbey를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노생거 애비 또는 노생거 사원이라고 하는군요.) "Northanger Abbey"는 2007년 영국 ITV에서 제작한 것인데 내용이 아주 귀여워요. 특히 주인공 캐더린(Catherine, Felicity Jones 분)이 너무너무 귀여워서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웃음짓게 합니다.
캐더린은 형제가 10명인가 하는 틈에서 오빠들도 있고 딸로는 첫째로 태어났어요. 캐더린보다 어린 동생들은 아마 6명 정도 더 있구요. 캐더린네 가족은 사랑이 풍부한 가족이예요. 캐더린은 형제들하고 스포츠도 하고 놀이를 하면서 활발하고 활동적인 아가씨로 자랐구요. 캐더린은 책읽는 걸 아주 좋아하는데 으스스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사랑과 열정을 이야기하는 고딕(Gothic) 로맨스 소설을 주로 읽습니다. 뱀파이어, 산적 등등도 캐더린이 읽는 소설의 단골 인물들이구요. 책을 많이 읽어서 상상력도 아주 풍부하답니다. ^^
아일랜드의 Lismore Castle이 Northanger Abbey로 등장해 주었습니다. 위 배우들 배경과 똑같죠? ^^
이 상상력 풍부하고 귀엽고 순수한 캐더린은 집안끼리 친분이 깊은 앨런(Allen)씨 가족의 초대로 바스(또는 배스, Bath)에 가서 지내게 됩니다. 여기서 바스는 영국 남서부에 있는 도시인데 영국이 로마령이였을 때 로마인들이 이곳에 목욕탕을 짓고 온천을 즐기던 곳이였어요. 그래서 도시명이 말 그대로 바스 Bath예요. 바스는 영국 조지 시대(1714~1837)부터 온천 휴양지로 꽤 인기가 많았구요. 제인 오스틴의 시대가 영국에서는 바로 조지 시대입니다. 캐더린은 부유한 앨런씨네 머물면서 바스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지요. 그 중에는 헨리 틸니(Henry Tilney, JJ Feild 분)와 그의 여형제인 엘러노어(Eleanor)도 있습니다.
캐더린이 바스에서 여러 사람들과 지내는 모습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 그 모든 것들이 아주 이쁘고 재밌게 그려졌어요. 당연히 사랑도 싹트구요. 헨리와 엘러노어는 예의바르고 사람들이 참 좋은데, 그들의 아버지인 틸니 장군은 계산적이고 지나치게 가부장적인데다가 무개념이기까지 해서 황당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워낙 이 노인네 행동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결과적으로는 노인네의 목적과 반대로 캐더린에게 좋은 결말이 맺어져요.
The Royal Crescent in Bath
이 영화에서는 잔머리 굴리는 사람들이 몇 명 나와요. 그런데 잔머리 굴리기들은 다 쪽박을 차더군요. 그러니까 사람 감정가지고 너무 잣대로 재거나 머리를 쓰고 그러지 않는 게 좋을 듯 해요. 이왕이면 좀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긴 한데, 너무 티나게 잣대로 재면서 돈을 따지면 추해보여요.
제인 오스틴의 세계에서 아주 달달하고 귀여운 이야기를 찾는다면 이 영화 괜찮다고 생각해요. 오만과 편견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기분 좋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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