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시작, 주제는 아무거나 - 고대 이집트 힉소스 (Hyksos)
- 여가 시간/책 한권
- 2025. 6. 21. 00:25
첫째는 독립해서 직장생활 중이고, 대학생인 둘째는 여름방학에도 대학 연구소에서 일하느라 일찍 학교로 돌아갔고, 막둥 넷째는 썸머캠프 중이고. 집에는 8월 대학 입학을 기다리는 셋째만 우리와 함께 있다. 7월 초에는 막둥이도 집에 돌아와 한 달간 셋째와 막둥 넷째가 집에 있겠지만, 셋째도 8월이면 집을 떠나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다.
이러다 보니 지금 집에 식구 6명중 3명만 있어서 아주 한적하다. 좀 심심한 감도 있다. 게다가 애리조나 피닉스는 지금 한창 불더위 중이다. 오늘은 화씨 110도 (섭씨 43도)였다. 이런 날씨니 외출을 최대한 줄이고 에어컨 틀어있는 실내에서 있는 게 최고다.
너무 더워서 야외활동이 자제되는데 나는 심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심심한데 뭐나 하면 좋은 거다. 책을 읽자.
남편이 아마존 킨들 언리미티드 (Kindle Unlimited)의 오랜 회원이라서 나도 킨들로 읽기로 했다.
소설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내용이 답답해지고 질질 끄는 것 같으면 금방 짜증이 나서 그런다. 로맨스 소설 쟝르는 어릴 땐 읽었는데 지금은 거의 읽지 않아서 내 선택 카테고리로 고려되고 있지 않다.
소설을 잘 읽진 않아도 찾아서 읽는 작가가 있는데 그가 바로 마이클 크라이튼 (Michael Crichton)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유명한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의 원작가다. 그의 작품은 한 10권 정도 읽은 것 같다. 그가 특별히 잘 쓰는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의 아이디어와 축약된 의학/과학 지식과 철학관이 나랑 잘 맞는다.
아쉽게도 마이클 크라이튼이 2008년에 돌아가셔서 내가 읽을 수 있는 그의 작품은 제한적이다. 그의 소설이 모두 다 내 취향 같지는 않지만 몇 작품 더 읽어볼 계획은 있다. 요즘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작품세계를 연결해 새로운 작가가 쓰는 작품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새로운 작가가 쓴 소설을 읽는 건 왠지 마이클 크라이튼을 배신하는 느낌이 들어서 일부러 안 읽는다. 난 별거 아닌 것에 의리(?)가 있다.
나는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킨들 언리미티드 역사 카테고리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 읽기로 했다. 갑자기 고대 이집트의 외부 정복왕조인 힉소스 (Hyksos)가 생각나서 그걸로 읽기로 했다.
Captivating History 시리즈에서 힉소스에 대한 책으로 골랐다. Captivating History는 전에도 여러 권 읽은 적이 있는 시리즈다. 여러 각국의 역사를 주제별로 나눠 축약한 일종의 써머리 버전이다. 주제당 페이지도 많지 않다. 주제당 150-250 페이지 정도 되는 것 같다. 빨리 읽고 끝낼 수 있으니까 다시 독서 습관을 들이기에 나쁘지 않다.
Hyksos: A Captivating Guide to the Conquerors of Ancient Egypt Who Ruled during the Fifteenth Dynasty (Ancient Egyptian History)
힉소스는 고대 이집트 중왕국과 신왕국 사이의 제2중간기 시기에 비옥한 나일강 삼각주를 지배했던 고대 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외부 정복자 세력이다. 힉소스는 고대 이집트어 "Heka Khasut"의 그리스어 표기로 "외국 땅의 통치자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힉소스 정복왕조의 통치기간은 기원전 1650-1550년까지 100년으로 본다. 일부 학자들에 따라서는 이것저것 따져서 최대 200년 동안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 지역을 다스렸다고도 본다.
레반트 지역에 거주했던 남부 가나안* 민족 계열이 침략해 정복한 것으로도 보기도 하고, 가나안 이주민들이 교역을 하면서 또는 가뭄, 흉년, 기근 등으로 이집트에 이주를 하고 정착해 몇 세대 살면서 왕권이 약해진 이집트에서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힉소스인들이 약탈을 자주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이집트 내에 이주해 몇 세대 살았던 힉소스인들이 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것으로 보는 입장인 것 같다.
(* 가나안은 오늘날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북부, 시리아 일부 지역을 포함한다. 암몬인, 모압인, 이스라엘인, 페니키아인 등이 가나안인에 포함된다.)
힉소스는 이집트에게 전차와 말, 발달된 금속재련술과 무기, 농업용수공급법 등을 전했다. 농업용수공급법은 이집트가 곡물 수출국이 되는데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힉소스가 외부 정복왕조였기 때문에 이집트인들에게는 이 짧은 시기의 힉소스 통치가 일종의 경고가 된 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이집트 외부 세력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고 팽창을 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집이 조용하니 책을 읽으면서 막 졸려고 한다. 그래도 읽는 내용은 다 기억한다. 나름 나의 자존심이 책을 읽으며 조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졸지 않으려고 커피도 가져와 옆에다 두고 마시고 껌도 씹어가며 읽기도 한다. 공부하는 자세 비슷하다. 하하하.
역사 주제로 힉소스를 다 읽었으니 다음엔 축약본이 아닌 책으로 언어학이나 과학 쪽으로 읽어볼까 한다.

'여가 시간 > 책 한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린 왕자" (갱상도 버전) - 눈물나게 신박하고 정감있다! (10) | 2024.11.26 |
---|---|
The Snows of Kilimanjaro and Other Stories by Ernest Hemingway 어니스트 헤밍웨이 (2) | 2024.02.07 |
엉뚱하고 괴기스럽고 재밌는 로알드 달 (Roald Dahl) 작품들 (4) | 2024.02.05 |
"Dragon Teeth" by Michael Crichton 마이클 크라이튼 (11) | 2024.01.28 |
도서관에서 책을 그냥 사버린 아이들 (15) | 2022.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