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 넷째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흥얼거리며 부르는 노래의 장르가 다양하다. 요즘 노래는 별로 안 부르는 것 같고, 남편과 내가 즐겨 듣는 노래, 비디오 게임 주제가를 주로 부른다. 남편과 내가 워낙 자주 노래를 들으니까 옆에 있다 보면 저절로 다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 막둥이의 말. (내가 그렇게 노래를 많이 들었나???)
우리 부부는 옛 노래의 감성에 빠진 편이어서 1950년대부터 시작해 1960년대-1990년대 노래를 즐겨 듣는다. 이 노래들은 모두 만 13살 막둥에게 아주아주 옛날 노래일 거다. 그런데도 잘 따라서 부른다.
막둥 이 녀석에게 노래 부르는 건 생활의 일부라 시간만 나면 흥얼거리고 있다. 막둥이는 심지어 내가 가끔 듣는 ZARD의 "揺れる想い"까지도 흥얼거린다. 물론 뜻은 모르고 발음만 들리는 대로 따라서 부르는 거다.
저번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 로보트 태권브이 주제가를 몇 번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막둥 넷째가 상당히 좋은 발음으로,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이 부분을 불러서 정말 놀랐다.
그리고 막둥 넷째는 특이하게도 1920년대-1940년대의 빅 밴드 뮤직 (Big Band Music) 스타일도 종종 부른다. 난 거의 듣지도 않는 시대의 노래다. 아빠와 엄마가 듣는 1990년대 노래도 막둥이에게는 옛날 노래인데 1920년대-1940년대 노래는 진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느낌의 노래일터. 처음 막둥이가 이런 시대의 노래를 흥얼거릴 때는 적잖이 놀랐다. 게다가 감정도 잘 넣어 듣기 좋게 부른다.
막둥이가 요즘 가끔 부르는 노래는 1930년대의 "We'll Meet Again"이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We'll meet again
Don't know where, don't know when
But I know we'll meet again some sunny day
Keep smiling through
Just like you always do
'Til the blue skies drive the dark clouds far away
이 노래는 1939년 영국 가수 베라 린 (Vera Lynn)이 불렀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과 가족 및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사히 다시 만날 것을 기원하며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1939년에 발표된 노래이니 우리 막둥이의 할아버지/할머니 세대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다.
난 이 노래를 어디서 들은 것 같긴 하지만 잘 알진 못했다. 그러다가 막둥이가 자주 불러서, 그리고 잘 불러서 무슨 노래인지 물어보고 찾아보게 되고, 그리고 이젠 좋아하게 되었다. 막둥이에게 어디서 이 노래를 들었냐고 물으니 "Kong: Skull Island (콩: 스컬 아일랜드)"에 이 노래가 나왔다고 한다. 찾아보니 진짜 그렇다. 영화 끝부분에서 "We'll Meet Again"이 흘러나온다.
어린아이가 옛 노래를 감정 잘 살리며 부르는 게 신기하다. 막둥이 덕분에 새로운 노래도 알게 되며 아이가 노래를 불러서 내 귀는 즐겁고.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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