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는 울집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넷플릭스, Viki (비키),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해요. 이 중에서 비키랑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접근하기에 좋습니다. 비키는 아시아 드라마 전문 사이트인데 컨텐츠 중 한국 드라마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넷플릭스에서 방송하지 않는 한국 작품들을 비키에서는 많이 찾아볼 수 있어서 한국 드라마 매니아들에게는 넷플릭스보다 더 매력적인 사이트일 거예요. 아마존 프라임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종류도 적고 보고 싶은 것도 거의 없지만 가끔씩은 볼 만한 게 나오기도 하고요.
"철인왕후"가 요즘 대세라고 해서 이걸 보려고 비키에 재가입을 했죠. 그러다 볼 만한 것 또 있나 찾아보다가 그냥 찍은 것이 "그 남자의 거억법". 언제 방영된 건지도 모르고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철인왕후" 외에 다른 것도 보고 싶어서 선택한 드라마입니다. 아무 기대감 없이 보다가... 2회까지 보고 '아, 잘 만들었다' 했는데 회차가 계속될수록 더 매력적이에요. 대본, 연출, 연기 모두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캐스팅이 참 좋네요. 연기자들이 모두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서 시청하는 내내 아주 편하게 녹아들어 갈 수 있었어요.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서로 잘 어울려서 작품 만들어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되는 드라마였어요. 이런 좋은 연기는 당연히 연출과 대본이 좋기 때문에 가능했겠고요.
모든 것을 잊지 못하고 모조리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이동훈 앵커 역을 맡은 김동욱 씨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이분이 "커피 프린스", "후궁: 제왕의 첩", "국가대표"에 출연했다는 건 드라마 보면서 찾아보고 알았어요. 너무 다른 연기라서 같은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신과 함께"에서도 아주 훌륭한 연기를 했다고 하던데 이 영화는 안 봤어요.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앵커 역할을 너무 잘해서 진짜 앵커보다 더 앵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목소리도, 발음과 발성도 실제 앵커로 활동해도 손색이 없겠어요.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김동욱 씨의 다른 주연 작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도 몇 편을 찾아봤는데 같은 사람인지 혼동될 정도의 연기예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요. 기본기가 탄탄하고 배역에 대한 이해도 높고 연기의 폭도 아주 큰 배우시네요.
문가영 씨는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처음 봤는데 순수하고 톡톡 튀는 여배우 여하진의 모습을 역할에 딱 맞아 떨어지게 연기했어요. 여하진이라면 이동훈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듯해요. 과거의 극심한 아픔을 감당할 수 없어서 살기 위해 그 기억을 잊고 살아가는 부분의 문가영씨 연기도 좋았고요. 드라마 초기에는 단짝을 잃었다고 해서 이런 선택까지 하는 게 좀 심한 것 아닌가 생각들었는데 뒷쪽 에피소드를 보니까 이해가 되더군요.
김슬기 씨가 연기 잘하는 건 알았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잘 표현해 내서 놀랐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의 연기가 상당히 중요하던데 여하진 동생 여하경 역을 그냥 자기 옷처럼 소화해 내네요. 여하경과 꺽다리 조기자(이진혁 분)와의 사랑도 아주 귀여웠고요. 이 커플 보는 재미도 솔솔 해요. 엄마 미소 나옵니다.
최국장님도 넘 멋있어요. 저런 보스 있다면 직장생활이 할 만할 것 같아요. 그런데... 최국장님의 첫사랑인 남편은 어찌 그리 밉상에 쪼잔한 지. 그런 쿨한 보스 최국장님과 밉상 연기로 재미를 가미해 준 장영남 씨와 김철웅 씨도 너무 좋습니다.
이동훈의 유일한 친구 유태은 (윤종훈 분)은 처음엔 아버지의 관심을 독점하는 친구를 질투하는 전형적인 설정인가 했어요. 그런데 진짜 우정이더군요. 의사이기 전에 친구로 이동훈을 대하고, 그 감정과 우정이 진실이었어요. 유태은이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질투의 화신이 아니어서 작가님께 감사하고 싶어요. 출연한 배우들 모두를 언급하는 것은 생략하지만 출연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범죄자를 검거하는 장면들에서는 남주 이동훈의 활약이 강조되느라 경찰이 너무 느리게 도착하는데 이건 이 드라마가 범죄 장르가 아니고 로맨스 장르니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드라마입니다.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얻은 또 다른 것이 있다면 ost이에요. 삽입곡들이 전부 다 좋습니다. 특히 이 드라마를 통해 성시경 씨의 "두 사람"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연속해서 들으면서 장면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동훈 앵커의 과잉기억증후군이 가벼운 증상으로 옮겨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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