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는 언제부터인가 즐겨 보질 않았다. 우선은 할리우드의 관련 영화들이 유치해졌다고 할까. 소재의 재탕도 잦다. 하지만 SF 특성상 소재가 어느 정도의 범위는 벗어나긴 힘들 거다.
한국 SF 영화 "정이"가 넷플릭스에 나왔다고 해서 찾아서 봤다. 그런데 "정이"에 대해 한국 내 혹평이 많은 걸 읽고 좀 놀랐다. 아이가 있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이 전설적인 용병으로 나온다는 점이 우선 납득이 되지 않았던 걸까?
30대 후반이 넘은 여성 용병이 이상한 설정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나 윤정이가 전투에서 사망한 시점이 22세기 중반 경이고 exoskeleton이 발달해 있으니까 더 가능할 거다. 이런 시대의 전투는 두뇌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젊은 인물이 전설적인 용병 또는 군인으로 등장하는 게 솔직히 더 비현실적이다. 다만 "정이" 속 설정에 미뤄 이 미래시대에 굳이 인간 용병을 쓸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긴 했다.
연기에 대한 혹평도 읽었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을 못 느낄 수 있다는 평도 있던데 한국어를 이해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다는 느낌은 없었다. 초반 강수연 씨의 무표정 연기가 딱딱하다고 느꼈는데 영화를 보면서 나름 이해가 됐다. 영화 속 그 인물의 살아온 환경을 본다면 저런 무감정적인 표현이 나올 것도 같았다. 영화 중반 이후 점차 표현되는 감정에는 강수연 씨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으니 신파적인 요소가 있다. 그건 할리우드 영화도 마찬가지다. 난 "정이"의 모녀간 사랑과 아픈 자식을 위해 살아오다 죽어서도 계속 고통을 당하는 엄마에게 자유를 준 딸의 모습을 SF로 그려낸 것이 맘에 들었다. 좀 색다른 접근이다.
경찰들의 능력이나 대응 모습을 그린 부분도 적당했다고 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연구소장의 능력이다. 지나치게 뛰어난 듯하다. ^^ 이 점은 다들 동의할 것 같다.
유치할까 봐 걱정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SF 매니아인 남편과 함께 한국 SF 영화의 발전에 놀라면서 이 영화를 마쳤다. 일부 혹평과 별도로 한국 SF 장르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이미지 출처: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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