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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시간/만화와 애니

이웃집 토토로 (My Neighbor Totoro, となりのトトロ)

* 2011년 3월 23일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올린 것을 재 포스팅합니다.

 

제가 한국에 살 때는 일본 문화 개방이 되어 있지 않아서 유명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좋은 극장용 작품들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많이들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하길래 그의 작품들을 보고 싶었는데 그때는 구하기가 힘들더군요.

 

미국에 이민 와서야 그의 작품을 보게 되었어요. 그의 첫 번째 작품이 "이웃집 토토로 (My Neighbor Totoro, となりのトトロ)"였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이 작품을 봐서 그랬는지 아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였는지,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여러 번 보게 되고 또 보다 보니까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My Neighbor Totoro

 

사츠키와 메이 자매의 사랑, 그리고 일본 전통 아버지답지 않게 아주 자상하고 재밌는 아버지도 인상적이였습니다. 사츠키와 메이의 아버지는 자녀 사랑을 숨기지 않고 다 표현하더군요. "이웃집 토토로"의 배경인 1960년대의 일본이에요. 이 당시 일본이나 한국 또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시대를 생각한다면 참 예외적인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미국 기준으로 하더라도 사츠키네 아버지는 아주 자상하고 좋은 아버지예요.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의 전통 신앙과 맞물려져 자연에 정령이 있다는 기본 전제가 있습니다. 그 정령 중 어린 메이가 토토로라 이름 지은 정령과 우정을 키우고, 사츠키와 메이 자매가 정령들과 함께하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 토토로가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 본 적이 있어요. 토토로는 troll (트롤, 스칸디나비아의 전설상 거인 또는 난쟁이로 꽤 장난꾸러기입니다)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라고 합니다. 5살짜리 메이가 트롤이라고 발음하기가 불편하니까 토토로로 변경된 것이라는군요.

 

"이웃집 토토로"의 정령들은 참 선하고 포근합니다. 큰 토토로도 귀엽지만 조그만 토토로들은 더 귀엽고, 고양이 버스, 그리고 더스트 버니 (dust bunnies)들도 귀엽습니다. 영어판에서는 검은 사탕별같이 생긴 녀석들을 더스트 버니라고 부르는데 한국어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더스트 버니들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1년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Spirited Away, 千と千尋の神隠し)"에서도 등장해요. 여관 목욕탕의 물을 데우기 위해 석탄을 나르는 일꾼들로 다시 나타나 열일합니다.

 

My Neighbor Totoro (이미지 출처: Disney)

 

미국에서는 "이웃집 토토로"를 두차례에 걸쳐 더빙을 했어요. 제가 처음 접했던 것은 1993년에 20세기 폭스 (20th Century Fox)에서 출시한 것으로 영어더빙을 상당히 자연스럽게 잘 만들었습니다. VHS 테이프로 사서 오랫동안 보관했었는데 한참 후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그 아이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엄청나게 보고 또 보고...

 

20세기 폭스의 북미 판권계약이 만기되자, 디즈니가 그 판권을 사서 2006년 다코다 패닝과 엘르 패닝을 출연시켜 목소리를 내 새 영어더빙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런데 폭스에서 더빙한 것만 못해요. 2006년 디즈니의 새 영어더빙 DVD가 나오자마자 아이들 재밌으라고 DVD를 보여줬더니 아이들이 20분 보다가 재미없답니다.

 

디즈니 영어더빙판의 좋은 것이 있다면 딱 2가지예요. 화면이 훨씬 깨끗해졌고 녹음기술이 좋아졌다는 것. 이것밖에 없어요.

 

 

디즈니판에서는 시작곡 "산보 (Hey, Let’s go)"와 끝맺음곡 "이웃집 토토로 (My Neighbor Totoro)"도 다른 가수가 불러 녹음했어요. 그런데 콧소리를 너무 집어넣고 고음시 불안정해서 듣기에 귀가 불편합니다.

 

개인적으로 삽입곡 "산보"와 "이웃집 토토로"를 잘 부른 순위는 일본어판> 폭스판> 디즈니판으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농담 삼아 디즈니가 자사 제작 애니메이션 외에 좋은 것이 있으면 일부러 망치려고 북미 영어더빙을 이렇게 만든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20세기 폭스 더빙판의 "산보"와 끝맺음곡 "이웃집 토토로"를 찾아 올려 봅니다. 제게 이 노래들은 제 아이들 넷이 어릴 때 늘 즐겨보던 모습이 떠올라 노스탤지어를 불러와요. 유튜브에서 디즈니 더빙판의 노래도 찾았는데 안 보이네요.

 

 

 

20세기 폭스 더빙판이 시장에서 다 사라지기 전에 부랴부랴 DVD를 샀는데 아가들이 많이 보면서 또 만지고 그래놔서 흠집이 많이 생겼습니다. 정말 아쉽네요. 혹시 영어판 "이웃집 토토로"를 본다면 정말 찾기가 힘들겠지만 가능하면 20세기 폭스더빙으로 보세요. 그다음에 디즈니 더빙판을 보면 제가 말하는 게 어떤 것인지 확실히 감이 잡힐 겁니다.

 

디즈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애니메이션의 북미 판권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본 그의 영어더빙 작품은 20세기 폭스에서 더빙한 "이웃집 토토로" 외에는 모두 디즈니에서 더빙한 것들입니다.

 

"이웃집 토토로" 주제가 "Tonari no Totoro" 영어판 (20세기 폭스 더빙 버전)

 

 

"Tonari no Totoro" 일본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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