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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보자/바깥음식

한국 게맛살과 맛이 다른 미국 게맛살 - 알래스카 스노우 크랩맛 게맛살

한국에 살 때는 게맛살을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종종 사다 먹었었어요. 게맛살은 1970년대 일본에서 개발되었는데, 많이들 아시다시피 흰 살 생선을 갈아 전분과 혼합해 게살처럼 만든 가공식품입니다.

 

미국 게맛살은 대부분 대구과에 속하는 알래스카 pollock을 주요 원료로 사용해요. 그런데 미국 살면서 거의 20년 가까이 게맛살을 사 먹지 않았답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아래에서 밝힐 거고요.

 

그런데 지난주에는 뜬금없이 게맛살 뭐 그런 게 먹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해산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어찌하다 보니까 게맛살로 생각이 간 거죠. 한번 뭔가 먹고 싶다고 필이 딱 오면, 부족하지 않게 먹어줘야 해요. 그래야 자꾸 생각이 나지 않으니까요.

 

마켓의 정육점/해산물 코너 유리 진열장에 냉동 상태로 진열하지 않은, 그리고 질이 좋아 보이는 게맛살이 있어서 골랐어요. 알래스카 스노우 크랩맛 게맛살입니다. 스노우 크랩의 게다리 살과 비슷하게 만들었어요.

 

진열장에 있는 걸 몽땅 사 왔는데 2.48 파운드더군요. Kg으로 환산하면 1.1 kg 정도 되고요. 파운드(454 g) 당 $6.49 (7,788원)이니까 좋은 가격이고 그런 건 아니에요. 울동네에서는 소고기 뉴욕 스테이크도 이 가격 정도에 살 수 있거든요. 하지만 먹고 싶으니까 샀습니다.

 

알래스카 스노우 크랩맛 게맛살. 2.48 파운드 (1.1 kg)

 

미국 게맛살은 모양부터 상당히 게맛살스럽게 생긴 것도 있고 한국에서 파는 게맛살 비슷하게 길쭉한 형태로 나오는 것도 있어요. 어떤 것은 작은 크기로 잘라서 팔기도 하고요. 이번에 사 온 것은 게맛살스럽게 생긴 것입니다. 모양부터 알래스카 스노우 크랩 게다리살과 비슷해요.

 

 

몇 개 가져다가 먹어요.

 

 

맛을 봤는데... 질감이나 맛도 어느 정도 진짜 알래스카 스노우 크랩에 가깝게 살리긴 했어요. 맛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고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게맛살이 달큼해요!

 

게맛살의 첫맛을 본 순간, 갑자기 이 기억이 저 아래 내부 깊은 곳에서 떠오른 거죠. 왜 내가 미국 살면서 거의 20년간 게맛살을 사 먹지 않았는지...

 

사람이 뭔가 먹고 싶거나 뭔가 하고 싶으면, 아주 "편리하게도" 해당 기억을 잊든지 또는 수정합니다. 애리놀다가 이번에 그랬더군요. 이 달큼한 게맛살 맛을 느낀 순간, "편리하게도" 잊었던 기억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괜히 샀다' 후회했어요. 달큼한 게맛살 좋아하지 않거든요. 진짜 스노우 크랩의 게다리살도 이렇게 달큼하지는 않습니다.

 

달큼해서 입에 딱 맞는 건 아니어서 식구들이 다 먹긴 먹었어요. 사 온 것 중 1/2인 1 파운드 정도는 사온 날 먹고, 남은 1 파운드도 다음날 먹었고요. 하지만 기억이 또 나를 속이지 않는 한, 게맛살을 사서 먹는 건 십여 년이 지난 다음으로 예상됩니다.

 

 

애리놀다가 맛 본 게맛살 자체로 본다면 맛에서는, 미국, 한국, 중국 이 세나라 중 한국이 단연 잘 만들어요. 일본 것은 먹어 봤는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아서 언급을 못 하겠고요. (먹어 본 것 같긴 한데 잘 기억나지 않음) 게맛살 질감 면에서는 미국이 제일 낫고요.

 

중국에서 만든 게맛살은 중국산 냉동 해산물 모둠에 들어 있어서 먹어 봤는데 전분(또는 아마도 밀가루)의 함량이 지나치게 높아요. 그래서 푸석하니 맛이 별로였어요. 중국산은 게맛살이라기보다 어묵 어딘가에 가까운 듯한 그런 음식이었거든요. 중국에도 여러 가지 품질의 게맛살이 있겠지만, 미국에 수출하는 냉동 해산물 모둠에는 질이 좀 그저 그런 게맛살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 게맛살도 먹은 지가 20여 년 정도 지나서 지금의 게맛살은 어떤지 사실 잘 몰라요. 하지만 기억 속의 한국 게맛살과 미국, 중국의 게맛살을 비교해 보면 이렇습니다.

 

개인적 입맛에 따른 미국, 한국, 중국 게맛살 비교

게맛살 맛: 한국 > 미국 > 중국

게맛살 모양과 질감: 미국 > 한국 >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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